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우리할아버지가
남겨주신 문전옥답과 넓은 산판을
다른 사람에게 팔아먹지 않고 잘 가꾸는 일이다
논에는 미꾸라지 방게 우렁이
송사리도 헤엄치며 다니고
벼 사이를 메뚜기도 날아다니게 하고
가을 들녘에는 고추잠자리가 날라 다니게 하는 것이다
그 넓은 산에 밤나무 감나무를 비롯하여
과일나무를 가득 심어서
손만 뻗으면 감을 따먹을 수 있고
허리만 굽히면 알밤을 주을 수가 있는
풍요로운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 아버지가 인삼농사를 잘 지어서
우리를 장가보내고
집 한 채를 마련하여 살림을 내어 주었듯이
우리 또한 인삼농사와 인삼장사를 잘해서
돈을 많이 벌어서 장롱에 두둑하게 쌓 놓고
새끼들 공부를 시키기도 하며
아들놈 장가갈 때 땅을 한 덩어리씩 떼어주어
살림을 내어주며
딸년을 시집 보낼 때에는 바리바리 실어서 보내기도 하고
사돈집 잔치에 갈 때에도 봉투를 두둑하게 넣기도 하며
우리 끼리 따뜻한 밥과
술을 나누며 정겹게 살아가는 것이다
우리가 어린 날 개울에서
물장구치며 미꾸라지잡고 놀았듯이
우리 손자들도 또한 개울에 가서 헤엄치며 놀아도
다치지 않도록 유리조각과 사금파리를 줍고
물을 맑게 하는 것이다
우리가 지난 날 진달래 활짝 핀 성황당에서
연애를 하였듯이
우리 아들과 딸들이 서로 사랑하며
젊은 날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하도록
아기자기한 고향 마을을 가꾸는 것이다
금슬 좋기로 소문난 우리 할아버지가
청년시절 우리 할머니를
등에 업고 반딧불 흩어진 개울을 건넜듯이
우리 또한 맘에 드는 아가씨를 꼬셔다가
진악산 아래 둥지를 틀고 부모님 모시며
식솔을 거느리고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문화란 -어제와 오늘을 잇는 끈 이다
더 쉬운 말로 하면 우리 할아버지들이
마련하여준 문전옥답을
더 기름지게 가꾸어 넉넉하게 살림을 마련하고
자손을 퍼트리는 일이다
우리끼리 우리 식대로 마음 편하게
서로가 보듬으면서
살아가는 일이 일이다
그리하여
금산 사람들이 그린 그림이
피카소의 작품보다 더 가슴에 깊게 박히고
금산 풍물패들이 치는 풍장소리가 더 우렁차게 들리며
우리 손자와 손녀들이 부르는 노래소리가 세상의 어느 음악보다도 더 아름답지 않은가 !
아! 어제와 오늘이 다정하게 앉아있고
내일이 즐겁게 열리는 금산이여
다정한 사람들이 서로 등을 기대며
꿈처럼 살아가는 고향 마을이여
아! 눈에 밟히는 그리운 사람들이
발목을 잡고 있어서 떠나지 못하는
내 고향 금산이여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우리할아버지가
남겨주신 문전옥답과 넓은 산판을
다른 사람에게 팔아먹지 않고 잘 가꾸는 일이다
-금산문화원장이취임식에 붙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