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비싸도 관리 못하면 헌신짝일 뿐>
- 예전엔 산에 가기로 마음먹은 사람이 가장 먼저 준비하는 장비는 등산화였다.
그만큼 신발의 중요성이 크다고 사람들은 생각했을 텐데, 때문에 새 등산화를 길들이기 위해
정성스레 왁스를 바르고 품고 자던 풍경도 있었다.
하지만 실상 요즘은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장비가 풍족해진 때문도 있거니와, 등산문화가 그 양적 성장을 따라오지 못한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한두 푼도 아닌 등산화인데 창이 떨어졌거나 옆구리가 좀 뜯어졌다고 그냥 버릴 수야 있으랴.
등산화 수선 전문업체 ‘빅스톤 리페어(cafe.daum.net/bigstonerepair)’를 운영하고 있는 국윤경씨는
이런 ‘헌신짝’들만 상대하는 사람이다.
구겨 신어 너덜너덜해진 뒤꿈치도 발가락이 튀어나올 지경인 밑창도 그의 손을 거치면 모두 새신으로 거듭난다.
가히 달인이라 할 만한 손놀림이다.
그가 신발과 인연을 맺은 건 어느덧 30여 년째,
그전엔 유명 구두업체에서 설계와 생산을 관리하는 일을 했지만 80년대 말부터 시작한 클라이밍과 함께
그의 관심사는 자연스레 등산화로 옮겨갔다.
주로 암벽화 창갈이로 시작해 2006년 빅스톤 리페어를 설립한 그는 이제 일반 등산화뿐 아니라 리지화,
빙벽화, 스키화에 이르기까지 종류불문하고 다루고 있다.
현재 사레와, 마무트, 바스큐, 이벌브 등 주요 등산장비 업체에서 수입하는 등산화 A/S를 대신해주고 있는데,
빅스톤 리페어를 거쳐 가는 물량만 월 1천여 켤레에 달한다.
봄가을 등산철이 오면 더욱 바빠지는 터라 아예 개인적으로 찾아오는 사람들은 돌려보내는 그이지만, 실상 국씨는 사람들이 등산화를 보다 아껴 신기를 바랐다.
“등산화도 곧 장비이고 어떻게 보면 어떤 장비보다도 더 중요한 것인데,
다른 장비 아끼는 것처럼 대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수리를 맡겨오는 것들 대부분은 사용자 부주의로 망가진 것입니다.
등산화를 고를 때부터 이 신발이 어떤 특성과 기능을 가지고 있는지 잘 파악하고
유지관리 하는 게 비싼 등산화를 사는 것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옷이나 장비욕심을 낼 때 무릇 산쟁이는 그런 것으로 티내는 것이 아니라고 선배들에게 배웠다는 국윤경씨.
그는 그런 산쟁이의 내공과 정신으로 그 ‘헌신짝’들을 대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고충은 있다.
“100켤레 수선의뢰가 들어오면 그중 5켤레쯤만 세탁이 되어있더라”는 게 그것이다.
빅스톤 리페어 02-352-6000 010-5310-3732
글\사진 이영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