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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사정관의 글
2016.3.31
면접의 결정
대입에서는 학생부종합 전형이 대세라서 면접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대체로 서류를 통과하고 나면 면접이 기다리고 있다. 1단계에도 성적은 있을 것인데 면접을 보는 것은 면접으로 최종 합격자를 가리겠다는 뜻이다. 그러니 면접 결과에 따라서 합격권에 있던 수험생이 고배를 들게 되기도 하고 합격권에서 좀 멀리 있던 수험생이 합격하기도 한다. 물론 합격권에서 먼 수험생이 합격권 내에 들어오려면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면접 계절이 오면 각 학교에서는 면접 연습 기회를 제공하는 경우가 꽤 많다. 이 면접 연습 기회를 이용해서 면접을 준비하면 선생님께 감사하다는 인사만으로 합격의 영광을 얻을 수 있다. 그럼에도 사교육에 다가가야만 불안감이 해소되거나 효과적일거라고 생각하는 학부모가 의외로 많다.
일단 면접을 보려면 면접에서 무엇을 물어보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입시에 사용되는 면접은 대개 서류를 확인하는 서류 기반 면접이거나 제시문을 바탕으로 질문하는 제시문 기반 면접이 대부분이다. 고입에서는 제시문 기반 면접이 없다. 대입에서만 제시문을 주고 질문하는 방식의 면접이 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이것을 확인하지 않는다.
그래서 면접 준비의 첫 단계는 면접을 어떤 방식으로 보는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제시문 방식 면접을 봐야 하는데 서류만 재삼 확인하고 면접장에 간다면 낭패를 보게 될 것이다. 모집 요강을 잘 읽어보아야 한다. 모집 요강에는 면접 방식에 대하여 자세히 안내하고 있다. 다음은 학교 홈페이지에서 기출문제를 찾아봐야 한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선배의 경험을 찾아볼 수도 있다.
제시문 기반 면접은 제시문이 어떤 과목에 해당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면접 초창기에는 대학 교재에서 문제를 출제한 적도 있어서 고교에서는 대비가 안 된다고 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일반고 교육과정에 해당하는 과목의 교육과정에 있는 내용을 출제하므로 각 과목을 잘 이수하는 것이 대비의 지름길이다. 예컨대 물리와 화학이 면접 과목이라면 보통교과 교육과정에 있는 물리Ⅰ과 물리Ⅱ, 화학Ⅰ과 화학Ⅱ가 범위라는 뜻이다. 화학실험이나 고급화학은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대학 교육과정인 일반화학이 범위가 아닌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단지 난이도에 관해서는 유의해야 한다. 대학별로 어느 정도 어려운지는 기출문제를 보고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학에서는 기본적으로 생각할 거리 수준에서 출제할 수도 있지만 깊이 있게 생각해야 할 내용을 물을 수도 있다. 경쟁이 심한 대학은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면서 좀더 깊이 생각해야 할 문제를 출제할 것이다. 그래서 평소에 넓고 깊게 공부해야 한다.
대답은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을 말로 하는 것이므로 평소 친구들 앞에서 발표해 보고 수업 중에도 선생님의 질문에 조리 있게 대답하다 보면 충분한 연습이 될 것이다. 대답이 불충분하면 친구든 선생님이든 지적을 하거나 질문을 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 응답하는 과정에서 말하기 실력이 는다. 유의해야 할 점은 대답을 꼭 말로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답을 머릿속에만 두는 것은 대강 아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 글로 쓰면 답이 확정된다. 면접은 글로 쓴 논리적인 답을 말로 옮긴 것과 같다. 그래서 논리적으로 말하는 연습을 평상시 해야 한다.
서류기반 면접은 학교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 등에 기록된 내용의 진위를 확인하는 것이다. 학생부에 교과 수업 중 과제를 잘 수행했다, 문제점을 파악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등의 기록이 있다면 과제는 어떤 과제였으며 지원자는 어떻게 과제를 완성했는지를 물어보는 것이고, 문제점은 어떤 것이었으며 대안은 어떻게 제시했는지를 물어보는 것이다. 그러므로 서류 기반 면접의 내용은 지원자가 가장 잘 안다.
깊고 넓게 생각해서 답변할 내용은 지원자가 평소에 공부한 바탕에서 나온다. 내용은 단기간에 채우기는 어렵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평소에 관련된 자료를 찾아보고 책도 많이 읽기를 권한다.
지금 곧 면접을 보게 되는 수험생이라면 자신이 제출한 서류를 바탕으로 다양한 질문을 만들어보고 대답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대체로 학교에서는 이 대목을 많이 지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다리는 뒷 사람이 스마트폰으로 녹화를 해 주는 방식으로 연습한다는 선생님의 말씀도 참고할 만하다.
면접위원은 지원자의 태도도 보지만 답변 내용이 고등학교 교육과정 수준에서 넓고 깊게 생각한 것인지를 따지게 된다. 그러므로 태도에 너무 큰 비중을 둘 필요는 없다. 태도는 학원에서 배우지 않아도 평소에 몸가짐을 바로 한 수험생이라면 겁낼 필요가 없다.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특별한 것이 있을 리 없다. 면접관은 수험생보다는 훨씬 어른이므로 학교에서 존경하는 선생님을 대하듯 하면 될 것이다.
면접 유의 사항은 인터넷 검색을 하면 정말 많이 나온다. 한두 꼭지는 읽어볼 일이다. 고등학교 화법 교과에도 관련 내용이 있다. 진로와 직업 교과에도 일부 내용이 있다. 이 모든 것이 참고가 될 것이다. 그러나 대답하는 내용은 지원자만 채울 수 있다. 이것은 학원에 간다고 바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평소 생각의 끈을 길게 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책을 낸다. 근거를 댄다. 반론을 염두에 둔다. 이 반론이 면접 때에는 추가 질문이 될 것이다. 보완책을 검토한다. 그리고 다시 결론을 낸다.” 와 같은 방식을 권한다.
마지막으로 울렁증을 극복해야 한다. 남 앞에 서는 연습을 하면 될 것이다. 망신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질문과 비난에 직면하는 것이 다 공부가 아닌가? 스스로 내성적이고 말주변이 없다고 생각되면 성격을 바꿔야 한다고 한다. 남 앞에 나서는 연습을 평소에 하다보면 바뀐다. 그래도 떨리면 운동선수들이 큰 시합을 앞두고 심리 조절을 하는 사례를 보면 방법이 보이지 않을까?
어느 학부모가 이렇게 물어왔다.
“변별력 때문에 면접이 강화되고, 그래서 면접 준비를 위해 사교육으로 몰리고 있다는 말들을 들을 때면 지금은 버티고 있기는 한데, 아주 이따금 흔들릴 때가 있어요.”
그래서 이렇게 간단히 답을 했다.
“학생이 스스로를 개혁해야 해요. 적극성과 열정. 도전. 어려운 문제를 다각도로 평가해서 결론 내릴 줄 아는 역량. 쉽게 말하면. 좀 나대고. 잘 어울리고. 얼지 말고 발표하고. 교과서에 생각해 보자는 거 생각하고, 글로도 쓰고. 시간 아까우니 게임은 끊고. SNS도 좀 멀리 하고요.”
마지막으로, 대학에 오면 이런 사람이 필요하다는 대학생 선배의 말을 되새길 필요가 있을 법하다.
“아무런 지식이 없는 사람도 교수님의 설명을 꼼꼼히 듣고, 교과서를 읽어가며 수업에서 다루지 않았던 부분도 읽어보고, 과제도 남들보다 더 정성스럽게, 더 많은 자료를 분석해가며 제출한 사람이 진정한 승리자가 된다. 결국, 공부를 하는 마음가짐에 있어서 남들보다 더 많이 공부해야지가 아니라 남들보다 더 폭넓게, 더 깊게 공부해야지라는 마음가짐이 필요한 것이다.”
진동섭 서울대학교 (교수 겸)입학사정관
서울대 평가 핵심 = '학교' 안에서 키운 '학생'의 역량
학생부 한 줄의 기록마다 의미를 부여하라
서울대 입학 전형의 특징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단순하다' 는 점이다. 수시는 학생부, 정시는 수능 중심이다. 정시 모집에서 수능 고득점자와 재수생이 강세를 보이는 데 반해 대다수 일반고가 서울대에 합격할 수 있는 경로는 수시 모집이다. 지역 균형 선발 전형과 일반 전형은 지원자 풀이 다를 뿐, 학생부를 중심으로 평가하는 방식은 동일하다. 학생부와 자기소개서, 추천서를 통해 학교가 얼마나 다양한 학습 경험을 제공했는지, 학생은 이를 어떻게 활용해 성장했는지 본다는 것이 서울대 평가 관점의 핵심. 서울대가 추구하는 기본적인 정체성은 연구 중심 대학이라는 점을 기억하면 이해가 빠르다. 주요 평가 항목을 중심으로 의미 있는 학생부와 그렇지 않은 학생부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서울대 입학 관리 본부를 통해 짚어봤다.
Point 01 지적 호기심 & 자기 주도성 : 성적 지표에 우선하는 당락의 핵심
서울대가 선발하려는 학생의 최우선 순위는 무엇일까? 서울대 입학관리본부 관계자는 "학생부에서 보려는 핵심은 지원한 학생이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어디에 나타나느냐다. 이런 사실을 구체화해 작성한 자기소개서도 매우 중요하다" 고 강조한다. 이 학생이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어디에 나타나는지, 스스로 어떤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이를 알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토대로 무엇인가 더 알아본 경험이 있는지 기준으로 학생부를 본다는 설명이다. 다소 추상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서울대가 학생부 각 항목을 평가하는 방식과 합격 사례를 들여다보면 공통적으로 이 기준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서울대 입학관리본부 진동섭 입학사정관은 "이를테면 수학Ⅱ를 배웠는데 A학생이 95점, B학생이 90점을 맞았다. 수능 성적은 일반전형 합격자가 발표될 때쯤 확인되는데 A는 한두 문제를 틀렸고, B는 만점을 받았다. 지표가 서로 다르다. 실제 누가 더 실력 있는지 알아봐야 한다. 이런 경우 동일한 그룹상에 있으면 실력이 비슷하다고 판단한다. 둘 중 하나만 뽑아야 한다면, 별 차이 없으니 누가 더 지적 호기심이 있는지, 혼자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는지, 협동과 소통을 통해 실력을 키운 경험이 있는지 보는 것" 이라고 설명한다. 학생부가 20쪽이 넘을 정도로 내용은 길어졌지만, 개별 항목의 맥락에 이 기록 유무가 당락을 가르는 셈이다.
Point 02 교과 성적 & 세부 능력 특기 사항 : 한 줄 세우기 탈피, 학생의 학업 역량 수업에서 드러나야
학생부에서 서울대가 강조하는 '수업' 을 통한 학생들의 학업 역량이 주로 드러나는 항목은 교과 성적과 세부 능력 특기 사항이다. 여기서 먼저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입학사정관이 평가하는 정성평가라 해서 성적으로 선발하는 관행을 탈피해 교과 외 활동만으로 선발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보다 '석차순으로 한 줄 세우기'에서 벗어나려 한다는 것이 정확하다. 진동섭 입학사정관은 "단순히 등급만 보지 않고 세부 능력 특기 사항을 통해 지원한 학생이 어떤 수업을 받았는지 상상한다" 고 표현한다. 교사의 수업에서 학생이 어떻게 반응했는지 확인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수능 중심 수업에서는 학생의 개별 역량을 관찰할 여지가 없을뿐더러, 흔히 교과목 단원명을 나열해 글자 수만 늘려서는 대학이 평가하려는 '학생' 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의미 있는 기록이 될 수 없다.
숫자로 나타나는 교과 성적에 대한 평가 역시 상당히 정교하다. 서울대 입학관리본부 관계자의 설명을 들어보자. "1학년 때 수학에서 2등급을 받은 학생이 있다. 대개 여학교의 수학 평균이 40점대인데, 평균을 봤더니 51점이다. 1학년 때 수학 문제가 쉬웠겠구나 이해한다. 점수가 81점밖에 안 나왔는데, 2등급이면 441명 중에서 17~44등 사이에 있는 학생이구나 파악한다. 이를 과목별로도 보고, 석차 표준편차 원점수로도 본다. 그렇다고 1학년 때 수학 2등급이 감점 요소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2~3학년이 되면서 얼마나 성장했는지다. 3학년 때도 과목의 추이, 교육과정, 평점, 평균 등 성적을 보는 방법은 굉장히 많다."
이처럼 교과 성적을 기계적으로 반영하지 않기 때문에 심화 소수과목을 개설하더라도 내신 등급 산출에서 불리할 것이라 우려할 필요는 없다. 수업이 어려워도 충실히 임했다면 공부하고 싶은 과목을 배우려는 의지를 높이 살 수 있다. 학교 역시 배우고 싶은 학생들의 요구를 교육과정에 충실히 열어줘야 한다. 진동섭 입학사정관은 "그렇다고 고급물리나 물리실험 등 심화 과목이나 대학 과정의 일반물리를 반드시 해야 한다고 오해하지 말 것" 을 강조했다. "교육과정상 자연계 학생이 배워야 하는 일반 교과인 과학Ⅱ 수준에서 깊이 있게 공부해봤다면 그것으로 전공 과정 공부에 필요한 역량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 는 의미다. 공대에 지원한 학생이 물리Ⅱ 과목을 신청하지 않았다면 단순히 성적 등급을 좋게 받기 위해 피해간 것은 아닌지 검증한다는 점에 오히려 주의해야 한다.
Point 03 교내 수상 실적 : 수상 실적 의미 있으려면 '과정' 에 대한 기록 필수
교내 수상 실적에서 핵심은 '의미' 가 있어야 한다. 이는 '과정' 을 통해 확인된다. 선행상, 교과 우수상은 물론 경시대회 수상도 마찬가지다. 경시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학생이 성장한 내용이 우선이다. 금상, 은상, 동상 등 상의 등급에 따라 점수가 매겨지는 방식은 아니라는 것을 서울대는 이렇게 설명했다. "대부분 학교 설명 자료를 포함해 학생부에 아무 설명 없이 수상 경력 '수학경시대회 ○상'이라고 되어 있다. 기록만 있고 아무 설명 없이 한 학생이 2학년 1학기 때 교내 경시대회 은상을 탔다면 당시 내신 성적을 살펴본다. 내신 등급과 거의 일치하면 '그냥 그렇구나' 아무 의미가 없다. 우리가 보고 싶은 것이 있는데, 학교나 학생이 이야기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어쩌면 형식상으로 실시해 보여줄 것이 없는지도 모른다."
대회 준비 과정에서 학생이 얼마나 성장했는지는 여러 측면에서 확인된다. "어느 학교에서 교내 수학경시대회를 4월 16일에 하기로 했다면, 2학년에 올라와서 한 달 반 만에 경시대회를 하는 셈이다. 학교에 3월부터 경시대회를 준비하도록 학생들을 도와주는 프로그램이 있는지, 어떤 형태로든 학생들 스스로 경시대회를 준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학생들이 모여 무엇인가 공부를 더해 경시대회에 참여했는지 본다. 어떤 것도 확인되지 않는다면 경시대회 수상 경력은 점수의 서열 중 하나일 뿐이다." 학생부 중심의 평가가 강화되면서 교육과정의 다양화가 일선 학교 현장의 화두지만, '학교가 얼마나 좋은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정작 '학생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보여주는 것을 간과하기 쉽다. 상의 서열과 양보다 경시대회나 학교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이 학생의 성장에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 학교는 이를 준비하는 과정을 함께 했는지가 핵심. "준비와 수상이 어우러져 동기와 과정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학생부에 기록된 한 줄이 의미가 있다" 는 설명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수상 실적이 상당해도 불합격하는 경우는 대부분 이런 이유로 평가자에게 의미를 주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Point 04 진로 희망 사항 : 진로 희망 학과 vs 원서 쓴 학과 다르면 감점?
학생부에 기재된 진로 희망 사항과 지원 당시 전공이 일치해야 한다는 강박도 여전히 존재하지만, 이 역시 오해라고 했다. 진동섭 입학사정관의 표현을 그대로 옮기면 "좀 느슨하게 적용하는 편"이다. "진로 특성과 맞아도 좋고, 아니어도 좋다. 학생이 정말 하고 싶어서 했는지가 관건" 인 까닭이다. 1~2학년 진로 희망 사항에 'M&A 전문가' '회계사' 라고 쓴 학생이 경영학과가 아닌 사범대에 지원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 모두 '의사'라고 적었는데, 공대에 가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것은 '원서를 낼 시점에서 학생의 생각' 이다. 앞으로 4년 동안 무엇을 공부할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토대로 '현재' 지원하기 때문에 진로 희망이 바뀌어도 무방하다.
"이 학생이 경영학과와 관련 높은 공부를 주로 해오다 사범대에 지원했어도, '경영학과를 준비해왔으니 사범대에 맞지 않다' 고 판단하지 않는다. 경영학과에 가기 위해 이런 준비를 잘했다면 이 학생이 마음이 바뀌어 사범대에 가기 위해서도 준비를 잘했을 것이라고 이해한다. 대학은 학생들이 들어와 앞으로 공부할 가능성을 보고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이 영역에서 잘 준비했다면, 다른 영역에서도 잘할 것이라 믿는다. 진로 희망 학과와 원서 쓴 학과가 다르다고 떨어뜨리거나 낮게 평가하지 않는다." 공대에 지원한 학생의 백일장 수상 경력이나 글쓰기 역량이 확인되는 것도 평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최근 산업 흐름에 비춰보면 연구 인력 역시 기술 개발을 넘어 효율적으로 표현하고 전달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 전공 적합성이라는 관점에서 눈여겨볼 대목이다.
Point 05 독서 : 부족한 성적 만회하는 '자발적 독서'의 힘
서울대 수시 지원 시 강조되는 항목 중 하나는 독서다. 정량적으로 동일한 학업 역량을 갖췄을 경우 변별 기능은 물론, 성적이 다소 부족해도 이를 만회할 힘이 있다. 독서 능력이 곧 학업 능력을 뒷받침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독서 활동에서 중요한 지점은 '자발성' 이다. "내가 스스로 무엇인가 알고 싶어 이 책을 읽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공부라는 것이 결국 텍스트를 깊이 있게 읽고 주제를 파악해, 지식을 연결하고 조합하는 과정이다. 책을 많이 읽은 것도 좋고, 자신이 뭔가 알고 싶어 읽었다면 더 좋다. 학생부의 독서 활동 상황은 물론 자기소개서에 쓰는 책 세 권이 자신에게 미친 영향에 대한 기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는 게 서울대의 설명이다.
서울대 시스템에서는 같은 학교 지원자들의 학생부를 한 화면에서 볼 수 있는데, 읽은 책의 목록이 동일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독서 목록만 봐도 지원자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스스로 읽었는지, 학교에서 시킨 것인지 금방 드러나기에 실제 읽지 않은 책을 기록했다가는 오히려 발목을 잡힐 수 있다. 면접 시 몇 가지 질문만 해봐도 금방 드러나 신뢰 문제로 연결될 수 있으니 특히 주의해야 한다.
Point 06 심화 학습 & 비교과 : 심화 학습, 스펙 기록 많을수록 유리하다?
'자기 주도적 지적 호기심' 이 서울대의 주요 평가 지점이라고 할 때 이를 심화 과목이 개설된 고교에 유리하다는 의미로 이해하기 쉽다. 특목고나 자사고의 교육과정이 서울대에 유리하다는 세간의 인식은 보통 여기에서 비롯된다. 진동섭 입학사정관은 이를 두고 "심화 학습에 대한 학생의 경험은 보편적인 고교 교육과정에서 평가한다" 고 선을 긋는다. 자신이 공부하다 호기심이 생겨 더 찾아보고 싶을 때 현재 소속된 학교의 교육과정에서 다양한 경로로 도전해본 경험이라면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서울대가 거듭 강조하듯 평가 대상은 학교가 아닌 학생이기 때문.
요즘 학생부 종합 전형 확대로 부쩍 관심이 높아진 R&E(과제 탐구) 역시 마찬가지다. 수업 중 진행한 프로젝트 기반 학습이라면 의미가 있지만, 단순히 스펙으로 기록되는 R&E는 현재 서울대가 요구하는 기타 증빙서류가 A4 용지 3쪽 이내로 분량이 제한된다는 점을 봐도 크게 의미를 두기 어렵다. "앞으로 학생부 종합 전형은 기타 증빙서류를 지속적으로 배제하는 형태여서 토의, 토론, 실험, 실습, 협동 학습을 비롯한 수업에서 학생이 스스로 한 결과물이어야 신뢰할 수 있을 것" 이라는 게 진동섭 입학사정관의 설명이다.
Point 07 인성 & 예체능 : 배려와 협업의 경험, 향후 진로 연계한 필수 덕목
인성 역시 중시하는 대목이다. 진동섭 입학사정관은 이를 "입학생들이 대체로 선택할 향후 진로와 연관 지어 봐도 남을 배려하며 협동할 수 있어야 하고, 모둠으로 연구 사업을 할 때 서로 자기 성과를 내겠다고 싸우지 않으면서 묻어가려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 서울대의 생각" 이라고 표현한다. 학생부 기록 중 음악이나 미술에서 '미흡' 이라고 돼 있다면 주목을 받거나, 동아리 활동을 통한 협업 경험이 있는지 보는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