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최근에 건강식으로 유행하고 있는 곤드레밥이다. 향이 은근하여 밥과 잘 어울린다.
3 곤드레를 뜯고 있다. 칼로 밑동을 자르거나 손으로 꺾는다.
고려엉겅퀴라는 어색한 이름
식물의 명칭은 그 명명자의 입장이나 관심 영역이 투영될 수밖에 없다. 학자들은 곤드레가 엉겅퀴와 비슷한
꽃이 피니 고려엉겅퀴로 국명을 삼았을 것이다. 곤드레는 ‘술에 취해 정신을 놓은 상태’를 이르는
곤드레 만드레와 관련이 있는 단어로 흔히 오해하지만, 그 옛 형태는 곤들레일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현재도 곤들레로 발음하는 사람들이 있다. 민들레, 둥굴레와 같은 계열의 식물 이름인 것이다. 민들레,
둥굴레는 국명으로 삼고 곤드레는 향명으로 두는 것은 어색해 보인다.
평생 산촌에서 살면서 나물을 뜯어 먹으며 살았던 할머니들은 식용 식물의 이름을 낱낱이 기억하고 부른다.
그러나 먹을 수 없는 식물의 이름은 모른다. 나물에 섞여 들어온 그 흔한 쇠뜨기를 골라내면서도 그 이름은 그냥
‘잡풀’인 것이다. 곤드레는 나물 중에서도 우리 민족이 가장 흔히 먹었던 식물이다. 전국의 산야에서 많이 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밥이나 죽, 국으로 먹기에 더없이 좋기 때문이다. 보통의 산나물은 맵거나 톡 쏘는 휘발성의
향이 있어 가끔씩 기호음식으로는 먹을 만하나 매 끼니 먹을 수 없는데, 이 곤드레는 삼시세끼 몇 달을 먹어도
탈나거나 질리는 일이 없다. 이 곤드레라는 이름에는 이 나물로 보릿고개를 버티며 살다간 수많은 한반도 사람들의
마음이 담겨 있다. 국명으로 삼아도 채 담지 못할 만큼 큰 의미가 있는 식물이다.
자연과 재배
곤드레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겨울을 난 땅 속의 뿌리에서 이른 봄 잎을 올린다. 이런 잎을 근생엽이라 한다.
곤드레의 근생엽은 한 무더기로 올라온다. 우리가 식용을 하는 부위는 이 근생엽이다. 6월이 넘어가면 질긴
섬유질이 들어 있는 줄기를 올리고 그 줄기에 경생엽이 돋는다. 이 줄기와 경생엽은 먹지 못한다. 7월이면 그
줄기의 끝에서 보라색의 꽃이 핀다. 이 무렵이면 근생엽은 말라 없어진다. 지역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자연에서는
4월에서 6월까지 곤드레를 먹을 수 있다.
요즘 곤드레는 재배가 많다. 나물은 대체로 숲이 우거지면 자랄 수가 없다. 나무의 그늘이 나물의 성장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산은 이제 나무가 빽빽이 자라 나물이 귀해지고 있는 것이다. 1990년대 초 산나물
건강 바람이 불 즈음에 곤드레 재배 농민이 생겼다. 곤드레는 어느 곳에서나 잘 자란다. 자생식물이니 병충해도
거의 없다. 근생엽을 계속 뜯으면 곤드레가 줄기 올리는 시기를 늦추어 9월까지도 수확이 가능하다. 관리를
잘하면 한 해에 많게는 8회까지 나물을 뜯을 수 있다.
정선 사람들과의 오랜 인연
“한치 뒷산에 곤들레 딱주기 마지메 맛만 같으면/ 고것만 뜯어다 먹으면 한해 봄 살아난다." 정선아라리의
한 자락이다. 강원 정선은 논이 극히 적다. 그러니 먹을 것이 별로 없었고, 봄이면 산에서 나는 나물에 기대어
살았다. 나물에 메밀이나 옥수수 등을 더하여 끓인 죽이 일상식이었던 시기가 1970년대까지 있었다. 집 바로
옆 산은 그냥 산이 아니라 나물밭이었다. 곤드레, 미역취, 개미취, 머위, 고비, 나물취, 둥굴레, 참나물, 중댕가리,
분주나물, 삽취, 왜수리, 곰취 등등등이 지천으로 자랐다. 이 중에 곤드레가 정선 사람들에게 가장 귀중하였다.
산나물이 몸에 좋다 하지만 한 종류만 사나흘 지속적으로 먹으면 배탈, 설사를 일으키는 것이 많다. 곤드레는
이런 일이 없어 거의 밥처럼 여겼다.
정선에서는 산에다 나물밭을 일구고 있다. 한때 고랭지 배추를 심던 땅에 나물을 심는 것이다. 그 중에 곤드레가
가장 많다. 최근 도시 지역에서 곤드레밥이 유행하면서 그 수요가 점점 늘어나 농가 소득원으로 자리를 잡았다.
정선의 곤드레는 딱히 ‘재배’한다고 볼 수도 없다. 모종을 내기는 하지만 비료, 농약 치는 일이 없다. 곤드레가
잘 자랄 수 있는 땅만 마련해주는 것이다. 비료 주고 키운 일반 밭의 곤드레는 때깔이 좋고 잎사귀도 크지만
그 부드러움은 정선 산밭에서 자란 것에 미치지 못한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곤드레가 정선 사람들은 먹여살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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