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 버덩 말 밤나무계곡엔
밤나무 아름드리 나이만큼
겨울을 살아낸 감나무의 갈라진 껍데기 아래
지지배배 새의 영혼이 붙은
......
며눌 취나물 연분홍 처녀귀신들이
케이블카처럼 달려 대롱이는
우리가 태어나던 해의 계절 또 찾아들었고
문중비석을 굴린 앞집 부엉이
논물 대는 봇둑을 걷다
물에 빠져 죽은 귀신 소행이라
머리만 물위에 떠 천년을 사는 바위
비석머리를 떨군 핑계에
동네 악동들 새가슴 쓸어내렸던,
이제는 생각의 이름도 닿지 않을 듯한
개울 건너편은
몇 해 전엔 사람의 일로
얄궃은 목 졸림 당한 스누피가 세월에 묻혀 있는
그 버드나무 물가
기억 낚시꾼의 시간을 겪는다.
풀내음콘도민박
10미터 이정표는 성황당으로 향하고
콘크리트 당길 옆 지구자 나무 이파리는
노여움도 잊은 듯 풀이 죽어
술타령에 휘이휘이 제비를 날리면
피난 온 도둑고양이 또 새끼를 나르고
친구 잃은 성마른 까치가 깍깍깍
당 제사를 지내는
골짜기 하늘을 날던
스누피 귀를 닮은 왜가리날개
희뿌연 한 잡곡 천지에 흐뭇하여
물에 내려 점을 찍는 낮 한 때
돌망태가 마시던 물가 옛 우물에는
오래전 베어진 자두나무의
고수래 신 웃음이 날아오르고
계곡을 표류하던 낚시꾼
별자리만큼 깊은 소에 대나무를 드리운다.
낚시꾼이 가라앉은 까막 소
성황당 제주(祭酒)에 신기오른 왕민물게
암세포를 끊을 듯 갈색 발춤을 추고
금빛물안개 쫓던 하늘산천어
기억의 강을 붉게 거슬러오르면
나이전의 나를 알았던 연푸른 계곡엔
나무용이 되어 성황당을 휘감아 오른다는
500년 묵은 당송을 위한 민물매운탕이 끓어오른다.
님의 보조개마냥 하늘거리는 초저녁달이 뜨고
터줏대감 개구리 습관처럼 흙집에 초롱초롱
첫울음의 기억을 다듬이질하는 밤나무골
반딧불이가 솔가지에 불을 들여
무쇠 솥이 보강지 검붉은 장작불타는
토 황소격문을 읊어대면,
절논 물댄 도랑에 찾아든 호랑이 가물치
이리저리 잡을 듯 허공을 맴돌다
온돌의 열기가 깜짝 흙집의 이마에 맺히고
하얗게 밤꽃 피울 생각에 하얀 밤을 새우다
밤나무계곡은 잠이 드니
메기머리를 먹고 우는 에헤헤헤 새
가슴에 살포시 안겨든다
카페 게시글
우리들의 이야기
고향의 봄 패러디 ^^
짜봉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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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6.30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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