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세포암 환자에서 문맥 및 간정맥 색전술을 통해 간실질 위축을 유도한 후 시행된 우간절제술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서울아산병원 외과학교실 간이식 및 간담도외과분과/ 황 신
증례: 52세의 남자 환자가 만성B형 간염에 대한 추적검사에서 간세포암이 발견되어 전원되었다. 과거력에서 10년 전 B형 간염을 진단받았고, 부정기적으로 추적검사를 받아왔다. 간 초음파 검사상 직경 6 cm의 종괴가 발견되었고, 역동적 간 CT에서 우후구역과 우전구역에 걸친 7.5×7.0×4.5 cm 크기의 동맥기 조영증강을 보이는 종괴가 발견되었다. 혈액 AFP은 36,000 ng/mL로 증가되어 있어서 간세포암으로 진단되었다. 검사실 소견은 total bilirubin 1.2 mg/dL, prothrombin time 80%, 혈소판 150,000/mm3 및 HBV DNA 5×10^5 copies/mL이었고, 위내시경 검사에서 식도정맥류는 관찰되지 않았으며, 복부 CT에서도 유의한 측부혈행이 발견되지 않아 Child-Pugh class A 간경변에 부합하는 것으로 판정하였다. 종양의 큰 크기때문에 수술적 치료를 우선적으로 고려하였다. 그러나 indocyanine green (ICG) 15분 정체율은 23.2%으로 증가되었고, CT volumetry에서 전체 간용적에 대한 좌측 간의 비율은 34.6%에 불과하였다. 종양의 크기와 위치를 고려할 때 확대우후구역 절제만으로는 근치적 절제가 불가능하게 보였고, 우간절제 시에는 수술 후 간기능부전의 위험이 높아서 수술대상이 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이에 따라 경간동맥화학색전술을 시행하였는데(Fig. 1A), 2주 후 시행한 추적 CT에서 종양의 상당 부분에서 궤사가 발생했지만 조영제의 불완전한 흡착으로 미루어 잔존 암종 부분이 남은 것으로 판정되었다(Fig. 1B). 이러한 경우 경간동맥화학색전술을 반복적으로 시행하더라도 간세포암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보다 근치적인 치료방법을 찾아보았다.
이 환자가 절제 수술의 대상이 되지 않았던 이유는 기능적 간예비능이 낮고, 상대적으로 간실질 절제율이 너무 높다는 점이었다. 간실질 절제율은 절제될 우간 용적이 줄거나 잔존할 좌간 용적이 늘어나면 낮아지기 때문에, 그런 목적을 충족하기 위하여 우측 문맥색전술을 시행하였다(Fig. 2).
색전술 전 문맥압은 16 mmHg으로 다소 증가되어 있었고, 색전술 후에는 19 mmHg로 증가하였다. 문맥색전술 후 4주간 매주 CT를 시행하였는데, 잔존 좌간 용적비는 37.4%로 불충분하게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좌측 간의 재생이 좀 더 발생하기 위해서는 좀 더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종양 진행을 막기 위하여 2차 경간동맥화학색전술을 시행하였다. 이후 4주를 추가적으로 기다렸지만 좌측 간의 재생은 여전히 충분하지 않았다. 우측 간 실질의 손상을 더 유도해서 상대적으로 좌측 간재생을 더 촉진하기 위하여 문맥색전술 8주 후 우간정맥 색전술을 시행하였다(Fig. 3). 우간정맥 색전술 2주 후에도 잔존 좌간의 용적비는 39.2%로 약간의 증가만 관찰되었고(Fig. 4), ICG 15분 정체율은 21.2%로 변화가 없는 상태라서 우간절제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이 때 우측 문맥과 우측 간정맥이 막히고 2차례의 경간동맥화학색전술이 시행되면서 우측 간실질의 관류 혈류가 현저히 감소된 소견이 관찰되었다. CT에서 간세포암 종괴는 서서히 위축되는 양상을 보였고, 잔존 생존 암종이 거의 없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또한 혈중 AFP도 10-15 ng/mL로 정상화되었기 때문에 수술합병증의 위험을 감소하고서 무리하게 수술을 진행하기보다는 추적 관찰하는 쪽으로 치료방침을 변경하였다.
이후 매 2개월마다 추적검사가 시행되었는데, 간정맥색전술 12개월째부터 AFP이 상승하기 시작하였고, 간 CT에서도 암종 진행이 관찰되었다. 3차 경간동맥화학색전술을 시행하였는데, 이어진 추적검사에서 잔존 생존 암종이 남아 있고 AFP도 다시 상승하는 양상을 보였다. 간정맥색전술 15개월째에 시행한 CT에서 좌측 간의 용적은 큰 변화가 없었지만, 우측 간의 위축이 현저하게 진행되었기 때문에 잔존예정 좌간 용적비는 49%로 증가하였다(Fig. 5A). 이 때의 ICG 15분 정체율은 20.6%이었고, 잔존예정간의 ICG 제거율(KICG)은 0.05 이상으로 계산되어 우간절제가 가능함을 시사하였다.
이러한 간예비능 평가 결과에 따라 간정맥색전술 17개월째에 근치적 치료 목적의 우간절제가 시행되었다. 절제된 우측 간은 간경변이 동반되었고, 3.5 cm 크기로 축소된 종양은 99%가 궤사되었다(Fig. 6). TUNEL염색상 우측 간에서는 현저한 apoptosis가 관찰된 반면, 좌측 간에서는 거의 발현되지 않았다.
우간절제 후 total bilirubin 최고치가 2.9 mg/dL이었고, prothrombin time 최저치도 62%이었고, 복수 배액량도 300 ml/day 이하를 보이는 등 매우 순탄한 수술 후 임상경과를 보였고, 잔존 좌측 간도 빠르게 재생되었다(Fig. 5B). 환자는 수술 후 11일째에 퇴원하였다. 이후 환자는 3개월 간격으 추적관찰 중이고, 수술 후 36개월이 경과한 현재까지 재발없이 지내고 있다. 환자는 간세포암 진단 직후부터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였고, HBV DNA는 102×10^3 copy/mL로 지속적으로 억제되어 안정적인 간기능 상태를 보였다.
고안: 간세포암의 가장 효과적인 치료는 수술적 절제로 알려져 있으나, 종양의 크기, 개수 및 위치 등과 저하된 기저 간기능 등의 장애 요인으로 인해 수술적 절제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특히 바이러스성 간염 등과 연관된 간세포암에서는 동반된 간경변때문에 기능적 간예비능이 저하되어 간세포암 진단 당시에 약 20%의 환자만이 수술적 절제가 가능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작은 크기의 간세포암에 비하여 큰 크기의 암종에서는 비수술적 치료의 효능이 낮고 재발률이 높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안전성이 허용하는 한 절제술이 우선적으로 고려된다.
간경변을 동반한 환자에서의 간절제시 수술 후 간기능부전의 발생없이 잘 회복될 수 있을 것을 예측하는 데는 잔존 간의 질적 및 양적 측면이 모두 고려되어야 한다. 질적 측면에 있어 한국과 일본 등에서는 ICG 15분 정체율을 흔히 사용하고 있고, 양적 측면에서는 CT volumetry를 이용한 간실질 절제율을 주로 이용한다. 이러한 두 가지 측면을 모두 고려하는 평가 인자는 잔존예정간의 ICG 제거율이다.
ICG 검사는 간혈류량을 반영하는 것으로 인위적인 방법을 통하여 ICG 15분 정체율을 호전시킬 수는 없다. 문맥색전술을 시행한 후 재생되는 간실질도 결국 원래 간의 상태를 그대로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간의 기능적 예비능이 호전되지 않는다. 반면, 간실질 절제율은 인위적인 조작이 가능하고, 그 중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 수술전 간문맥색전술이다. 간경변이 동반되지 않은 간문부담관암 환자 등에서 시행된 문맥색전술은 색전측 간의 현저한 위축과 반대측 간의 비후를 유발시키지만, 이미 간경변이 동반된 경우에는 이러한 간실질의 양적 변화는 현저히 줄어든다. 그 이유는 간 전체의 실질이 이미 상당 부분 위축이 되었고, 또한 섬유화가 진행되어 있기 때문이다.
문맥색전술에 추가하여 좀 더 강력한 허혈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면, 간실질의 위축을 좀 더 강하게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목적으로 고안된 방법이 간정맥색전술을 추가하는 것이다. 간경변이 동반되지 않은 경우 순차적으로 문맥색전술과 간정맥색전술을 시행하면 한쪽 간에서 농양이 발생하지 않은 정도의 심한 허혈 손상이 발생하고, apoptosis가 촉진되어 간실질 위축이 현저하게 나타나고 반대측 간의 재생이 촉진된다. 이전에는 문맥색전술 후 간정맥색전술 대신 간동맥 색전술이 시도되기도 했지만, 허혈성 궤사에 따른 간농양 형성 등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현재는 거의 시행되지 않고 있다.
이 환자처럼 간경변이 동반된 경우는 간재생 유도를 위한 문맥색전술은 효능상 큰 한계가 있다. 그러나 간절제에 따른 간기능부전 발생에는 잔존 간실질의 절대적인 양보다는 간실질 절제율이 더 깊게 연관된다. 경변간에서는 문맥색전술의 효과는 반대측 간실질 비후보다는 시술측 간실질의 위축에 더 큰 비중을 둔다. 그러한 위축 효과는 대개 서서히 발생하고, 이 환자에서도 문맥색전술과 간정맥색전술에 따른 간실질 위축이 12개월 이상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었음을 알 수 있다.
간세포암의 성장은 주로 동맥혈 공급에 의존하는데, 문맥색전술은 상대적으로 동맥혈류를 증가시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간세포암 환자에서 수술 전 문맥색전술이 필요한 경우에는 시술 2주 정도 전에 경간동맥화학색전술을 먼저 시행하여 간세포암으로의 동맥혈류 증가를 방지할 필요가 있다.
최근 간세포암의 치료에는 매우 다양한 치료법들이 적용되는데, 환자 상태에 따라 여러 치료법들을 적절히 조합하는 맞춤형 치료가 시행되고 있다. 이 환자에서 적용한 문맥색전술과 순차적인 간정맥색전술은 수술적 절제 가능성을 높여 주는 유용한 시술로 고려될 수 있다.
대한소화기학회지 58권 3호, 2011
간담도계 암종 환자에서 간절제전 잔존예정간을 더 크게 재생시키기 위해 시도된 순차적 문맥 및 간정맥 색전술
아산병원 / 황신 외7
배경
대량간절제를 시행받는 환자에서 발생하는 가장 심각한 합병증은 간기능부전이고, 일단 발생하면 대부분 사망하는 치명적인 경과를 보인다. 이러한 간절제후 간기능부전의 위험은 절제후 남게 되는 잔존간이 크면 클수록 줄어든다. 수술전 잔존예정간을 크게 재생시킬 목적으로 1984년 문맥색전술이 일본에서 처음으로 시도되었고, 그 효과가 인정되어 1990년대 후반부터는 전세계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문맥색전술이 항상 충분한 간재생 효과를 유발하지는 못하고, 그러한 경우 간기능부전에 대한 우려로 수술을 포기하거나 수술후 심각한 합병증 발생률이 높아진다. 이러한 문맥색전술의 효과를 좀더 높이기 위한 추가적인 방법들이 2000년대 들어서 지속적으로 시도되었지만, 아직 임상적 유용성이 증명된 방법은 없었다. 저자들은 2000예 이상의 생체간이식을 시행하면서 채득한 간재생 기전에 관한 지식과 경험을 통하여 순차적인 문맥 및 간정맥 혈류 차단이 차단측 간의 심한 위축을 유발하고, 상대적으로 반대측 간의 현저한 재생을 일으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간실질 위축 및 재생에 관한 작용기전을 간담도계 암종 환자의 수술전 처치로 응용하기 위하여 IRB의 승인을 받은 후 전향적 임상연구를 시행하였다.
목적
순차적 문맥 및 간정맥 색전술의 안전성과 간재생 효과를 알아보려고 하였다.
연구 방법
2007년 1년간 간담도계 암종으로 진단을 받아 간우엽 절제 이상의 대량간절제를 예정하고 있던 환자중 문맥색전술 후 잔존예정간 용적이 전체간용적의 40%이하였던 12명을 연구 대상으로 하였다. 우측 간정맥색전술은 새로이 시도되는 방법이기 때문에 안전성을 최우선으로하여 Amplatzer vascular plug를 먼저 삽입한 후 색전용 코일로 막는 방법을 고안하였다.
결과
문맥 및 간정맥 색전시술과 연관된 합병증은 발생하지 않았고, 간정맥색전 후에는 문맥색전 때보다 조금더 심한 간손상이 발생하였다. 간경변이 심했던 환자에서는 간정맥색전 후에도 간재생 정도가 낮아서 예정된 수술을 시행하지 못하고, 보존적인 치료가 시행되었다. 간우엽절제 이상의 간절제가 시행된 9명에서는 간좌엽의 용적이 문맥색전술 전에는 전체간용적의 34.8±1.5%이었고, 문맥색전술 후에는 39.7±0.6%로 증가하였고, 간정맥색술 후에는 44.2±1.1%로 지속적으로 증가하였다(그림 1, 2). 간경변때문에 간재생율이 낮았던 1명에서는 간재생이 서서히 발생하여 시술후 17개월째에 간우엽절제술을 받았다. 특수면역조직염색시 문맥 및 간정맥이 모두 차단된 부위에서는 간세포의 심한 위축과 apoptosis가 현저히 발생한 반면, 혈류가 잘 유지된 부위에서는 간세포의 증식과 비대가 뚜렷하게 관찰되었다(그림 3).
결론
순차적 문맥 및 간정맥 색전술은 안전하게 시행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술식이고, 그 작용기전은 병변측 간실질에서 문맥색전술 단독시보다 더 큰 손상을 유발하여 상대적으로 반대측 간재생을 더 촉진하는 것이다.
임상적 의의
이전까지는 잔존예정간의 크기가 너무 작은 경우 문맥색전술만이 효과가 검증된 유일한 간재생 유도 방법이었다. 따라서 문맥색전술 후에도 충분한 간재생이 발생하지 않은 경우에는 대량간절제술의 대상이 되지 못하거나 상당한 수술 합병증을 감수하여야 했다. 이 연구에서의 간정맥색전술을 추가하는 방법은 그러한 경우에도 추가적인 간재생을 유발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이전까지 수술대상이 되지 못하던 환자들이 안전하게 대량간절제 수술을 받을 수 있게 해주는 효과적인 수술전 처치법이 된다. 간재생능력이 현저히 저하된 간경변 환자에서는 아직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 한계가 있어, 자가 줄기세포를 채취하여 문맥에 주입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