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의 한시 모음
● 신에겐 12척의 배가 있나이다 /상권
天步西門遠 임금님의 행차가 서쪽으로 멀어지니
東宮北地危 왕자는 북쪽 땅에서 위태롭다.
孤臣憂國日 외로운 신하가 나라를 걱정하는 날
壯士樹勳時 사나이는 공훈을 세워야 할 때이다.
誓海魚龍動 바다에 맹세 하니 물고기와 용이 감동하고
盟山草木知 산에 맹세하니 초목도 알아준다.
讐夷如盡滅 원수를 모조리 쓸어버릴 수 있다면
雖死不爲辭 비록 죽음을 택할지라도 사양하지 않으리라.
충무공 이순신 p95
親上事長 윗사람을 따르고 어른을 섬기며
爾盡其職 너희들은 그 직분을 다했건만
投醪吮疽 막걸리 붓고 종기를 빨아내는 일들에
我乏其德 나의 덕이 모자랐구나.
招魂同榻 그대들의 혼을 이곳에 부르노니
設奠共享 정성껏 차린 음식들 받으시오라.
충무공 이순신 p112
不讀龍韜過半生 병서도 못 읽고 반생을 지내느라
時危無路展葵誠 위급한 때 해바라기 같은 충정 바칠 길 없네.
峩冠曾此治鉛槧 일찍이 높은 갓 쓰고 글을 배우다가
大劍如今事戰爭 지금은 큰 칼 들고 전쟁터로 나왔구나.
墟落晩烟人下淚 황폐한 저잣거리 저녁 연기에 눈물이 흐르고
轅門曉角客傷情 진영의 새벽 호각소리 내 마음 아프게 하네.
凱歌他日還山急 훗날 승전보 울려 퍼지면 급히 산에 올라가
肯向燕然勒姓名 감히 자랑스럽게 이름을 새겨 보리라.
충무공 이순신 p195
夜海月明 밤 바다에 달은 밝고
一塵不起 잔물결 하나 일지 않네.
水天一色 물과 하늘이 한 빛인데
凉風乍吹 서늘한 바람이 갑자기 부는구나.
獨坐船舷 홀로 뱃전에 앉았으니
百憂摏心 온갖 근심이 가슴을 치민다.
충무공 이순신 p243
萬里江山筆下華 만 리 강산이 붓끝 아래 화려하더니
空林寂寂鳥無影 텅 빈 숲은 적적히 새소리도 없구나.
桃花依舊年年在 도화꽃은 예와 같이 여전히 해마다 피는데
雲不行兮草雨重 구름이 떠나지 않음이여, 풀은 비에 무거워라.
충무공 이순신 p325
蕭蕭風雨夜 비바람 부슬부슬 흩뿌리는 밤
耿耿不寐時 생각만 아물아물 잠 못 이루고
懷痛如摧膽 쓸개가 찢기는 듯 아픈 이 가슴
傷心似割肌 살을 에는 양 쓰린 이 마음.
山河猶帶慘 강산은 참혹한 꼴 그냥 그대로
魚鳥亦吟悲 물고기 날새들도 슬피 우누나
國有蒼黃勢 나라는 갈팡질팡 어지럽건만
人無任轉危 바로 잡아 세울 이 아무도 없네.
恢復思諸葛 제갈량 중원 회복 어찌했던고
長驅慕子儀 몰아치던 곽자의 그립구나.
經年防備策 몇 해를 원수막이 한다고 한 일
今作聖君欺 이제 와 돌아보니 임금님만 속였네.
충무공 이순신 p339
● 신에겐 12척의 배가 있나이다 /하권
秋氣入海 客懷撩亂 가을 기운 바다에 드니 나그네 회포가 산란해지고
獨坐篷下 心緖極煩 홀로 배 뜸 밑에 앉아 있으니 마음이 몹시 울적하네
月入船舷 神氣淸冷 달빛이 뱃전에 들자 정신이 맑아져
寢不能寐 鷄已鳴矣 잠도 이루지 못했거늘 닭이 벌써 울었구나.
충무공 이순신 p43
北去同勤苦 북쪽에 갔을 때도 같이 싸웠고
南來共死生 남쪽에 와서도 생사를 같이 했지.
一杯今夜月 오늘밤 달 아래 한 잔 술 나누지만
明日別離情 내일엔 이별을 슬퍼해야 하는구나.
충무공 이순신 p56
水國秋光暮 한 바다에 가을 빛 저물었는데
驚寒雁陣高 찬바람에 놀란 기러기 높이 떴구나.
憂心輾轉夜 가슴에는 근심 가득 잠 못 드는 밤
殘月照弓刀 새벽 달 창에 들어 활과 칼을 비추네.
충무공 이순신 p61
窮通只在彼蒼天 빈궁과 영달은 오직 저 하늘에 달렸으니
萬事聊須任自然 모든 일은 모름지기 자연에 맡기리라.
富貴有時難獨擅 부귀함은 때가 있으나 홀로 차지하기 어려운 법
功名無主遞相傳 공명은 임자가 없어 서로 번갈아 전하는 것이다.
終當遠到宜徐步 마침내 멀리 갈 때는 천천히 걷고
初若先登恐躓顚 처음에 먼저 오를 때는 넘어질 것을 염려하라.
九陌黃塵前去路 도성의 누런 티끌 속을 헤쳐 나아갈 길에
且隧人後莫加鞭 남의 뒤를 따라가되 말을 채찍질하지 마라.
충무공 이순신 p137
居鄕何必異京華 시골에 산다 해서 어찌 서울과 다르랴.
隨處和平在自家 자연히 집집마다 평화로움 깃들어 있거늘
所遇如今心火動 만나는 곳곳마다 마음의 불길이 일어나니
其方莫若耳風過 그 모양새가 귀에 바람 스치듯 고요하구나.
惡將除無非草去 악관을 숙청함에는 풀 베듯 아니할 수 없고
好取看來摠是花 어진 이를 쓴다면 모든 게 곧고 꽃이 피리
古調峨洋山水外 옛 곡조 산과 바다, 강 먼 곳까지 퍼지도록
滄浪一曲爲君歌 큰 파도 같은 한 곡조 그대 위해 부르노라.
충무공 이순신 p138
北來消息杳無因 북쪽 소식 아득히 들을 길 없어
白髮孤臣恨不辰 외로운 신하 시절을 한탄하네.
袖裡有韜摧勁敵 소매 속엔 적 꺾을 병법 있건만
胸中無策濟生民 가슴 속엔 백성 구할 방책이 없네.
乾坤黯黲霜凝甲 천지는 캄캄한데 서리 엉기고
關海腥膻血浥塵 산하에 비린 피가 티끌 적시네.
待得華陽歸馬後 말 풀어 목장으로 돌려보낸 뒤
幅巾還作枕溪人 두건 쓴 처사 되어 살리라.
충무공 이순신 p164
閑山島 月明夜 上戊樓 한산섬 달 밝은 밤 수루에 홀로 앉아
撫大刀 深愁時 큰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하는 차에
何處 一聲羌笛 更添愁 어디서 일성호가는 나의 애를 끓나니.
충무공 이순신 p234
二百年宗社 이백 년 누려온 종묘사직이
寧期一夕危 하룻밤에 위급해질 줄 누가 알았나.
登舟擊楫日 배에 올라 돛대 치며 맹세하던 날
拔劍倚天時 칼 뽑아 천산 위에 우뚝 섰다.
虜命豈能久 놈들의 운명이야 어찌 오래 가랴.
軍情亦可知 적군의 정세도 짐작할 수 있으니
慨然吟短句 슬프다. 시 귀절 읊어 보는 건
非是喜文辭 흥이 겨워서가 아니다.
충무공 이순신 p284
賴天子勤恤 다행히도 천자께서 불쌍히 여기시어
遣大將扶危 장군을 보내 구원하게 하시었소.
萬里長征日 만 리 먼 길 정벌 나온 바로 그날이
三韓再造時 이 나라 삼한이 다시 살아난 때라오
夫君元有勇 장군께선 본래부터 용감하시지만
伊我本無知 이 나는 본래부터 아는 것이 없고
只擬死於國 다만 나라 위해 죽으려는 각오뿐이니
何須更費辭 다시 무슨 긴 말이 필요하리까
충무공 이순신 p295
水國秋風夜 드넓은 바다 가을바람 불어오는 밤
愀然獨坐危 홀로 앉아 수심에 잠겼는데
太平復何日 언제쯤 평화로운 날 도래할 것인가
大亂屬玆時 심히 나라가 위기에 처했나니
業是天人貶 임금님은 나의 공을 알아주지 않건만
名猶四海知 세상은 나의 이름을 기억해 주리라
邊優如可定 변방을 넉넉히 다스린 뒤에는
應賦去來辭 도연명의 귀거래사 나도 읊으리
충무공 이순신 p301
若向中朝去 그대 만약 중원으로 가시고 나면
其於外國危 중원 밖의 이 나라 위태로워질 거요.
南蠻更射日 남쪽의 왜적들 또 다시 설칠 테고
北狄又乘時 북쪽의 오랑캐도 그 틈을 노릴 때
全節終須報 절개 지켜 끝내 나라 은혜 보답할 뿐
成功豈可知 성공 여부야 내 어찌 알 수 있으리오.
平生心已定 평생의 마음 이미 정해졌으니
此外有何辭 이 밖에 무슨 말 또 하오리까.
충무공 이순신 p307
이순신 소설책 <신에겐 12척의 배가 있나이다, 원제 :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습니다 (저자, 최인)>에 수록된 한시들 중 작가가 지은 한시 36편은 이 카테고리에서 제외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