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12일, 13일 서울대학교에서 개최된 제1회 융합심포지움에서 송만호 이사장께서 발표한 기조강연
‘융합심포를 개최하며’ 내용을 소개합니다.
융합심포를 개최하며
오늘은 융합 심포지움을 시작하는 날입니다.
목적어가 없어서 무엇을 융합하자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지요?
그래도 여러분들께서는 그것이 과학과 인문학의 융합을 의미한다고 알고 계시지요?
국내 굴지의 석학 선생님들께서 심도 있게 토론해 주실 것으로 믿습니다만 이왕에 이 자리에 섰으니 저도 몇 가지 소견을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통상 인문학이라고 할 때 문학, 역사, 철학을 아우르는 말로 이해 합니다.
그 중에 문학이나 역사는 속성상 꼭 과학적 지식이 뒷받침 되어야 할 분야는 아닙니다.
그러나 철학은 인간이나 세계에 대한 지혜나 원리를 탐구하는 학문이므로 사실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해야만 합니다.
참이 아닌 지식을 기반으로 해서는 인간이나 세계에 대하여 참다운 이해를 거둘 수 없기 때문 이지요.
수세기에 걸쳐서 비약적 발전을 거듭해 온 과학은 특히 21세기에 들어 와서 여러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특히 우주론, 지구과학, 생명과학, 그리고 뇌 과학 분야에서 과거 철학이 기반했던 인간과 세계에 대한 많은 지식들을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리는 새로운 지식들이 통설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이 점에서 저는 융합은 “철학의 업데이트”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봅니다.
네비게이션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 하자는 게 아니라, 철학이 근거했던 과거의 지식들을 과학적으로 검증된 새로운 지식들로 업데이트 하자는 겁니다.
그래야만 인간이나 세계에 대한 이해를 정확하게 할 수 있을 것 아닙니까?
세상 만물이 地水火風 4대 원소로 구성 되어 있다는 어떤 그리스 철학자의 말씀은 이제 만화 같은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우주론에 따르면 우주만물이 생겨나게 한 첫 원소는 수소라고 합니다.
138억년쯤 전 빅뱅으로 만들어진 최초이자 대부분인 원자가 바로 수소입니다.
이제 수소는 이 우주에서는 다시 더 만들지 못한 답니다.
빅뱅 환경에서만 만들어 질 수 있기 때문이지요. 소위 “단종 품목”입니다.
그 수소가 모여서 별이 되고, 별 속에서 수소는 핵융합을 통해 더 무거운 여러 가지 원소들로 다시 태어납니다.
그 여러 가지 원소들이 결합하여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도 생겨 났습니다.
지구 위에 존재하는 생명들과 기체, 액체, 고체 형태의 모든 물질들도 마찬가지로 수소와 그 후손 원소들의 결합체입니다.
우주 만물은 한마디로 “수소의 138억년 여행”의 과정이자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지구로 시선을 돌려 봅시다.
처음 미행성끼리 충돌하고, 합체되면서 지구가 생성된 것이 약46억년 전 일이라 합니다.
처음 불덩어리였던 지구에 자기장이 생기고, 대기와 바다가 생겨나고, 또 맨틀까지 자리잡음으로써, 비로소 생명이 탄생할 여건이 갖추어 졌습니다.
그것이 약 38억년 전 일입니다.
소위 지구시스템이 갖추어지는 데에 약 8억년이 걸렸지요.
처음엔 바다에서 원핵세포라는 형태로 생명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그 원핵세포에 세포막이 생기면 진핵세포가 됩니다.
진핵세포로 진화하기까지 즉, 세포막이 하나 생겨나는 데에 약 15억년 이상의 세월이 걸렸습니다.
그후 다세포 생물이 출현하기까지 또 다른 15억년 이상의 세월이 흘러야 했습니다.
바다에서만 살던 생명체가 처음 육지로 올라온 것은 불과 5억년전 안 쪽의 일입니다.
4억7천만년전 처음 식물이 상륙했고, 동물의 상륙은 그 보다 거의 1억년 후의 일입니다.
그 이전엔 육지에 생물이 없었습니다.
현생 인류는 불과 7만5천여년 전에 아프리카 중부 지역에서 5천에서 1만명 규모의 개체수로 시작하여
전세계로 퍼져 나갔다 합니다.
그런 사실은 미토콘드리아 조사로 밝혀 졌다 해요.
이와 같은 지식들은 생명이란 것이 일순간에 누구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장구한 세월에 걸쳐 생겨나서 여건에 따라 진화되어 온 것임을 시사해 주고 있습니다.
한가지 더 말씀 드린다면 뇌 과학의 성과 입니다.
최근의 결론은 “정신이나 영혼”은 뇌라고 하는 육체적 기반이 없어져도 계속 존재할 수 있는 실체가 아니라고 합니다.
영혼은 육체와 별도로 존재하는 실체가 아니라는 것이죠.
그러면 육체와 영혼이 별개라고 했던 철학에서의 2원론은 어떻게 됩니까?
또 종교에서 흔히 이야기 하는 천당이나 극락은 누가 가고, 무엇이 간다는 말입니까?
장가 보낼 신랑이 있어야 장가를 보낼 것 아닙니까?
분명히 논리적 모순이 드러나는 데도 불구하고, 그것은 상징적 표현일 뿐이라 하고, 믿음의 문제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진리는 분명하게, 정확하게 표현해야 합니다.
있으면 있다고 하고, 없으면 없다고 할 때 신뢰는 자연히 따라오는 법입니다.
지금 나열한 몇 가지 사례 이외에도 많은 과학 지식들이 새로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러한 새로운 지식들을 기반으로 하여 철학이 새롭게 다시 세워질 때, 융합은 자연스럽게 이루어 질 것이고, 인문학은 다시 융성해질 것입니다.
내일은 “과학과 종교”가 토론 제목입니다.
오랫동안 과학이 종교의 시녀로 기능하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과학은 진리를 발견하는 최상의 도구로 인정 받고 있습니다.
과학적 인식과 종교적 믿음. 이 두 가지는 서로 의존하기도 하고 대립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서로 어떻게 자리 매김 해야 할 것인가?
이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야말로 융합의 가장 중요한 과제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철학이나 종교 양자 모두 세계나 인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삼고 있습니다.
만일 철학이 검증된 과학적 지식으로 업데이트 하여 과거의 이해를 교정했는 데도, 종교만 홀로 교정을 거부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단지 철학은 학문의 성격상 외부로부터 새로운 지식을 받아 들이기가 비교적 쉽습니다.
그러나 종교는 새로운 교리의 도입이나 해석을 경계하고, 이단시하는 속성이 있어서 시간이 걸릴 수도 있겠지요.
그래도 언젠가는 종교계가 이제는 구닥다리가 된 경전의 “수정 증보판”을 낸다고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게 될지 누가 알겠습니까?
혹시 교리의 업데이트를 촉진하기 위하여 가칭 “뇌과학 철학회”를 결성 해보실 의향은 없으신지 오늘 이 자리에서 여러 선생님들께 여쭈어 보고 싶습니다.
과학 철학회가 모든 과학 분야를 커버하기 벅차서 아직 담당하지 못하는 분야가 있다면, 분화시켜 보는 것도 한 방편이 되지 않겠습니까?
끝으로 한마디 당부 드리고 싶은 것은 발표자나 토론자나 질문자 모두 너무 어려운 말씀들 보다는 좀 더 쉽게, 평이하게, 바람직하기로는 좀 더 직설적으로 말씀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이번 미국 대선을 보십시오.
거칠고 무례한 듯해도 직설적 표현이 오히려 유권자의 심금을 사로잡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참석자 여러분들이 이번 토론을 오래 기억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시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6년 11월 12일
재단법인 유미과학문화재단 이사장 송만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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