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뜸봉사에 대한 한의사협회의 고발 관련 정식재판 1심 심리를 5월1일 마치고 6월12일 최종 선고를 남겨두고 있다. 무면허 의료행위 방조라며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하자 이에 불복하고 정식재판을 청구한 피고 손중양(허임기념사업회 대표)이 다음과 같이 최후진술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인(仁)과 의(義)를 위하여
허임기념사업회가 사단법인으로 발족되고 2006년 국회 대강당에서 기념사업 선언식을 하자 한의사협회는 ‘침구사 제도 부활책동’이라며 ‘기념사업 선언식을 중단하라’는 성명서까지 발표했습니다. 한의사협회는 이렇게 처음부터 허임기념사업회의 활동에 대해 여러 가지 형태로 트집을 잡았습니다.
1. 저는 1980년대 초에 군사독재에 반대하는 시위를 했다는 이유로 이번 사건으로 조사를 받았던 바로 그 경찰서(당시는 동대문경찰서, 지금 혜화경찰서)에 끌려가 고초를 겪었고, 바로 이곳 법원으로 포승줄에 묶여 와 재판을 받고 10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그 후 25년 뒤인 2006년 그 때의 일로 민주화운동 관련자 증서를 받았습니다. 최근 이 증서를 꺼내 보았습니다.
“귀하는 대한민국의 민주헌정질서 확립에 기여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회복, 신장시켰으므로 이 증서를 드린다”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바로 이 일을 지금도 계속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사건에서 한의사협회의 밀정 오○두와 김○홍의 활동 내용과 고발장과 경찰의 수사기록, 압수수색영장까지 보면 한의사협회가 손중양을 정면으로 조준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저 손중양을 김남수 선생처럼 보건범죄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으로 몰아 활동을 못하게 발목을 잡으려고 했던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저는 앞서 진술서에도 썼지만 저는 지난 20년 동안 민족의 전통지적자산인 침뜸을 일반 국민들이 널리 활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한자의 말뜻 그대로 방조(幇助) 활동을 다각도로 전개해 왔습니다. 침뜸을 배타적으로 독점하려는 한의사협회에서 보기에는 손중양은 사회적으로 매장시켜야하는 존재였을 것입니다.
수사과정과 공소기록에는 저와 모듬살이 사무국장이 부부라는 점을 은근히 강조했습니다. 보건범죄 부부사기단으로 몰아가려는 의도였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저희 결코 부끄럽지 않습니다. 평생 턱없이 부족한 생활비로 어렵게 가게를 꾸려나가면서도 그래도 정의로운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금 이렇게 정식재판을 청구하여 재판을 하는 것도 침뜸 관련 제도를 개선하여 보다 효과적으로 우리의 전통의술을 널리 활용할 수 있도록 도우려는 ‘방조활동’의 일환입니다. 바로 그 ‘민주헌정질서 확립에 기여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회복하고 신장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2. <맹자>에는 인의(仁義)를 말하지 않고 이익을 거론하게 되면, 모두가 이익을 다투어 끝내 나라가 위태롭게 된다고 말합니다. 인(仁)을 실천하는 봉사활동가와 의(義)를 구현하고자 하는 시민운동가를 범죄자로 몰고, 이권을 추구하며 불의(不義)를 행하는 자들의 편을 드는 판결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승복을 하지 않습니다.
지난해 연말 송년모임 때 모듬살이연대 대표님이 그동안 침뜸봉사활동을 하다 고발을 당한 분들에게 인술실천상을 주었습니다.
그 내용은 “귀하는 그동안 이웃이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자연요법으로 돕고, 제도의 오류로 인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흔들리지 않고 인술을 실천하여 주위에 모범을 보였습니다. 이에 귀하의 따뜻한 마음과 굳건한 봉사정신을 오래 기억하고 기리기 위하여 이 상장을 드립니다.”라는 내용입니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하는 말은 그 외형이 아니라 마음 씀씀이와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하는 말일 것입니다.
모듬살이연대 회원들은 상대방과 대놓고 맞서 싸우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잘못된 제도를 고치기 위해 나서서 시위를 하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결코 부당한 처벌에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스스로 떳떳하기 때문에 봉사활동을 계속할 뿐입니다.
자신들의 이권을 위하여 끊임없이 고발을 하는 이익집단을 아름답다고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공익단체의 활동을 자신들의 이권에 반하는 행위라 하여 밀정까지 심어 사찰하도록 하고, 범죄자로 몰아가는 이러한 한의사협회의 행위는 참여로 비열합니다. 자신들의 이권을 위하여 다른 사람의 인권은 전혀 아랑곳 하지 않는 범죄적 행각이라고 할 것입니다.
이들 한의사협회와 대조적으로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침뜸봉사를 하시는 분들에게 국가에서는 훈장 주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은 이웃 사랑을 실천하고, 이 나라 침뜸의 맥을 잇고, 국민건강에 이바지 하고, 건강보험재정을 절약하고, 이익집단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고, 고발을 당해도 떳떳하고 당당하게 정의를 주장합니다.
이상진 선생님이 처음 조사 받으러 가게 됐을 때의 일입니다. 어르신이 처음으로 파출소로 잡혀 간다는데 혼자 가시도록 할 수 없어서 제가 경찰차에 동승을 했습니다. 파출소로 가는 중 이상진 선생님이 손을 모으시더니 십자가 성호를 그리셨습니다. 그러고 나서 ‘김대건 신부님도 박해를 받으셨지’라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천주교를 믿는다는 이유로 목이 잘리기까지 한 실로 야만적인 박해가 있었습니다. 그 고난 위에서 지금의 자유가 얻어진 것입니다.
지금 여기 이상진 선생님은 전해 내려온 민간요법으로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인술을 실천했는데 범죄자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세월이 흐른 후 이상진 선생님이 고발을 당하고 재판정에 선 사실에 대해 역사는 어떻게 기록할까요?
이상진 선생님이 우리 모두의 십자가를 짊어지게 되셨습니다. 참으로 선량한 대한민국 국민인 이상진 선생님이 죄가 있다고 판결을 하신다면 이 나라는 사랑과 정의가 갈수록 사라지게 되고 서로 이익만 다투는 나라가 될 것이고, 마침내 위태로운 지경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이도 저도 아닌 선고유예는 저희들을 더욱 욕되게 하는 판결이 될 것입니다.
3. 필리핀에서 침술원 부원장으로 근무하신다는 한국인 여성 침구사를 지난 2월 인사동에서 만났습니다. 한국에서 침뜸을 배우고 이걸로 필리핀 대체의학청에서 침구사 자격을 인증 받고 침구클리닉에서 2년째 침뜸진료를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필리핀 생활이 어떠냐고 묻자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라고 했습니다. 한국에서 침뜸을 배웠으나 배운 걸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가 없는데 필리핀에서는 배운 인술을 활용할 수가 있어서 삶이 즐겁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직업선택의 자유가 이런 거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필리핀 뿐 만이 아닙니다. 스페인에서는 한국의 재야 침구인들에게서 침술을 배워서 태권도 사범으로 나간 재외동포들이 침구사로 전업하여 스페인에 한국 침구술을 전파하고, 현재 300여명의 한국인 침구사들이 2만 여명의 스페인 침구업계를 지도하는 위치에 있다고 합니다.
이들 중 스페인 침구협회 회장을 맡고 계시는 송달용 선생님은 “이제 고국에 가서 침뜸봉사를 하며 여생을 보내고 싶은데 한국에서는 그 길이 봉쇄되어 있어 너무나 안타깝다”라는 말씀을 최근 스페인을 방문한 저희 허임기념사업회 국제협력위원장님을 통해 전해 오셨습니다.
한국의 민간침구인들은 일종의 난민입니다. 민간에서 수 천 년 혹은 수 만 년 전해 내려온 전통요법으로 무료봉사하는 것도 처벌하는 나라의 난민 말입니다.
과거 5.16군사정부, 이른바 국가재건최고회의가 1962년 3월20일 발표한 의료법에서 침구사제도 관련 조항을 아무런 대책 없이 삭제해 버렸습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우수한 이 나라 침구인들을 남한에서는 한 차례도 제도권으로 수렴하지 않고, 배제를 시켰습니다.
수천 혹은 수만 년 전해 내려온 전통요법인 침뜸은 이 재판정에 계신 분들을 포함하여 국민 모두의 공유지적자산입니다. 제대로 된 입법절차도 없이 국민의 0.04%도 안 되는 한의사들만 배타적으로 독점하도록 한다는 것은 정당성도 없고 합리적이지도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의사협회는 민간침구인들에 대한 정부의 제도적 차별을 등에 업고, 제도권에서 배제된 침구인들의 무료봉사활동 조차도 위법으로 몰며, 널리 민간에서 전수되어온 침뜸에 대해 접근조차 못하도록 고발을 반복합니다. 그리고 한의사들만 침뜸을 배타적으로 독점하는 구조로 점차 고착화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강자가 된 한의사 집단이 침뜸을 독점하려는 과정에서 민간 침구인들에 대한 차별은 더욱 심화되어 왔습니다. 정부(보건복지부)는 대놓고 한의사 집단만을 편들고, 한의사협회는 이러한 차별정책의 앞장에 서서 밀정까지 고용하여 반(反)인권적인 사찰까지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민간침구인에 대한 보건복지부(한의약정책과)의 차별에 의해 △국가의 침구사 양성화 정책은 저지되고, △민간침구인들에 대한 편견이 조장되고, △제도개선 요구는 끊임없이 묵살됩니다.
제도권 내의 직업으로는 인정받지는 못했지만 수많은 민간침구인들이 대한민국의 선량한 국민으로서 엄연히 실존하고 있습니다. 합리적 근거도 없는 차별정책으로 인하여 국가가 이들을 사회적으로 소외시키고 있습니다.
차별은 불평등을 낳고, 불평등은 불공정사회의 원천이 되어 강자와 약자를 낳고 사회정의를 왜곡시킵니다. 그리하여 강자는 이권을 독점하고, 약자는 소외되며 인권침해 받게 됩니다.
판사님께서도 차별과 인권침해가 사라지고, 사회정의가 실현되기를 그 누구보다도 희망하시리라 믿습니다. 민간 침구인들에 대한 제도적 차별과 인권침해가 더 이상 계속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본 건에 대하여 헌법재판소에서 심판할 수 있게 위헌법률심판제청을 결정해 주시기를 간곡히 요청합니다.
2019년 5월 1일
손중양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