‘언니 말이 다 맞아’(김순곤 작사 작곡)를 히트시키고 있는 여가수 홍장가는 막힌 가슴을 뻥 뚫리게 만드는 시원시원한 가창력을 갖췄다.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가수 같은데 무대에서 능숙한 매너와 유연한 창법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자신의 노래로 끌어 모으는 재주까지 지녔다.
그러나 이게 웬걸. ‘언니 말이 다 맞아’를 발표한 건 1년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젊은 시절 오랫동안 민요와 가요를 노래하며 무대를 누빈 경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탁월한 가창력과 가슴을 울리는 한이 서린 듯한 목소리가 저절로 생길 리 없었다.
6세 때부터 군부대 공연무대에 오른 가요 신동
홍장가는 경기도 최북단 백령도에서 1남6녀의 막내로 태어나 김포에서 성장했다. 부친이 군의관으로 오랫동안 백령도에서 근무한 덕택에 여섯 살 때부터 군부대 공연 무대에 올라 춤을 추며 노래를 불러 병사들과 백령도 주민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곤 했다.
초등학교 4학년인 11세 때 한 콩쿠르에 나가 1등상을 탄 적이 있는데 한 연예제작자가 거액을 들고 나타나 스타로 키워줄 테니 계약을 하자며 졸라대기도 했다. 그러나 그녀의 할머니와 어머니가 “어린 딸을 바깥 세상에 섣불리 내보낼 수 없다”며 반대해 어린 홍장가의 가수 데뷔는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홍장가는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 노래를 잘하는 편이 아니어서 누구를 닮은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만 언니들이 모두 노래를 잘 불렀다고 한다.
김포여중을 거쳐 김포여고로 진학한 그녀에게 또 한 번 ‘가수 소동’이 일어났다. 한 유명 작곡가가 학교로 찾아와 그녀를 스타로 만들어줄 테니 가수 활동을 허락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교장 선생님이 “졸업하기 전에는 절대 허락할 수 없다”며 그녀의 가수 데뷔를 가로막았다.
여고를 졸업한 홍장가는 민요를 배우기 시작했다. 이선영 선생과 이명희 선생 등 국악인들을 쫓아다니며 경기민요를 익힌 것.
몇 년 후 홍장가는 각종 행사 무대에 올라 어린 시절부터 보여준 자신의 노래솜씨를 마음껏 펼치기 시작했다. ‘태평가’, ‘창부타령’, ‘노랫가락’ 등 민요들은 물론 ‘알뜰한 당신’, ‘고향역’, ‘카스바의 여인’ 등 인기 가요들도 노래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홍장가는 특히 말을 잘해 무대에 오르면 입담을 마음껏 펼치기 시작하며 MC로도 인기를 끌었다. 민요와 가요를 고루 소화해내는 것은 물론 사회까지 볼 수 있으니 행사 전용 공연자로서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셈이었다.
민요와 가요 노래하며 MC까지 맡는 행사 공연자로 인기
홍장가의 이러한 재주를 눈여겨보던 한 여류 밴드 뮤지션이 그녀에게 함께 활동을 하자고 제의해왔다. 이 뮤지션과 함께 전국의 각종 행사 무대에 오르며 홍장가는 자연스럽게 업계에 대한 여러 가지 사정을 소상하게 알게 되었다.
행사 전용 가수로 활동하던 그녀는 1996년 경기도가 주최한 제 1회 <경기도 31개 시군 대항 노래자랑>에 김포 대표로 출전했다. 예선에선 ‘수덕사의 여승’을 불렀고, 결선에선 ‘창부타령’을 노래해 대상을 받았다. 이 때 그녀는 가요계의 대선배인 김용만 선생을 만나게 된다. 노래자랑 수상 기념으로 김용만 선생이 작사 작곡한 ‘경기도 꽃나라’를 부르며 취입 가수로 나서게 된 것.
자신의 악단을 거느리고 각종 행사에 참석하며 노래를 부르던 홍장가는 이 무렵 한 행사장에서 현지의 음향담당자와 다투는 일이 생겼다. 가수로 무대에 오르긴 하지만 명색이 자신의 악단을 거느린 기획사 사장이기도 했는데 음향담당자가 레코딩도 없는 무명가수라고 무시하며 그녀의 자존심을 짓밟은 것.
홍장가는 이 일을 계기로 자신이 행사에 쫓아다니며 돈 버는 일에만 급급해 취입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는 걸 깨달았다. 뒤늦긴 했지만 김용만 선생에게 찾아가 다시 노래를 배우며 신곡 ‘꿈아 꿈아’ 등을 받아 데뷔 앨범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이 때가 2011년. 이 앨범에는 ‘한강 아리랑’, ‘연꽃 아가씨’, ‘모르고 산 세월’ 등 김용만 작사 작곡의 곡들이 더 담겼다.
데뷔 앨범의 출반과 함께 방송 활동을 시작한 홍장가는 2014년 11월 ‘언니 말이 다 맞아’를 발표하며 성인가요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녀의 새 CD에는 애절한 창법이 돋보이는 김순곤 작사 김영호 작곡의 ‘마지막 남자’와 ‘벽창호 사랑’도 가요팬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