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바른겨레운동본부의 공식성명
최근 정부와 집권 여당 새누리당은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기로 확정하고 장관 고시를 통해 일방적으로 결정하였다. 이는 시대착오적 결정이다.
세계적인 추세를 보더라도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결정은 퇴행적 결정이다. 현재 국정교과서를 채택 혹은 사용하고 있는 나라는 중국, 러시아, 북한 등이며, OECD 국가 중에서도 터키, 아이슬란드, 그리스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그리스만이 국정교과서를 단독 사용하고 있을 뿐, 터키와 아이슬란드는 민간 교과서와 함께 사용하고 있다. 국정 교과서를 사용하던 베트남은 최근 UN의 권고로 국정교과서를 폐지하고 검인정교과서로 전환하는 것으로 알려진 상황이다. 국제적 추세로 보더라도 국정 교과서가 역사 퇴행적 결정임을 알 수 있다.
1992년 11월 우리나라 헌법재판소의 판결 결정문을 보면 이번 국정화 추진이 시대에 뒤떨어진 결정이라는 것을 명백히 알 수 있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교과서의 내용에도 학설의 대립이 있고 어느 한쪽의 학설을 택하는 데 문제점이 있는 경우, 예컨대 국사(한국사)의 경우 어떤 학설이 옳다고 확정할 수 없고 다양한 견해가 나름대로 설득력을 지니고 있는 경우에는 다양한 견해를 소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 정부가 주장하는 일관된 역사 인식보다는 다양한 관점의 역사가 옳다는 것을 방증하는 자료이며, 이번 결정이 얼마나 시대착오적 결정인지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교육부는 자긍심을 높이는 교과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우리의 역사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자긍심을 높이는 것 자체는 잘못된 것이 아니다. 다만 이를 통해서 특정 인물, 시대, 사건이 왜곡될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역사는 해석의 학문이다. 어떠한 대상에 대해서 명백한 정답이 없는 것이 바로 역사라는 학문이다. 학자들에 따라서 어떠한 대상에 대한 평가가 다를 수밖에 없다. 집필자의 구성에 따라 충분히 역사 교과서가 왜곡될 수 있으며, 특정 인물, 사건, 시대에 대한 평가가 미화되거나 부정적으로 묘사될 수 있다.
또한, 교육부는 교과서 집필 과정을 1년으로 잡고, 1년 이내에 고품질의 교과서를 만들어 내겠다고 밝혔다. 1년 이내에 고품질의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학계의 공통된 견해이다. 결국, 한국사 국정교과서는 부실 교과서가 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념 편향성으로 인한 사회적 논쟁을 종식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국민 통합을 이루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결정으로 오히려 국정화를 찬성하는 보수진영과 국정화를 반대하는 진보진영으로 분열되어 또다시 이념적 분열이 심화된 상황이다. 또한 국정교과서 전환 문제로 하여금 모든 민생 사안들은 국정교과서 전환 문제라는 구덩이에 빠져 제대로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교과서를 집필할 대학 교수들이 반대하고 있으며, 교과서로 학습할 학생들이 반대하고 있다. 정부는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전환이라는 시대착오적 결정을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
2015.10.28.
바른겨레운동본부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