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서 내려 조금은 덜 오는 비를 맞으며 언덕을 올라가니 기찻길이 나온다.
벌써 여기 저기서 "풍등"(風燈)이 하늘로 올라가고 있다.
올라오는 길에서 보면 왼쪽은 사람이 많이 있는데 오른편에는 사람이 없다.
이유가 뭔지 몰라도 이쪽으로만 사람들이 간다.
비가 조금 거세지자 결국 철길에 사람들이 모두 사라졌다.
우리는 "정 대장"님의 말대로 사람이 없는 가게로 들어간다.
"운단천등"(雲端天燈)? 구름끝까지 올라간다는 뜻일까?
풍등(風燈)은 크기에 따라, 색갈에 따라 가격이 다르단다.
나와 같이 간 "박 회장"님과 제일 큰 것 하나를 앞뒤로 나눠 쓰기로 했다.
풍등을 파는 가게주인은 매번 같은 일을 해서 그런지 무척 날렵했다.
아마도 이사람들은 여러가지 폰의 사진찍는 방법을 모두 터득한듯했다.
두 사람이 앞뒤로 나와 우리의 반대편에 서서 각각 우리가 글을 쓴 것을 찍어 준다.
순식간에 동영상까지 찍어 준다.
등을 올리고 나서 마지막 기념사진까지 찍으면 끝이난다.
그 사이에 우리 "정 대장"님이 "닭날개볶음밥"을 사왔다.
이곳에 와서는 이것 하나는 먹어봐야 한단다.
닭날개를 살과 뼈를 빼내고 그 안에 양념을 한 밥을 넣어 구은 것이다.
적은듯 한데도 생각보다 양이 많고 맛이 있다.
기차가 지나가는 것까지 보고 우리는 다음 볼 곳인 "진과스"(金瓜石)로 향한다.
진과스 황금박물관(金瓜石 黃金博物館)
"진과스"(金瓜石)는 금광(金鑛)으로, "주펀"(九份)과 함께 황금 시대의 역사를 가진 곳이란다.
일제 강점기때 금광(金鑛)이 개발되었을 당시에는 황금 생산량이 아시아에서 최대였다고 한다.
따라서 일본이 적극적으로 금광을 개발하면서 "진과스"(金瓜石)는 큰 번영을 이루었고,
지금도 그 당시를 떠올리게 하는 관광 명소가 많이 남아 있다고 한다.
황금 박물관(黃金博物館), 황금 폭포(黃金瀑布), 황금 신사(黃金神社),
"제련소"였던 "13층 유적"(十三層遺址) 등이 있다고 하는데, 우리는 "황금 박물관"(黃金博物館)만 본다고 한다.
하긴 비가 많이 오니 다른 곳은 가기도 싫다.
"진과스"(金瓜石)에 도착하니 비가 더 많이 온다.
이곳은 대부분의 건물이 옛날 일본식 건물이다.
"파출소"건물도 일본식 건물이다.
광산(鑛山)으로 올라가는 곳에도 식당이 있는데 사람이 거의 없다.
이 건물도 옛날에는 광부들이 사용하던 건물이라고 한다.
조금 올라가니 돌계단이 나오는데 비가 질척대니 올라가기가 싫다.
이곳도 옛날 그대로 재현을 해 놓은듯 하다.
옛 광부들의 아픔만 없다면 비에 젖은 간이역(簡易驛)의 멋진 풍경이 그려지는 곳이다.
"古道上"
1980년에 "사동량"(謝棟樑)이란 예술가가 만든 작품으로 제목이 "On Ancient Path"(古道上)이란다.
광산에서 작업을 하다 부상을 당한 동료를 구하려는 열정과 의지를 표현한 작품이라고 한다.
"古道"라는 말은 중국말로 "인정이 두텁다"라는 뜻이라고도 하고, "옛 철길"을 뜻한다고도 한다.
박물관 안에 들어가면 처음 보이는 것이 옛날 "갱도"(坑道)를 "미니어처"(Miniature)로 재현해 놨다.
금이 함유된 각종의 광석도 보여준다.
마지막 "하이라이트"(Highlight)는 이 금덩어리다.
무게가 220,30Kg이나 나가는 어마어마한 금덩어리다.
양쪽으로 구멍을 뚫어놓아 만져보는 사람들이 많지만 만지면 뭘하나,,,,,,
비오는 날씨에 내부도 을시년스러워 빨리 밖으로 나온다.
밖에는 무척 큰 공기주입기가 두 대 있는데 옛날 지하 갱도로 공기를 보내던 송풍장치란다.
내려와서 미리 주문해 놓은 "광부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는다.
아하,,,,"弁当", "便當" 이게 옛날 "벤또"라고 하는 말을 한자로 쓰는 것이구나,,,,,,,
"광부 도시락"은 간단했다.
돼지고기 구은 것을 밥위에 얹어 놓았다.
그리고 두부 졸인것 약간과 절인 채소약간이 곁들여졌다.
거기다 계란을 풀어놓은 국과 매운 고추절임이 전부다.
조금 전에 "닭날개볶음밥"을 배부르게 먹어서인지 별로 구미가 당기지 않지만 별식이니 다 먹었다.
맛이 뭣해서인지 우리 "박회장"님이 맥주를 사와서 한결 먹기가 쉬워졌다.
지우펀 홍등거리(九份 紅燈거리)
원래 매우 한적한 산골 마을이었던 "지우펀"(九份)은 일제 시대에 근처의 진과스(金瓜石)금광이 나오면서 화려하게 발전했으나
광산이 시들해지면서 사람들이 모두 떠나고 급속한 몰락을 맞게 된 마을이라고 한다.
그러다 근래에 와서 이런 "지우펀"의 분위기를 그대로 담은 영화가 나오면서
다시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져 지금은 타이완에서 손꼽는 관광 명소가 됐다고 한다.
"지우펀"(九份)으로 가려면 버스에서 내려 한참을 걸어내려가야 했다.
꽤 많은 비가 내려 물이 흐르고 차의 왕래가 많은 좁고 어두운 길을 내려가자니 불편하기도 하고 조금 짜증이 난다.
이 길은 차도(車道)를 그대로 같이 걸어야 하고 인도(人道)가 따로 없다.
"지우펀"(九份)은 산비탈에 자리잡고 있는 지형의 특성상 모든 길이 구불구불 이어진 비탈길로 되어 있고,
오래된 집들이 어우러져 있다고 하는데 큰길에는 모두 새로 만들은 집들 뿐이였다.
골목마다 독특한 분위기의 상점과 음식점, 그리고 찻집들이 끝도 없이 이어져 있다.
"老街"(라오지에)라고 하는 옛 집들이 있는 곳은 계단으로 올라가는 좁은 길에 있는데 가이드는 되도록 가지 말란다.
그러면서도 40분을 구경하라는데 나는 20분도 안돼서 나오고 말았다.
돌아 나와서 모이는 장소인 큰 길가의 현대식으로 만든 2층 정자로 가서 비를 피한다.
하지만 비바람에 모두 젖어 앉을 의자도 없다.
이 정자에서 바다를 바라보면 경치가 좋다는데 어두운데다 비가오니 아무것도 안보인다.
한참을 기다려 다시 버스가 있는 곳까지 빗길을 걸어 올라 가려니 은근히 힘이든다.
호텔에서 한 정거장 더 가서 내려 저녁을 먹는다.
"마라탕"비슷한 것을 먹는데 나는 매운 것을 싫어해 별로다.
눈치를 챈 우리 "박회장"님이 내게는 맵지않은 국물을 가져다 주신다.
비도 오고 해서 맥주보다는 38도짜리 고량주를 가져다 마셨다.
한결 몸과 마음이 풀린다.
첫댓글 여행기는 계속 이어지는데,, 기다려지네요.
몇편이나 더 이어지려는지 궁굼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