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시장 어언 10년차쯤에 이르러... 문득...

[바른코치]

 사교육 시장에 발 담근 지 어언 10년이 가까워지는 지금, 현재 나는 달랑 한 명의 학생을 가르치고 있다. 물론, 여기엔 여러 가지 사정이 있긴 있었다. 한창 잘 나갈 때도 5명 이상 가르치지 않으려는 몸부림을 기점으로 해서, 재작년엔 갑자기 수도원으로 들어가는 기이한 짓을 하면서 모든 일을 접으려고까지 했으니까. 사실 어쩌면 기질적으로 나는 전적으로 어떤 일에 매달리지 못 하는 성격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이렇게 프리랜서로 사교육 시장에서 일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여하튼... 분명한 건, 어떤 면에서 내게 있어서 전적인 책임감을 바탕으로 하는 사교육 시장이 맞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나는 지금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가 학생들을 잘 못 가르친다거나, 성의가 없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사교육 시장이 일단 성적을 올리는 것이 지상과제인 이상, 나는 제법 성적을 잘 올리는 교사임에는 틀림없다. 고3에 들어서 영어가 20점인 학생을 60점으로 올리기도 했었고, 2-3등급의 학생을 쉽게 1등급 정도는 1년 안에 올렸음에는 틀림없으니까. 심지어 1-2개 틀리는 1등급 학생을 대상으로 문법 위주로만 가르쳐서, 하나도 안 틀리게 완벽하게 만든 적도 있다. 또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개인적 자랑을 늘어놓자면, 내신에 있어서도 남다른 자료 확보를 통해 학생들의 전교등수를 몇 십 등씩 아주 손쉽게 올려왔다. 하지만 그러면서 나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놓쳐왔다. 무엇이냐 하면, 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성적임에는 틀림없지만, 동시에 그 성적이라는 것이 전적으로 최우선일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다소 이야기가 모순적으로 들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간단하게 말하면 이렇다. 학생들에게 중요한 건 학생들이 올릴 수 있는 만큼의 성적이고, 할 수 있는 만큼의 공부양이라는 사실이다. 그런데 그동안 나는 이 간단한 사실을 간과해왔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강박을 주면서, 동시에 학생들에게 감당할 수 없는 강박을 주곤 해왔다. 사실 2등급에서 1등급으로 올라가는 일이 어찌 쉬운 일이겠는가? 그리고 1등급인 학생이 1개, 2개 틀렸다고 해서, 기존의 공부 방법과 틀을 확 바꾼다 한들, 어떻게 갑자기 만점이 될 수 있겠는가? 어차피 공부도 사람이 하는 것이고, 가르치는 일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면, 한 두 개의 실수는 애교로 봐줄 수도 있는 것인데, 왜 그동안 나는 그러지 못했는지, 이제와 생각해보면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물론, 만점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공부이긴 하지만, 그것은 어차피 기본전제라는 사실을 간과하고서, 그저 학생들을 닦달해왔던 것이 크나큰 내 과오였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왜 그동안 나는 이 간단한 사실을 간과해온 것일까? 그리고 쭉 그렇게 간과해오다가 어쩌다 내 과오를 깨닫게 된 것일까?

 사실, 이 모든 이야기의 기점은 간단하다. 내가 사교육 시장을 접으려고 했던 데에서 모든 이야기가 출발한다. 그때 개인적으로 나는 연애에 실패도 있었고, 또 여러 가지 심정이 복잡하여 38살의 나이에 수도원에 들어갔다. (뭐, 일단 이것은 정상적인 이야기는 아니니까, 세세히는 하지 않겠다.) 여하튼 그리고서 그곳에서 1년을 서약했지만 10개월을 다 채우지 못하고 내려와야 했다.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나는 한 가지 중요한 개인적 진실을 깨달았다. 무엇이냐 하면, 자신의 짐과 강박들을 내려놓는 법이다. 갑자기 이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인가 할지도 모르겠다. 수도원 이야기부터 마음의 짐을 내려놓는 이야기라니... 무슨 종교단체 카페도 아닌데 ㅋㅋ 하지만 일단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데에는 개인적으로 신학대를 졸업했다는 전제가 깔려있다는 점을 이해해주길 바란다. 여하튼 아주 간단한 이 개인적인 강박을 내려놓는 방법을 깨달으면서, 나는 내 자신에게 무척이나 관대해지게 되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타인에게도 전보다 훨씬 관대해졌다. 아마 그러지 못했다면 이제까지 사교육 시장에서 일하면서 범했던 내 개인적 과오에 대해 절대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와 타인들에게 관대해지면서, 이제야 나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재미를 느끼게 되었다고, 감히 이야기하고 싶다. 왜냐하면 이제는 적절히 학생들이 범하는 실수들에 대해서 타협할 수 있게 되었고, 그 타협을 통해 더디더라도 그 학생에게 알맞게끔 맞춰줄 수 있는 방법을 나름 터득했기 때문이다. 이러다보니, 이제 성적지상주의의 강박도 자연스럽게 내 뇌리에서 내려놓을 수가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학생들에게 예전보다 공부를 덜 시키거나, 성적에 대해 덜 민감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제는 예전과 달리 학생들에게 성적이 최고라고 강요하거나, 그로 인해 강박을 주지는 않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물론, 아직 더 시간이 지나봐야, 나의 바뀐 교수법이 자리가 잡았음을 알게 되겠지만, 여하튼 현재의 마음자세만은 이러하다. 그래서일까? 문득 이 글을 통해 마음가짐을 다시금 가다듬고 싶어졌다. 조금 더 좋은 선생이 되자고. 그리고 조금 더 학생들의 좋은 친구가 되자고. 향후 몇 년 동안 이 일을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야겠다고 조심스럽게 마음을 다잡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