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李箱과 도마복음예수』출판사 서평
삶의 의미를 찾는 사람들을 위한 도마복음 해설서「이상李箱과 도마복음예수」
청가인 저, 도꼬마리출판사, 320쪽, 정가 20,000원
차원이 다른 도마복음 해설
도마복음을 해설한 여러 책들이 서점에 나와 있고 유튜브에 동영상도 많다. 유명한 학자, 존경 받는 목사의 해설은 물론, 기독교 평신도들의 해설도 검색하면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단언컨대, 천재 시인 이상의 눈높이에서 해설한 이 책은 그들의 것과는 차원이 달라 보인다.
<경고!! 진입금지. 독실한 기독교 신자는 이 책을 절대 읽지 마시오.>
표지를 넘기자마자 만나게 되는 대문짝만한 진입금지 경고의 표지판... 장난하나? 내심 웃음을 흘리면서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그러나 읽어가는 동안 웃음은 사라지고 책을 다 읽었을 때는 깊은 생각에 잠기지 않을 수 없었다. 머릿속이 헝클어져 혼돈의 상태가 되고 말았다. 과연 도마복음예수가 사람들에게 하고자 했던 말이 바로 이것이었단 말인가? 정말로 바이블예수는 조작되었을까? 혼란한 머리를 진정시킬 겸, 목차에 따라 느낌을 써보겠다.
들어가는 글 : 이상과 도마복음예수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 저자와는 또 무슨 관계가 있어서 이 책을 쓰게 되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다음의 질문으로부터 본격적인 저술이 시작된다.
<내가 사람으로 태어난 의미는 무엇일까?>
이것은 자연인인 저자가 살아오는 동안에 늘 생각하던 질문이었고, 그 해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이상과 도마복음예수를 만나게 되었으며, 연구 결과 두 사람의 주장이 추호도 다를 바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2,000년의 세월을 건너뛰어 서로 다른 공간에서 살다가 돌아간 두 사람이 큰 줄기는 물론, 세세한 부분까지 똑같은 말을 하였다는 것은 곧 두 사람 모두가 진리를 말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상李箱의 숨겨진 이야기 : 6년간의 이상 연구를 바탕으로 「에코우」와「날개와 삼차각설계도」를 발간했던 저자는, 여러 가지 놀라운 사실들을 적고 있다. 본문을 보자.
<그의 ‘수염――’에 나오는바, 조(속粟)를그득넣은밀가루포대布帶 라는 표현에 딱 들어맞는 삶이었다고 생각한다. 본인은 포대 안의 조 로 살았건만, 사람들은 밀가루 로 착각한 인생이었다는 뜻이다.>
우리들이 알고 있었던 그것과는 너무나도 다른, 베일에 싸여있던 그의 내면의 삶을 세 시기로 나누고, 시기별로 그의 작품을 근거로 하여 비교적 알기 쉽고 자세하게 해설하고 있는데, 이러한 시도는 이상 연구의 황무지에 새로운 묘목을 심었다는 평을 받을 만하다는 느낌이다.
도마복음 전문 : 인간 도마복음예수의 육성이 담긴 텍스트로, 그의 빛나는 존재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며, 영롱한 비유에서 드러나는 깊은 사유와 차원 높은 문학성에도 감탄할 것이다.
도마복음 해설 : 이 책의 핵심으로, 저자의 날카로운 해설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저자가 마치 이 도마복음을 쓴 것처럼 각 장을 서로 연결해가면서 우리가 생각하기 어려웠던 도마복음예수의 의도를 드러내어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1945년 이집트에서 도마복음이 발견된 이래 많은 사람들이 여러 해석을 내놓았지만, 114장 모두를 일관된 시선으로 해설한 것은 이 책 외는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사실로 생각된다. 본문을 보자.
<도마복음은 114장 모두가 하나의 키워드로 관통되어 아름다운 목걸이처럼 묶여 있는데, 그 키워드는 바로 삶의 의미를 추구 하는 자아수행이다. 각 장들은 서로 무관하게 떨어진 별개의 것이 아니라, 서로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곧 알게 될 것이다. 이상 의 작품과 비교하여 생각하면, 구원적거 나 ‘시제10호 나비’의 주제가 이 키워드에 해당할 것인즉.......>
자연인인 저자가 어떻게 이러한 내공을 보여줄 수가 있을까? 그는 또한 해설하는 중간 중간에 이상과 도마복음예수의 말을 근거로 하여 기독교와 바이블을 뼈아프게 공격하고 있다. 도마복음과 바이블의 미세한 차이점을 지적하면서 바이블이 조작된 것이라는 것과, 기독교는 사기라는 이상 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러한 이상 의 주장과 도마복음예수의 명백한 동조는 읽는 이로 하여금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데, 기독교가 여기에 반론을 제기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생각될 정도이다. 관련된 부분을 보기로 하자. 109장의 해설 일부분이다. 너무나 유명한 밭의 보화에 관한 것이다.
<.....이 장의 내용 역시 바이블에 오용되고 있는 부분으로 생각된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천국은 마치 밭에 감추인 보화와 같으니 이를 발견한 후 숨겨두고 기뻐하여 돌아가서 자기의 소유를 다 팔아 그 밭을 샀느니라. 마태복음 13장으로 검색된다.
도마복음예수의 육신의 보화 를 눈 깜짝할 사이에 바이블예수의 천국의 보화 로 바꿔치기한, 그야말로 마술과 같은 짜깁기의 실력이 드러나는 부분으로, 76장 진주 를 산 상인의 내용과, 이 장의 내용을 교묘하게 뽀샵하여 짜깁기 한 결과물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참으로 놀랍다...>
도마복음과 바이블의 차이점을 느끼기에 충분한 느낌이다. 왜 이런 차이가 생겼으며, 바이블은 왜 도마복음의 내용을 정 반대의 것으로 바꾸어야만 했을까? 라는 의심이 자연스럽게 생겨난다. 이 해설을 읽고 난 독자라면, 기독교와 바이블에 대해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만큼 이상과 도마복음예수의 비판은 설득력이 있다. 보통의 독자라면 다음과 같은 기독교의 밑바탕을 흔드는 근본적인 질문들이 자연스럽게 생겨날 것이다.
기독교와 구원은 과연 무관한 것인가?
바이블과 기독교는 과연 진실한 것인가?
진실한 것이 아니라면, 그것들에 평생을 매달려 살았던 사람들의 삶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기독교의 유통기한은 이제 끝난 것일까?
독자가 만약 독실한 기독교도였다면, 그리고 편향되지 않은 눈으로 읽었다면, 그의 신앙심에 균열이 생길 수도 있으리라는 생각마저 든다. 그래서 저자는 첫 장에서 기독교인들에게 밑줄까지 그어 가며 진입금지란 경고를 한 것이며, 그것이 결코 장난이 아니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주머니 속에서 빛나는 예수
전체적인 느낌은, 우리가 몰랐던 이상의 내면적인 삶을 쉽게 정리한 것도 문학사적으로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하며, 인간 도마복음예수의 아름답고도 영롱한 비유들을 명쾌하게 해설한 저자의 형안과 열정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유명한 인사들의 해설이 무색할 만큼, 그야말로 차원이 다른 설득력이 있었으며, 읽는 이로 하여금 우리의 기독교를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힘이 느껴진다. 우리가 느낄 수 없었던 새로운 차원, 이상과 도마복음예수가 살았던 세상을 엿볼 수 있게 만드는 책, 안주머니에 들어가는 작은 책, 하지만 한없이 큰 책이다. 독자들의 호응만 얻을 수 있다면 21세기의 화제작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이 과연 우리의 기독교에 변화의 물꼬를 틀 수 있을까?
첫댓글 반갑습니다.
천주교인으로 항상 바이블안에서 목말라 했는데..
요즈음 도마복음에 매료되어서 기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