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런 식의 선언문 적는 것을 별로 좋아하진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왜 이런 짓을 하는지에 대해 개략적인 설명은 필요하리라 생각했습니다.
초안 정도이니 여러분의 의견을 내주시면 종합해서 우리가 산책하는 이유에 대해 우리들만의 지향점이나 입장정도는 정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러분의 의견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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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모임 비상+독서프로젝트 산책
도시산책프로젝트 선언: 우리는 왜 도시를 산책하는가?
우리들의 산책은 크게 세 가지 전략을 택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산책을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지평을 1) 비판하고 반성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문젯거리들을 2) 해체하는 것이며, 최종적으로 이러한 해체가 생산적 작업으로 전환되도록 하는 3) 상상하고 구성하는 작업이 있습니다. 연구모임 비상의 이름이 비판과 상상력이라는 것 역시 도시 산책을 통해 드러나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도시 내부의 산책은 앞으로 도시 외부의 산책으로도 체계적으로 연결될 것입니다. 기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전략1. 비판하고 반성하기
- 부산이라는 지역은 한국에서 비대칭적으로 전개되는 중앙과 지역이라는 구도와 상처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하는 산책은 이러한 권력구도를 해체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지역에 펼쳐진 중앙의 힘들을 찾아내고 반성하고자 합니다. 이는 전략 3에서 지역의 활력을 위한 반성적 권력구성과 연결되리라 생각합니다.
- 흔히 도시에서 도시민으로 살려면 수없이 많은 외부적 자극들에 어느 정도 면역이 되어야만 합니다. 이를 ‘시민적 무관심’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지요. 그러나 이러한 시민적 무관심과 원자적이고 개인주의적인 삶이 기어이 도시민으로 사는 자기 자신에 대한 무관심과 무감각으로 곧잘 연결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우리의 산책은 이러한 시민적 무관심을 반성하고 이를 탈피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전략2. 해체하기
- 도시라고 하는 공간은 자본과 자본의 권력을 구현하기 위해 기능적으로만 분절된 공간입니다. 이러한 공간은 결국 기능적인 인간을 산출하였고, 그 덕에 관계성을 잃어버린 비인간적인 인간들이 생산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어쩌면 도시라고 하는 곳은 이러한 인간을 양산하는 거대한 인큐베이터 또는 메트릭스에 다름 아니지요. 우리는 산책을 통해 이 도저(到底)한 메트릭스에서 벗어나고자 합니다. 따라서 우리가 하는 산책은 기능적 도시에서 공통적인 삶이 삭제된 채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을 교란하는 작업이 될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기능적인 공간으로 고착되어 있는 도시의 정체성을 탈피하려는 노력이 될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교란 작업은 근대성(기능주의적이고 목적합리적인 도식)으로부터 벗어나는 일이기도 합니다.
- 이와 아울러 산책은 도시가 갖고 있는 스펙터클한 이미지에 균열을 내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산책은 서로를 기능적으로 쳐다보는 시선을 부끄럽게 할 것이며, 이를 통해 새로운 응시와 새로운 이미지를 생산하는 활력을 창출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이 도시를 어떤 시선으로 응시해야 하는 것일까요?
- 우선 이러한 응시는 우리 옆에 있는 일상적이고 소외된 것, 그래서 무관심하게 지나쳤던 것을 새로운 의미를 가진 것으로, 심지어 일종의 새로운 계시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일 겝니다. 그래서 우리가 하는 해체의 작업과 병행하는 응시가 냉소로 전락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덕분에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일상이 새로운 의미를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가득 찬 거대한 도서관임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누구에게든, 어디서든 우리가 듣지 못하고 알지 못했던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그런 책이 꼽혀 있는 도서관 말입니다. 이는 저희 모임이 왜 독서모임 산책에서 도시산책 모임으로 연계되는지를 설명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산책을 통해 이러한 메시지와 이야기를 발견하고 듣는 것을 우리는 일상의 메시아를 발견하기라고 부를 수도 있지 싶습니다. 이는 기어이 자본의 틈새와 자본에 의해 식민화된 삶을 해방하는 방편이 될 것이며, 이러한 방편이 실패와 몰락으로 연결된다고 하더라도 부질없는 일이 아니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산책 이후 이러한 실패와 몰락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소통하게 될 것입니다. 더 이상 우리의 것이 아닌 희망에 거름을 주기 위해.
- 그렇다고 우리의 산책은 산업으로서의 투어리즘과는 거리가 멉니다. 투어리즘으로서의 산책은 기능적 도시의 기능성을 한층 더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산책은 이미 탈산업화되어 있고, 탈자본화 되어 있습니다. 뭐랄까? 일종의 공정산책이라고나 할까요? 이러한 산책은 심지어 자본화된 시간 거부하는 활동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천천히 산책하고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산책일 테니 말이지요.
전략3. 상상하고 구성하기
- 앞서 일상(日常) 속에 숨은 비상(非常)을 발견하고 소외된 것을 응시할 수 있기 위해 우리는 고고학적이고 역사학적인 (통시적) 시선이 필요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통시적 시선을 보완해줄 사회학적이고 문화지리학적인 (공시적) 시선 역시 필요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시선을 통합하기 위해 철학적 해석과 비평을 곁들일 것입니다. 이는 결국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의 지평에 대한 지식을 얻는 것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 이렇게 발견된 지식이 산책하는 개인의 것이기만 할까요? 우리는 결코 혼자 산책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함께 걸음으로써 원자론적이고 독백적 개인주의의 결을 느슨한(?) 공동체주의로 끊어버리려 합니다. 물론 우리의 산책은 우리가 걷는 곳에 거주하는 지역의 거주민들과도 함께 소통하고 교류활동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교류는 앞서 언급했던 기능적으로 분절된 공간과 인간의 관계를 새로운 방식으로 이어줄 수 있을 것이며, 이러한 관계는 반드시 새로운 활력과 지식을 생산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아마 우리가 남긴 발자국이 새로운 결이 된다면 더 없이 좋겠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산책은 이미 처음부터 정치적인 것이라 하겠습니다.
- 아마 위와 같은 산책을 통해 생산된 지식은 단순히 삶의 맥락과 끊어진 채 추상적으로 획득된 지식과는 다를 겝니다. 따라서 우리가 산책을 통해 생산하게 될 지식은 우리가 읽었던 책을 완성하는 실천이며, 내가 추상적으로 얻은 지식을 기어이 삶에 착근(rooted) 시키는 실천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실천은 우리가 걸었던 지역을 새로운 시선으로 그림으로써 새로운 지도를 생산해내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지도그리기는 기어이 다양한 지역 정체성을 생산하는 데 활력을 제공할 것입니다. 이러한 지역 정체성은 내가 가진 자아 정체성에도 활력과 역동을 가져다 줄 것입니다. 그렇다면 산책 역시 일종의 정체성 정치에 해당하는 셈입니다.
- 이렇게 생산된 정체성은 또한 타지역의 산책하는 활동을 통해 타지역과의 역동적 상호작용을 가져오리라 믿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산책은 비단 도시 내부와 소통하는 것뿐 아니라, 도시 외부와 소통하는 것이라는 사실 역시 유념해주시기 바랍니다.
- 이러한 산책이 가져다준 이론적 활동과 실천적 활동은 최종적으로 우리 삶에 대한 스스로의 역량을 키우는 일이 될 것입니다. 이는 개인의 자율성과 정체성의 활력을 생산하는 일일 테지만, 이러한 존재들의 소통과 상호작용은 우리의 공통적 삶에 대한 활력을 이어지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공통의 활력을 생활정치라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생활정치는 비단 공식적 정치의 활력만을 의미하는 것을 넘어 문화적 사회적 삶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다시 개인의 인성을 풍성하게 하는 자원이 될 테고요. 아마도 활력을 얻은 인성과 활력을 얻은 공통의 정치-문화-사회적 삶은 지속적인 순환성과 동근원성을 확보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활력은 관이나 기업에 우리의 삶이 어이없이 고사(枯死)되는 상황을 거절하게 될 것입니다.
도시 산책프로젝트는 아주 작은 걸음들이 모인 작은 활동입니다. 그러나 우리 스스로가 우리의 상상력과 활력을 애써 무시하지 않는 한, 이미 작은 활동이 아닐 겝니다. 따라서 우리는 레닌과 지젝의 말을 비틀어 이렇게 대답하고 싶습니다. “걷고 또 걷고 계속 걸어야 한다.”고.
첫댓글 이 프로젝트에 함께하고 싶으면 어떻게 하면 되나요? 오늘 처음 가입을 했는데 ..
아 네... 연락처와 메일을 주시면 저희들이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음... 이건 거의 번개팅이기 때문에 불시에 시작하게 되어서 말입니다. 물론 시작하기 전에 충분히 시간을 두고 공지를 하지만 말입니다. 일단 제 메일로 연락저(전화번호와 메일 그리고 정확한 성명을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제 메일 주소는 forward73@daum.net 입니다.^^
오늘 가입했는데 혹시 지금에라도 함께 가능한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