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관 시인이 본 53선 지식 28차 7. 남산턱에 핀 진달래
남산 턱에 핀 진달래
빼앗긴 땅에서도 피었던 꽃
아직도 되돌리지 못하고 있는데
진달래 너는 봄이라고 꽃을 피우느냐?
아무리 가난해도 그날에 우리는 행복
하나가 된 땅에서 사는 것이란 자부심 있어
누구에게도 당당한 모습으로 살았던 시대
대자연의 자존을 위하여 한 몸으로 이끌던 수래같이
걸림이 없는 지존의 칼을 차고 달리던 장군만
아득히 먼 날에 있던 그 용맹스러운 민족
그러한 민족이 어이하여 파라데 날고 있는
시궁창 같은 땅이 되고 말았느냐?
이말을 듣고 있느냐 진달래야
고구려 장수들이 말을 몰고 달리던 벌판에
족보가 다름을 찬양이라도 하는 듯이
인간을 주살하는 로마 병정 같은
그런 투구를 뒤집어쓰고 달려들어
아무런 쓸모없는 기구를 굴리면서
죽은 자들에게 머리를 팔아 삶을 찌우는 이들
그들이 인간이라고 말할 수 없는 사연을 기억하게
그렇게 말하면서 달려드는 개구리처럼
소리를 지르고 있구나
지금 진달래꽃이란 이름으로 피어있는데
바람이 불어와 진달래꽃을 바라보면서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선언을 하고 있는데
잠이 오는 밤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네
진달래꽃이란 이름을
선양하고 있음을 말하고 있어
피를 흘리지 않고 빼앗으려는 음모
그러나 피를 빨아 먹는 자들을 비판한다.
노동하지 않고서는 먹지도 말라는 노승의 진언처럼
일하지 않는 자들을 비판하고 있는 것이지만
노동자들을 위한 발언은 아니다.
노동자를 찬양한다면 진달래꽃은
자신에 범죄적 행위를 바라보고
춤을 추는 자들이 있을 것인데
아직은 그러한 행을 하지 못하고 있네
한때는 소리를 지르지 않고서도
자신에 존재를 성찰하던 이들도
지금은 기 가빠 저 있어 숨을 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몸이다.
잃어버린 땅을 다시 찾아 나서는 꿈
남산 턱에 피어있는 진달래꽃을 바라보니
진달래라는 이름을 잃어버리고 있는 땅
지금도 바라보는 이는 누구인가?
누구를 바라보고 있는 이들이 있다면
그들은 꽃이 아니라 전사자의 몸
전사자의 몸은 누구의 몸이냐?
산을 흔들고 있는 바람이 있다면 바람을 안고
살아가는 자들을 기다리고 있는 새
새는 날개를 펴지 못하고 있음을
한 편의 시를 기록하려는 것인데
한 방울의 피라도 흘리지 않는지는
누구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냐?
아무리 바라보아도 바라볼 수 없는 진달래
남산 턱에 피어있는 진달래꽃을 본다.
진달래꽃이 너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있어
잠을 청하는 대지는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참을 수 없는 꽃이라고 말하고 있는 몸
자주의 꽃이 되어야 한다.
자주의 꽃이 되는 새가 된다.
2024년 4월 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