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은 해방과 625동란을 격으면서 황해도나 평안도 사람들이 많이 정착한 도시입니다.
개항이 가장 먼저된 도시고 서울을 배후지로 두고 있다보니
항만과 이를 둘러싼 창고와 공장등이 일찍부터 발달한 도시이죠.
북에서 내려온 사람들은 해방이전에야 먹고 살기위한 막노동꾼들이 주였다면
동란을 전후해서는 해방후 5년간의 사회변혁을 몸소 겪은 사람들이 다수가 아닐까 생각됩
니다.
동란이 정전이 아닌 휴전으로 막을 내렸어도 많은 사람들이 분단상태가 잠시간의 일이지
영구히 계속되리라 생각하진 않았나 봅니다.
동쪽으로는 속초에 북을 고향으로 둔 실향민이 많이 몰리고
서쪽으로 인천에 많이 몰린 이유가 휴전선이 열리면 조금이라도 먼저 고향땅을 밟아 보겠
다는
열망이 있기 때문이겠지요.
물론 휴전선이 다시 열리지 않는다 하더라도 조금이라도 고향의 냄새가 공기에 묻어 올
것만 같은 지역에서 살고 싶은 욕망들도 있었겠지요.
이런한 실향민들이 많다보니 그들이 모여 살던 동네도 인천에 있었지요...
제가 어릴 때 어른들한테 많이 듣던 월남촌이 아마도 그 동네를 가리키는말이었던 것 같
습니다.
속초에도 함경도에서 내려온 많은 분들이 모여살던 마을이 아직도 남아있는데 아바이 마
을이라고 부릅니다.
실향민들이 많다보니 그들이 고향에서 먹던 음식들이 인천에도 많이 퍼졌는데
그 대표적인 음식이 냉면입니다.
인천에서 냉면하면 유명한 곳이 주안사거리 뒷골목에 자리한 옹진냉면과 남동세무소 앞
의 백령사곳냉면이 유명하지요...
식당 이름에 들어간 지명을 보면 625동란전에 모두 북쪽에 위치했던 동네입니다.
백령도는 황해도 해주에서 10킬로도 안떨어진 곳이고 옹진군의 중심인 덕적도나 대청도
소청도 모두 황해도와 아주 가까운 곳입니다.
만수시장에도 있고 구월동에도 있는 제가 잘 가던 냉면집의 이름도 황해도냉면입니다.
그러고 보면 냉면으로 유명한 집은 전부 지명이 붙어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유명했던 숭의공구상가에 위치한 평양옥이란 냉면집이나
식민지시대 때 명동에서까지 배달시켜 면억다던 경기면옥-아쉽게도 제가 20대때 문을 닫
았습니다.-등도 다 지명이 상호에 들어가 있습니다.
냉면하면 겨울음식이다 여름음식이다 말들이 많지만 제가 잘 아는 냉면집 주인에게 듣기
로는
냉면은 햇볕이 좋은 날 먹고 싶은 음식이랍니다.
겨울이든 여름이든 햇살이 눈부시게 빛나는 날, 한마디로 쨍하고 해뜬 날이면 손님이 엄
청나게 많답니다.
물론 흐린 날은 절반이상 빠져서 썰렁한 느낌마저 드는 공치는 날이란 말도 하더군요...
이런 음식인 냉면-사실 이 집은 냉면이란 말은 안쓰고 막국수, 모밀국수란 말을 쓰지만
제가 보기엔 그냥 냉면이라 해도 큰 차이는 없는 것 같습니다.-을 비가 추적추적 내리
는 날
소래해양생태공원에 다녀 오면서 먹으러 갔습니다.
서민들이 바라는 음식점이야
첫째가 맛이요
둘째가 가격이요
셋째가 양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누구는 뭔 서민이 첫째가 맛이냐 양이나 가격이 우선 아닐까 하지만
생존의 벼랑끝에 서있지 않는 한 맛이 최우선이라 저는 생각합니다.
하여튼 이 세가지 서로를 죽이지 않고 밀어주면 금상첨화가 아니겠습니까?
비 오는 날 남자 넷과 아이 하나 껴서 다서이 찾아간 그 곳은 지명을 이름으로 하진
않았지만
지명 모두를 합친 것과 같은 이름인 고향모밀촌입니다.
일단 이름에서 풍기는 푸근함이 고향집 안방에 앉아 밥상을 받을 때의 그 여유로움을 줍
니다.
벅쩍지근한 건물도 아니고 커다란 집도 아닌 번듯한 옆집에 괜스레 낑겨있는 듯한 식당-
사실 바로 옆에 커다란 가든풍의 냉면집이 있습니다.-의 풍경은 2005년의 도회적 풍경보
다는 1980년대의 기억속으로 우리를 잡아 끕니다.
좁은 식당에 넘치는 손님들을 받기위해 늘어 놓은 길가의 탁자들이 오늘은 내리는 비님
에 젖여 해뜰 날을 기다리고 있더군요..
식당안에 걸려있는 식단에 가격표가 일단 마음을 편하게 해줍니다.
모밀국수 3000원
모밀막국수3000원
만두8개 2000원
유부초밥 2000원
냄비우동2000원.
비빔모밀국수 3500원
일단 다른 집보다 1000원 정도 가격이 허름합니다.
만두두개, 유부 하나,모밀 막국수 세개,모밀국수 하나를 시킵니다.
이 집을 소개한 제가 맛이 어떠냐고 물으니 나린이 아빠가 한 마디로 맛을 평가합니다.
"냉면을 좋아하는 나는 아무 곳에서나 냉면을 먹지 않습니다. 인천에서 냉면 먹는 집이 두 곳 뿐인데 이 집도 맛나네요..."
사람마다 입 맛이 다 다르니 나린이 아빠님의 입맛이 절대평가는 아니겠지만 네사람의 의
견
모두가 맛에 별 이의가 없었습니다.
인천에 모밀국수하면 간석동의 모밀방과 청실홍실을 이야기하는데 이집도 맛에서는 결코
뒤로 놓을 수는 없다는 생각입니다.
그렇다면 마지막 양은 어떤가인데...
정인이 엄마의 말을 빌자면
"여자에게는 많고 많이 먹는 남자에게는 좀 작지 않을까?"입니다.
점심을 굶고 소금창고에서 씨레이션을 안주삼아 소주 두병으로 때운 남자들은 온사리 하
나를 추가했지만 양은 결코 작진 않았습니다.
이렇게 배 부르게 먹고 일어나기 위해 십시일반했지만 약삭빠른 두 분에게 나온 일만원짜
리 두장으로 거스름돈도 없이 다 해결했습니다.
이후 후식으로 차한잔 하러 갔습니다만 추위에 떨면서 마신 소주에 배뜨시게 먹은 저녁
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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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을 차 한잔 하다 그냥 눕게 만들었습니다.
첫댓글 대단합니다요... 미화 씨도 갔었나? 이상하다. 인원이 안 맞네.
맛있다는 말만 이곳 저곳서 들었는데 언제 먹어보나...
이런 일이...이 집은 꼭 가봐야 겠네요
그날 안 갔어요.전에, 내가 사는 동네라 가 보았더랬습니다.올해는 3000짜리 막국수를 먹었습니다.사람들이 많이 와서 저녁 늦게 가면 이거밖에 안될 때도 있어요.모밀보다는 쫄깃한 냉면이라는 게 맞을 듯.가격대비 맛 괜찮음.
저도 지나다 봤는데, 맑은날 좁은 인도에 사람 다니기도 힘들게 탁자 내놓고, 바로 옆으로 자동차가 쌩쌩다니는데, 차 안에서 손 내밀면 다을듯 한 그 풍경이 그리 좋지만은 않았습니다. 싸다는 이유로 먹는 행위를 가볍게 여기는 건 좀...
저는 길가 탁자에 앉아 먹는 것이 삭막한 길에 활력과 서정을 불어넣어 준다는 느낌이었는데....물론 인도가 좁아 통행인에게는 불편을 주겠지만 먹는 행위가 가벼워진다는 느낌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