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적인 철리와 단학적인 수련이 현대의학이나 임상심리학 혹은 생리학적으로 어떻게 이해되는가를 미흡하게나마 해명해 볼까 한다.
하단전을 현대의학에서는 태양신경절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나온 신경총이 방사상으로 태양빛처럼 뻗어 있어 횡격막 아래의 모든 내장과 하초의 생식 배설기관을 통할 하고 있다. 단전호흡에서 복강운동을 겸해 하는 것은 바로 이 태양신경계를 활성강화하는 방법임은 물론이다. 연단법이란 생리학적으로 보면 자율신경 작용의 강화운동이다.
자율신경의 중추는 간뇌의 시상하부에 있는데, 시상은 또한 정신작용의 일부 특히 감정작용이 형성되는 곳이기도 하다. 원래 간뇌의 자율신경중추와 대뇌의 지각중추 사이에는 연결된 통로가 없고 따라서 따로따로 독자적인 작용을 하는데(예컨대, 자율신경은 활동을 하고, 자율신경의 관장 아래 있는 기관들이 중병을 앓고 있더라도 지각중추는 감지하지 못하는 따위), 다만 한곳 간뇌의 시상에서 연계가 이루어지고 있다. 즉 대뇌의 지각중추가 정신적인 충격을 받으면 그것이 감정적인 흥분으로 시상에 전달되고, 그 감정 작용이 자율신경중추의 흥분을 유발하는 것이다.
장기와 혈관과 내분비선 등의 조절 역할을 맡고 있는 자율신경은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으로 형성 되어 있고, 이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은 서로 상반된 작용을 하면서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데(예컨대, 교감신경은 아드레날린을 분비해서 심장의 작용을 촉진하고 위장의 작용을 억제하는데, 반대로 부교감신경은 아세틸콜린을 분비해서 심장의 작용을 제지하고 위장의 작용을 촉진하고 있다.), 자율신경이 흥분하게 되면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균형에 난조를 초래해 변태적으로 내분비물(호르몬)이 급격히 증감함으로써 5장6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예컨대, 사람이 정신적(감정적)인 격심한 쇼크를 받으면 부신호르몬인 아드레날인의 분비가 과다해지는데, 이로 인한 콜레스테롤의 증가는 갑작스런 동맥경화증이나 혈전증, 심장장애, 중풍 등 을 유발하게 된다. 또 자율신경의 흥분은 췌장에서의 인슐린의 분비에 장애를 주어 혈당량의 조화가 깨져서 당뇨병을 야기 시킨다. 이 모든 불행한 현상은, 흥분된 감정이 시상하부에서 자율신경중추에 전달되고, 그 흥분이 서로 대립된 작용을 하면서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교감과 부교감신경에 작용해서 내분비의 부조화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현대의학적으로 볼 때, 자율신경의 이 대립적인 두 작용 즉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이 곧, 인체의 음과 양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논문도 있다.
마음의 갈등, 충격, 흥분이 얼마나 생리(자율신경)에 자해적인 영향을 미치는가는 흔히 말하는 스트레스나 노이로제 같은 심인성질환을 보면 곧 이해가 된다. 그리고 똑같은 충격적인 불행한 사건을 겪더라도, 감정을 능히 컨트롤해서 가벼운 몸살정도로 탈없이 넘기는 사람도 있고, 감정이 균형을 잃어 치명적인 중병을 앓고 골병이 드는 사람도 있다.
위에서 말한 감정의 균형과 컨트롤이 수승화강하는 노화의 연단법으로 능히 다스려짐은 새삼 말할나위도 없지만, 옛 사람들은 컨트롤된 감정의 균형을 중화니 중용이니 혹은 도심이라고 표현했다. 단전호흡의 수련법에서 “和氣로운 바른 도심을 품는 것이 靜息”이라고 했던 것도 바로 이것을 가리킨 말이다. 준비운동을 할 때는 물론, 행공 중에도 和樂한 생각을 단전에 고요히 집중시키고, 爐火의 법을 되새기면서 단전호흡을 병행해야 소기의 목적을 달한다고 재삼 강조하는 소이도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