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게릴라 음악인들의 <임을 위한 행진곡>이 마침내 몇 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제가 최초에 이 공연을 제안하고 기획하면서 거칠게 품었던 마음을, 이제 단정한 글로 정리해 정식으로 공지하게 되었습니다.
이 선언적인 글이 나오는데 절대적인 도움을 주신 이규성님, 한송이님, 그리고 간사 정현구님과 그 외 준비모임분들이, 이 글의 공동 글쓴이들이라는 것을 밝혀 둡니다. 이분들이 아니었다면, '부드럽게, 아름답게, 당당하게 그리고 힘차게'라는 음악인으로서 우리의 구호에 이토록 걸맞는 글은 나오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보다 앞서, 이 글은, 누구 한사람의 것이 아닌, 저의 보잘 것없던 작은 목소리를 기적처럼 백 육십 여명의 목소리로 만들어 주신 모든 연주자 여러분들, 그리고 이 공연에 관심 가져 주시고 응원해 주신 모든 후원인분들의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우리의 작은 목소리가 함께 모여 쩌렁 쩌렁한 울림으로 청계광장을 울리는 것이 바로 또 하나의 기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 글을, 토요일 청계광장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연주할 세월호 게릴라 음악인들의 마음 속 노란리본으로 삼으려 합니다.
여러분들의 뜨거운 공감을 댓글로 표현해 주시면, 공연을 앞두고 함께 하는 우리 모두의 마음이 더 굳고 단단해질 것 같습니다.
------------------------------------------------------------------------
- <임을 위한 행진곡> 을 부르며 -
세월호는 우리에게 그저 흘러 내리는 눈물이었습니다.
설명할 길 없는 안타까움이며 절망이었습니다.
어디로 향해야 할지 모르는 분노였습니다.
그렇게 두 달은 훌쩍 지나갔습니다.
아무 것도 제대로 밝혀진 것이 없고, 아무도 제대로 책임진 사람이 없는데,
우리의 눈물은 야속하게 메말라 갑니다.
참혹한 죽음을 몰고 온 자본의 탐욕과 권력의 횡포는
세월호 참사를 통해, 저 바닷속 만큼이나 시커먼 내장을 고스란히 드러냈건만,
여전히 우리는 아무런 변화도 느낄 수가 없습니다.
무책임한 언론과 무능력한 정부가
저 여린 생명들의 애타는 절규를 외면하며 차디찬 심장을 적나라하게 드러냈지만,
시간이 흘러도 그들에게서는 조그만 온기조차 찾을 수가 없습니다.
진실은 멀어져가고 책임자들은 꽁무니를 뺍니다.
왜 죽었어야 하는지도 모르는 생명들은 땅속으로 하나 둘씩 묻혀가고,
아직도 12명의 생명은 저 시퍼런 바닷속 어딘가에 떠돌거나, 죽음의 쇳덩어리 속 어딘가에 붙잡혀 있습니다.
영원히 멈출 것 같았던 그 순간이었건만 시간은 이렇듯 무참히 흘러가고,
우리는 슬픔과 분노를 가슴 깊은 곳에 작고 단단한 응어리로 파묻은 채
일상이란 파도에 힘없이 휩쓸려가고 있습니다.
잊지 않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래요. 영원히 잊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고백해야 합니다.
우리는 결코,
그대들이 견뎌야 했던 차가운 바닷물을 나의 살결에 느끼고,
그대들에게 엄습했던 죽음의 공포를 나의 것으로 마주치고,
그대들의 절규, 그대들의 죽음을,
언제까지나 생생하게 간직할 수는 없으리라는 것을.
이제 우리는 냉철한 머리로 세월호 참사를 되새기며,
작은 실오라기의 숨김도 없는 철저한 진상규명을 이루어내야만 합니다.
법률적 죄에만 초점을 맞추는 검찰 조사나,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는 국정조사만으로는
결단코 총체적 진실을 밝혀낼 수 없습니다.
국민의 힘으로 특별법을 제정하여 진상을 낱낱이 규명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방해하는 모든 세력에 대항하여 싸워야 합니다.
우리는 이제 북받치던 슬픔과 분노를
온전하게 그리고 영원히 간직할 수 있는 길을 찾고자 합니다.
시간과 시간을 넘어,
공간과 공간을 건너,
10년이 지나고 100년이 지나도,
그대들을 우리 마음에 고스란히 품고 살아갈 수 있는 힘을 품고자 합니다.
우리는 노래를 부르려 합니다.
그대들의 그 많고 많은 생명의 이야기들,
그대들의 생명을 유린한 이 사회의 흉악한 몰골들,
혼신의 힘으로 생명을 지키려 했던 애타는 손길들,
한없이 흘러내린 눈물들,
단단히 박힌 마음 속 응어리들을 모두 모아서,
우리 가슴 한 곳에 영원히 간직할 작은 노란리본으로 달겠습니다.
우리의 노래는 그대들의 죽음을 되돌리는 길이자,
그대들의 생명을 품는 힘이 될 것입니다.
이 노래를 목청껏 부르며,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약속합니다.
행동하겠다고 약속합니다.
죽음의 세력에 대항하여 꿈을 꾸며,
다시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겠다고 외칩니다.
우리 160여 명의 음악인들은 하나의 마음이 되어 세상을 향해 노래합니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죽음의 세력, 영혼 없는 물질과 썩은 내 나는 부패한 권력에 맞서
그대들의 이름을 걸고, 지지 않겠다고, 싸우겠다고,
그대들의 못다한 생애를 품고
한 평생 살아가겠노라고 다짐합니다.
2014년 6월 21일 토요일, 청계 광장에서,
세월호 게릴라 음악인
-------------------------------------------------------------------------------
* 세월호 음악인은, 세월호 참사를 평생 잊지 않고 기억하리라 다짐하는 음악인들입니다.
* 게릴라 음악인은,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해 음악으로 함께하는 사람들입니다.
첫댓글 가슴이 뜨거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