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일구는 사람들_김주성 님(강원 양양군 현남면)
산골에 자리 잡은 단순명료한 삶
깊고 깊은 산골, “우리마을”
집 근처에 널린 사발조각이 예측컨대 조선 시대 것 이라 하니 꽤 오래 전부터 화전민이 일구어놓은 터 위에 자리 잡은 김주성 씨의 집은 깔끔한 감각이 돋보였다. 몇 차례 태풍으로 훼손된 집을 산 속 생활에 딱 맞춰 수선하였다. 툇기둥을 내어 만든 마루 중앙에 커다란 돌을 그대로 살린 상(床)은, 찻잔을 내려놓을 때마다 산으로 둘러싸인 집의 고독한 적막을 부추기거나 가라앉혔다. 이곳의 적막은 하월천리 입구에서 다리를 건너 2km쯤 되는 좁고 험한 길을 따라 들어오면서부터 감지한 것이었다. 그만큼 깊은 산골이다.
“우리마을”은 화전민 집을 수선한 집 3동, 펜션운영을 위해 지은 방 6개짜리 건물 한 동, 맑은 물이 흐르는 작은 계곡, 주인장이 손수 만든 나무다리와 탁자들, 작물 재배용으로 지어놓은 하우스 2동 등으로 이루어진 개인 농원이다. 이곳에 2004년에 들어와 터를 잡았다. 2000년, 터를 매입한 이후 수시로 찾아와 제2의 인생을 계획하였다고 하니, 어언 십년의 인연이다.
나의 꿈은 휴양치유 한방 산림촌
김주성 씨의 비전은 “휴양치유 한방 산림촌 우리마을”을 만드는 일이다.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도시에서 광고, 기획, 생활한복 등 여러 사업을 하면서 숱한 흥망을 거쳤다. 혹독한 체험은 새로운 꿈을 주었다. IMF 당시 의료기관의 장기파업으로 환자가 고통 받는 현실을 목도하면서 휴양치유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 발상을 실현하고자 들어온 곳이 강원도 양양 현남면 산골이다.
그는 이 사업을 정신문화 영역으로 해석한다. 하월천리의 350여만 평의 국유림과 우리마을 사유지에 아트타운, 오지체험마을 등을 함께 만들어 휴양치유뿐 아니라, 우리 문화 정신유산인 충․효․예를 지키고 확산하고자 한다. 그는 양양군 농산어촌관광대학과 지역재단 농촌지역리더교육과정을 수료하였고, 틈나는 대로 국내외 농촌을 둘러본다. 특히 지난 겨울엔 아내와 함께 2,000km에 이르는 농촌순방을 다니며 농촌의 현실을 목도하고 새삼 꿈을 다졌다. 강원도 지역리더 모임 간사 일을 하면서 함께 농촌의 앞날을 모색하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수동권역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 추진위원으로 궂은일에 앞장서며, 지역 농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주민 9명에게 각종 교육을 받도록 권하였다. 그에게 이 모든 과정은 비전을 향해 가는 도정이다.
나에겐 동반자가 있다
돌상을 오르내리던 찻잔이 비어가고 집 옆 대숲을 스치는 바람소리와 실 계곡 물소리가 적막에 익숙해진 귀에 선명히 들려온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내내 앞뜰에선 안주인이 묵묵히 야생초를 다루고 있다. 이런 꿈을 가진 사람에게 아내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동반자로서 뜻을 인정하고 공유하며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묵묵히 함께 있어주어야 한다. 김주성 씨가 기억을 더듬는 질문을 던지면 간간이 답을 할까, 내내 말없이 흙을 만지는 아내의 모습이 고독하고 적막한 이 산골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슬쩍 사모님이 반대하지 않았냐는 질문을 던졌는데, 돌아온 답은 역시 본인만큼 이런 삶을 동경했고, 즐긴다는 것이다. 그랬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 첩첩산중에 쉬이 들어올 수 있겠는가. 안주인은 석축 사이 곳곳에 피어난 야생화의 아름다움과 생명력을 상징하는 듯하다.
집안으로 들어간 안주인은 조금 후, 늦은 점심을 내놓았다. 정갈한 밥상이다. 군더더기가 없다. 인체에 필요한 양만큼 담겨진 밥그릇과 찬그릇은 산골에 사는 사람들의 소박함이다. 김주성 씨는 산골음식에 대해서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아내에게 산에서 나는 식물을 장아찌로 만들어보라는 숙제를 냈다고 한다. 취, 감, 밤, 머위 등은 무엇이든 훌륭한 발효식품 재료다. 이런 것들이 널린 “우리마을”에서 음식을 개발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정신과 행동양식에 영향을 끼치는 먹을거리는 치유와 문화요소로 점점 더 주목받고 있다. 약선(藥膳)에 대한 이런 준비는 향후, 휴양치유 한방촌과 정신문화 개발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반찬의 주를 이룬 장아찌는 맛이나 깔끔함에서 그 가능성이 충분해 보였다.
시련과 고통을 뚫고 나온 단순함
“우리마을”은 복잡하지 않은 단순함을 가지고 있다. 이 단순함은 시련과 고통을 뚫고 나온 연금 혹은 우화의 단순함이다. 정돈된 마당만 해도 그렇다. 얼마나 많은 손길이 닿았기에 이런 산중이 이렇듯 정리되었는지는 상상으로 가늠할 수 있다. 리모델링한 집과 펜션동의 깔끔함도, 조그만 화분에 담긴 야생초의 순박함도, 치열한 중심이동을 거쳐 쌓아올린 수많은 돌탑도 인고의 노동과 시간을 요한 것이었다. 아까 밥상에 오른 찬들도 오랜 숙성을 거친 후에나 볼 수 있는 정갈함 아니었던가. 하지만 단순함의 절정은 다른 데 있다. 바깥세상에서 영화와 좌절을 반복한 격한 굴절을 겪고, 이제는 하늘아래 텃밭에 앉아 김을 매고, 툇마루에서 미래에 지어질 집에 들일 가구를 깎으며, 쉼을 찾아온 손님맞이에 성심을 다하는, 그렇게 첩첩산골의 긴 시간을 꿈을 향한 도정으로 대치하는 두 사람의 삶이다. 새벽녘 꾸역꾸역 어떤 구멍을 빠져나와 직선으로 관통하는 햇빛처럼 단순명료한.
“우리마을”, 돌처럼 자리 잡아라
농촌에는 사람이 필요하다. 많은 사람이면 좋겠으나, 꿈과 용기를 가진 한 사람이 더 소중한 시점이다. 꿈은 시대를 앞선 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 남이 생각하지 못한 일을 꿈꾸고, 꿈꾸나 도전하지 못하는 일에 뛰어드는 용기를 지닌 단순한 한 사람이 절실하다. 대화를 마치고 기나긴 길을 되돌아 내려오는데, 들어설 때 무심히 스쳤던 “우리마을”이라고 쓴 커다란 돌 표지판이 눈에 찼다. 양양 수동골 깊은 산중에서 미래를 모색하는 김주성 씨 내외가 바로 그런 사람들이길, 꼭 꿈을 이루어 저 돌처럼 굳게 자리 잡길 소망했다.
글 : 심현섭(지역리더)편집위원/ 두루지역디자인(주) 대표이사
淸淨 펜션 “우리마을” 소개
주소 : 강원도 양양군 현남면 하월천리 24
연락처 : 집 033-673-2202 HP 011-789-2202(김주성)
카페 : http://cafe.daum.net/woorimaeul2202
홈페이지 : http://www.woorimaeul.net/
이메일 : kjswoori@hanmail.net
첫댓글 작은 거인, 김주성, 화이팅!
작은 거인, 김주성,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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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꼼 꼼하게잘~기록 되었네?아~가고싶은데 몸이 이러니, 답답하다무은을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