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침뜸 도구의 발달과 침구술의 변화
현재 침을 놓고 뜸을 하는 도구가 크게 변화했다. 그 변화의 정도는 침구의 역사가 석기시대에서 철기시대로 바뀐 때만큼이나 혁명적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현대의 침뜸 도구의 발달은 일본이나 중국에서 개발되어 유입된 경우가 많고, 한국 내에서 독창적으로 개발된 것도 적지 않다.
침뜸의 발전 방향은 대부분의 도구의 발달이 그렇듯이 쉽고 편리하고, 안전하게, 그러면서도 효과는 떨어지지 않게 하려는 쪽으로 나아간다. 이러한 경향은 곧 침뜸의 실용화 및 생활의술화와 대중화를 한층 더 확장 해 나갈 수 있다.
(1) 침 도구의 발달과 침술의 변화
침 재료와 도구의 발달은 침 시술 방법에 있어서도 혁신을 가져오고 있다. 침의 발전 방향은 손쉽게 자침하면서도 효과를 낼 수 있는 쪽으로 나아가고, 대부분 일회용으로 되고 있다.
침을 만드는 재료는 금(金), 은(銀), 철(鐵) 등이 쓰여 왔는데, 최근에는 적당한 강도와 탄성이 있고 녹슬지 않으며 통전(通電)에 의한 절침도 적은 스테인레스 등의 합금이 주로 사용되고 있다.
오늘날 사용되는 침은 모두 예전에 비해 더욱 다양한 형태와 크기로 발전하고 있다.
사용방법에 따라 침은 일반적으로 자입침(피부나 근육에 자입하는 침), 따기침(얕게 찔러 피를 뺄 때 사용하는 침, 瀉血鍼), 피부침(피부 위를 마찰하거나 긁거나, 약간 찌르는 등 피부에 자극을 주는 침, 梅花鍼ㆍ七星鍼ㆍ集毛鍼ㆍ롤러침) 등으로 나뉜다. 형태별로 볼 때 요즈음 널리 사용되는 침은 가장 많이 사용되는 자입침으로 호침(毫鍼)이 있고, 피부에 얕게 자입하여 유침시켜 두는 짧은 피내침(皮內鍼), 피부에 접촉 자극을 줄 목적으로 사용하는 피부침(매화침, 집모침, 롤러침) 등이 있다. 침 끝의 모양도 자입하기 쉽고 동통도 적고 쓰기 좋게 만든 솔잎형 등 용도에 따라 여러 가지로 나오고 있다.
호침 호침을 쓸 때 피부를 쉽게 통과 할 수 있도록 침관을 많이 사용한다. 침의 길이보다 3~5mm 짧은 침관에 침을 넣고 피부에 대고 톡 치면 침 끝이 피부를 관통할 수 있도록 하여 동통(疼痛)을 줄여주며 침놓는 사람의 피로도 덜 수 있다. 침관을 사용하는 데다 호침의 길이나 굵기도 다양하게 나와 있다. 가장 많이 쓰이는 호침이 정말 터럭같이 가늘고, 침관을 이용해서 자침을 하다 보니 침 시술은 더욱 쉽고 간편하게 되었다. 침의 길이나 굵기와 길이도 용도에 따라 아주 다양하게 개발되어 있다.
따기침 자락(刺絡) 혹은 사혈법(瀉血法)의 경우는 주로 삼릉침(三稜鍼)을 쓰는데, 현재는 스프링으로 만들어진 따기침이 나와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순간적으로 침이 피부에 들어갔다가 나오면서 목적한 사혈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따기는 저혈압이거나 기혈이 약한 경우는 적게 하는 정도의 주의사항이 필요하지만, 날카롭고 뾰족한 침이나 바늘로 피부를 따주어 피가 나오게 함으로써 막힌 기혈의 운행을 도와 경락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것으로 여러 가지 증상에 널리 쓰이는 침법이다. 혈락(血絡)과 정혈(井穴), 압통점 등에서 점상자락(点狀刺絡)하며 급체, 급성 토사, 중서(中暑 더위 먹음), 발열 등에 사용하는데, 따기는 시술하는 자리가 꼭 맞지 않더라도 효과가 잘 나므로 쉽고 편리하다.
피내침(皮內鍼) 피내침은 가늘고 짧은 침을 피부에 얕게 자입하고 테이프나 반창고를 이용해 며칠 동안 붙여두는 침이다. 피부에 얕게 붙여두어 지속적으로 혈자리를 자극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피내침의 일종으로 원피침(圓皮鍼)이 있는데 1~2mm의 짧은 침을 피부에 자입하는 것이다. 원피침은 침머리 부분에 접착 테잎이 붙어 있는 것이 주로 사용되고 있는데, 요즘은 아예 플라스틱판에 부착되어 있는 T침이라고 불리는 침을 많이 사용한다. 이 T침(티침)을 한 개씩 떼어서 혈자리에 가볍게 대고 살짝 눌러주는 것으로 시술이 끝난다. 이침(耳鍼)으로도 쓰는 T침(티침)은 피부에 살짝 들어가 경혈에 작용하여 기혈순환을 돕는다. 일반적으로 피내침은 신경통이나 요통 등의 각종 동통성 질환에 대한 진통효과가 뛰어나며 차멀미나 생리통, 기침 등에도 효과가 좋다. 대체로 호침의 적응증은 피내침의 적응증도 된다. 피내침은 시술방법이 간단하면서도 자극량이 일정하고 자극시간이 상당시간 지속되므로 거의 모든 병에 적용할 수 있으며, 다른 침이나 뜸 치료를 대신하거나 보조 역할을 수행하므로 널리 이용되고 있다.
피부침(皮膚鍼) 피부침은 자입하지 않고 피부에 가볍게 접촉하여 기계적인 자극만을 준다. 특별히 만들어진 피부침이 있으나 호침이나 삼릉침을 사용하기도 한다. 사용법에 따라 누르고, 굴리고, 두들기는 3가지로 분류되며 통상 소아에게 시술하므로 소아침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침을 맞기 두려워하는 환자들, 허약자, 피부병, 지각마비, 신경마비 환자나 어린아이의 야제증(夜啼症), 야경증(夜驚症), 기관지천식, 소화불량 등에 많이 이용되며 국부 염증질환이나 피하결합조직의 울체(鬱滯) 등에도 쓰인다.
피부침의 일종으로 매화침(梅花鍼)이나 칠성침(七星鍼)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는 집모침은 가늘고 긴 침자루를 잡고 그 탄력을 이용하여 피부상에 가볍게 두드려 준다. 매화침은 침자루의 끝 부분에 매화꽃잎처럼 5개의 침이 있고, 칠성침은 7개의 침이 박혀있다.
구두침(灸頭鍼) 구두침은 침의 침병(손잡이 부분)에 뜸쑥을 담은 기구를 올려놓거나 뜸쑥을 둥글게 붙인 후 불을 붙여서 침을 통해 온기가 피부 깊숙이 들어갈 수 있도록 하면서 동시에 혈을 자극하는 효과를 볼 수 있도록 하는 시술법이다. 구두침의 경후 피부에 뜸쑥의 재가 떨어지는 위험 등이 있어 안전하면서도 쉽고 효과가 좋은 쪽으로 민간에서 도구개발이 끊임없이 이루어지는 분야 중 하나이다.
그 외에도 전기침(電氣鍼)이라고 하여, 전기저항이 강한 피부를 뚫고 직접 근조직에 자입한 침을 전극으로 하여 저주파 전류를 통전하는 방법으로 감각신경이나 근, 운동신경 등을 자극해 통증을 경감시키거나 근 수축을 유도하는 침 등이 있다. 침의 종류는 앞으로 더욱 여러 가지로 개발되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침 놓는 자리에 따라 침법도 다양화되고 있다. 머리나 귀, 손, 발 등 신체의 특정 부위에서 치료효과가 높은 혈자리를 집중적으로 찾아내어 증상을 치료, 건강관리에 활용하는 방법도 계속 개발되고 있다. 이개(耳介)의 자극점에 자침하는 이침법(耳鍼法), 두피(頭皮)에 자침하여 질병의 회복을 꾀하는 두침법(頭鍼法), 손목에서 손가락 끝까지를 전신(全身)의 축소판으로 보고 손에 오장육부의 반응혈을 배속시켜 전신의 질병치료를 꾀하는 수침법(手鍼法), 발에 있는 혈을 이용하여 병을 치료하는 족침법(足鍼法), 코와 코 둘레의 반응점을 이용하여 질병을 치료하는 비침법(鼻鍼法) 등도 오늘날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뜸법 |
유흔구(有痕灸) |
화농구(化膿灸) |
초작구(焦灼灸) 타농구(打膿灸) |
비화농구(非化膿灸) |
투열구(透熱灸) 사상구(絲狀灸) |
무흔구(無痕灸) |
격물구(隔物灸) |
된장구 마늘구 소금구 생강구 황토구 |
온구(溫灸) |
지열구(知熱灸) 봉구(棒灸) 압구(押灸) |
온통구(溫筒灸) |
기타 |
약물구(藥物灸) |
홍화구(紅花灸) 유황구(硫黃灸) 황백구(黃柏灸) 칠구(漆灸) 수구(水灸) 유구(油灸) 묵구(墨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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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구(電氣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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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현대의 뜸법
뜸은 뜨는 방식에 따라 직접구와 간접구로 나뉘며 뜸을 뜬 자리에 흔적(상처 자리)이 남는지 여부에 따라 유흔구(有痕灸)와 무흔구(無痕灸)로 대별한다. 직접구는 대부분 유흔구이며 간접구는 보통 무흔구이다.
유흔구(有痕灸)는 피부위에 직접 뜸봉을 올려놓고 불을 붙여서 몸에 온열자극과 함께 작은 화상을 입혀 그에 따라 나타나는 생체반응을 치료에 이용하는 것이다. 보통 반미립대(半米粒大, 쌀알 반 정도 크기)의 뜸봉을 해당 경혈에 올려놓고 불을 붙여 혈자리를 온열로 자극하는 동시에 피부에 약한 화상을 입혀 그 화상에 따른 생체변화를 질병의 치료나 건강관리에 이용하는 방법이다.
강한 자극을 주는 뜸으로 초작구(焦灼灸, 뜸자리 부위의 피부 밑 조직을 태워서 병적 조직을 파괴하는 뜸법)와 타농구(打膿灸, 큰 뜸봉으로 뜸을 떠 피부에 화상을 만들고 화농을 재촉해 농을 빼는 방법)가 있다.
약한 자극을 주는 뜸으로 투열구(透熱灸, 콩알 크기 이상으로 다소 크게 뜸쑥을 놓고 점화시켜 연소되는 열이 느껴지기 시작할 때 핀셋으로 집어내는 방법)와 사상구(絲狀灸, 실과 같이 가는 뜸쑥을 뜸할 부위에 놓고 점화하는 뜹법) 등이 있다.
무흔구(無痕灸) 무흔구란 뜸의 흔적을 남기지 않고 열감을 적게 주는 뜸법. 뜸과 피부 사이에 여러 가지 물질을 놓거나 일정한 공간을 유지해 피부에 온열자극만을 준다. 옛날부터 여러 가지 식물이나 광물이 보조적으로 사용되었고 현재는 기구를 사용하거나 뜸쑥을 가공하여 쓰기도 한다.
무흔구 중에 격물구는 뜸쑥을 직접 피부 위에서 연소시키지 않고 뜸봉과 피부사이에 물건을 놓고 뜸을 뜨는 방법으로 사이에 놓는 물체에 따라 소금뜸, 마늘뜸, 생강뜸, 황토뜸, 된장뜸 등의 이름으로 불리어진다.
무흔구 중 온구(溫灸)는 피부와 뜸봉 사이에 일정한 공간을 만들어 온열 자극을 주는 방법으로 직접구를 금기(禁忌)하는 부분이나 뜸 자극을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쇠약해진 사람에게 이용한다. 뜸통뜸이라고도 하는 온통구(溫筒灸)는 시구면(施灸面)과 뜸쑥 사이에 기구를 이용하여 공기층을 만들어서 쑥이 탈 때의 온열 자극이 그 공간을 통해 환부에 전달되도록 하는 뜸법이다. 그리고 손톱크기 정도의 뜸봉을 피부에 열감을 느끼면 재빨리 제거하는 지열구(知熱灸), 뜸쑥을 종이로 단단하게 말아서 그 한 쪽 끝에 점화하여 뜸 하는 부위 가까이서 온열자극을 주는 봉구(棒灸) 등이 무흔구에 속한다.
뜸쑥을 사용하지 않고 마늘이나 생강 등 각종 약물을 혈위(穴位)에 바르거나 문질러 약물이 피부에 자극을 가하는 방법도 온열자극으로 피부에 생체반응 일으켜 질병을 치료하는 것으로 원리적인 면에서 뜸이라 할 수 있다.
열원(熱源)으로서 뜸쑥 대신 전기(電氣)의 열작용(熱作用)을 이용하여 뜸의 효과를 노리는 전기구(電氣灸) 같은 것도 있다.
뜸의 재료로 쑥을 주로 쓰고 있는데, 쑥을 가공해서 미세한 뜸쑥으로 만들면 연소하기 쉽고 향기로우며 열감이 온화하고 피부를 통하여 심부까지 그 기가 도달하기 쉬운 이점이 있다. 아울러 다른 재료와 비교하면 인체의 피부, 조직에 대한 손상이 적을 뿐 아니라 상쾌감이 있고 적당한 열자극을 조직에 침투시킬 수 있으므로 오늘날까지 널리 이용되고 있다.
오늘날은 뜸쑥의 제조기술도 발달하여 공장에서 기계적으로 다양한 품질이 대량으로 생산될 수 있다. 직접구를 하는 뜸쑥은 물론이고 간접구를 할 수 있도록 뜸봉이 동일한 크기로 제조되어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 간접구용 큰 뜸쑥으로 뜸을 하면 연기와 냄새가 많이 나서 불편한 점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이를 개선한 무연뜸이 개발되어 간접구는 물론 구두침에까지 활용되고 있다.
선사시대 민간에서 생겨난 침구술이 전문화, 학문화 ,제도화 되어 특정 집단의 전유물처럼 되고 있지만 근본은 민간의 자연의술이다. 그래서 침구술은 문명의 변화나 도구의 발달과 함께 민간의 자연의술로의 발전 또한 멈추지를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