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석정 (品石亭)
(바위도 칭찬하라)
다산 정약용이 시골에 내려와 지낼 때다
친지들과 정자에 모여 술잔을 기울이는데
술이 거나하게 취한 어떤 사람이
“누구는 부끄러운 줄 모르고
권세와 명예를 거머쥐었으니 분통 터질 일이야” 하며 한탄했다
그러자 정약용이 벌떡 일어나
“사람은 품평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벌주를 드려야 겠네”
라고 하며 상대에게 술을 권했다
얼마 지나자 어떤 이가 묶어 둔 말을 보며
“저 말은 짐도 지지 못하면서 꼴만 축내는구나” 하고 혀를 찼다
정약용은 또 일어서서
“말도 사람 말을 알아듣는 법일세” 하며 그에게 벌주를 주었다
그러자 사람들이
“이 정자에서는 놀기가 참 힘드네 입을 꿰매야겠어” 하고 핀잔을 줬다
정약용은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하루 종일 품평해도 화낼 줄 모르는 것이 있네
저 소나무 아래 바위를 보구려
바위가 없었더라면 이 멋스러움은 아마 없었을 것이오
이에 한 사람이 “화낼 줄 모르기 때문에
바위에 대해서는 자유롭게 품평할 수 있단 말인가” 하고 묻자
정약용은
“나는 바위에게 칭찬만 했지 모욕을 준 적은 없소” 라는 말로
참된 품평은 칭찬에 있음을 강조했다
그후 이 정자는
“바위마저도 칭찬해야 한다” 라는
의미의 품석정 (品石停)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다산 정약용은 자신의 일기에 이를 소개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남을 품평하는 것은 참으로 쓸모없는 일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남을 평가하느라
많은 시간을 허비하니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글 月刊좋은생각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