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가 道德歌
◎ 도덕가는 계해년(1863) 음력 6월 이후에 지으신 것으로, 제자들에게 하늘님을 공경하며 도덕을 닦을 것을 권고하신 가사이다. 도덕가는 만물 가운데 사람이 가장 신령스럽다고 말씀하시는 것으로 시작된다.
1 우주의 기운이 음과 양이라는 두 가지 양태로 갈라져 작용하면서, 하늘과 땅이 나누어지고 온갖 사물이 생겨났는데, 그 가운데 날짐승과 길짐승을 지극히 어리석다고 하고, 사람을 가장 신령스럽다고 한다.
◎ 세상에 전해지는 말과 몇 가지 옛 책의 내용을 말씀하신다.
2 세상에 이런 말이 전해져 온다. 『하늘의 뜻이 사람의 마음과 같다.』 또 우주의 현상을 수리 법칙으로 설명한 《주역》이라는 책에는 『헤아리기가 어려운 것은 귀신이다.』라는 구절이 있다. 《대학》이라는 책에는 『밝은 덕을 밝혀서 지극히 착한 데에 머문다.』라는 구절이 있고, 《중용》이라는 책에는 『하늘이 명령한 것을 본성이라고 하고, 이 본성을 따르는 것을 도라고 하며, 도를 닦는 것을 가르침이라고 한다.』라는 구절이 있는데, 《대학》과 《중용》에 있는 이런 구절들은 정성과 공경이라는 말의 뜻을 밝힌 것이다.
◎ 글을 많이 알아도 하늘님을 공경하고 두려워하는 마음이 없다면 소용이 없다고 하신다.
3 (위에 예를 든 것과 같은 글들을 잘 아는 사람들을) 일컬어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진 사람, 이치에 밝은 사람, 도덕을 갖춘 군자라고 한다. 그러나 어리석은 사람들이여, 비록 그와 같은 것을 아무리 많이 안다고 해도 하늘님을 공경하고 두려워하는 마음이 없다면, (그 아는 것이) 도대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 세상을 초월한 신에 대해 말하는 것은 허무한 소리라고 하신다.
4 (또 어떤 사람들은 말하기를,) 『하늘 위에 상제님이 옥경대라는 곳에 계신다.』라고 마치 자신의 눈으로 보는 듯이 말한다. 이것은 음양의 이치를 아는 것은 고사하고 허무한 소리가 아니겠는가?
◎ 민간에서 신앙하는 귀신숭배 풍속의 옳지 않음과 참된 의미의 귀신에 대하여 설명하신다.
5 중국 한나라의 귀신 숭배 풍속이 우리나라에 전해져서 집집마다 온갖 귀신을 섬기게 되었다. 이렇게 사물의 이치나 도리를 분별하지 못하는 것을 보라. 천지도 귀신의 조화인데 이 귀신은 곧 천지의 정신을 말한다. 이 천지의 정신이 자신의 기운을 음과 양이라는 두 가지 양태로 작용시켜 천지의 현상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런 이치를 몰랐으니 경전을 아무리 읽어도 무슨 소용이 있으며, 도와 덕이라는 것 그 자체를 모르면서, 어떻게 그 도와 덕을 갖춘 현인이나 군자를 알아볼 것인가? 지금 세상 사람들은 이렇게 도리를 잘 분간하지 못하지만, 이 도리는 예로부터 성현들이, 『훌륭한 사람은 천지와 더불어 자신의 덕을 합치고, 해와 달과 더불어 자신의 밝음을 합치며, 천지의 정신인 귀신과 더불어 자신의 길함과 흉함을 합친다.』라고 밝혀내어, 오랜 세월 무궁토록 전해 준 것이다.
◎ 사회적 지위나 집안의 형편, 글을 잘 쓰는 것이 도덕을 갖춘 것과는 상관이 없다고 하신다.
6 그러나 사물의 이치를 분별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별생각도 없이 불쑥불쑥 이치에 맞지 않게, 『지금 세상에는 하늘도 늙어서 영험이 없다. 몹쓸 사람들에게는 복을 주고 어진 사람은 곤궁하게 한다.』 이런 말만 하고 있다. 또한 조금 수양을 한 것으로 보이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의 사회적 지위와 집안의 형편을 살펴보고 그 세력에 아부하면서 말하기를, 『누구는 사회적 지위도 좋고 집안 형편도 좋으며 글도 잘 쓰니, 도덕을 갖춘 군자가 분명하다.』라고 추켜세우면서 부끄러워할 줄도 모른다. 우습구나. 저 사람이여, 사회적 지위나 집안 형편이 군자와 무슨 상관이 있으며, 글을 잘 쓰는 것이 도덕과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 지위나 문필로 사람을 판단하는 잘못에 대하여 탄식하신다.
7 그만 두자.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을 보노라면, (나도 역시 지위도 없고 집안 형편도 어려운지라 나까지 도덕이 없는 것 같아) 부끄러워지고, 그것이 아니라고 옳은 말을 해 주자니 번거롭기도 하다. 그러나 (나도 모든 사람들처럼) 음양이라는 천지의 기운을 받고 태어난 사람이다. 그러니 내가 비록 간신히 집안의 이름만 보존하면서 사십 평생을 별일 없이 살아온 가난한 선비라고 할지라도, 어찌 하늘의 이치야 모르겠는가?
◎ 대자연의 귀신, 기운, 조화에 대하여 설명하시며, 모든 사람이 한 몸처럼 여기면서 살아가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8 사람의 손발이 움직여 행동하는 것도 천지의 정신이 작용하는 것이요, 선하건 악하건 마음을 쓰는 것도 천지의 기운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며, 말하고 웃는 것도 천지의 조화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하늘님은 지극히 공평하여 사사로움이 없으므로,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을 가려가면서 (사람에 따라 다르게 천지의 현상이 일어나게 하지는 않는다.) 쌀쌀하고 각박한 이 세상에(사는 우리는 이렇게 공평한 하늘님의 뜻을 따라,) 서로를 한 몸처럼 여기면서 살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 올바른 도리를 행하는 것은 의심받을 일이 아니라고 말씀하신다.
9 옛날 요임금과 순임금같이 훌륭한 임금이 있을 때에도 도척과 같은 흉악한 도둑이 있었다고 하는데, 하물며 (지금처럼 각박한) 세상에 악한 사람의 음해가 없을 수 있겠는가? 공자님 같은 성인에게도 공자님을 해치려는 환퇴와 같은 사람이 있었으니, 우리 역시 이 세상에서 악인들의 말에 피해를 안 받을 수 있겠는가? 우리는 마음을 닦고 기운을 바르게 하며, 어진 마음과 의리 있는 행위와 예의 있는 태도와 슬기로운 생활을 지켜 나가고 있다. 또한 미덕이 있는 사람들의 말씀을 본받아 정성과 공경을 다함으로써, 옛 임금들이 정한 오래된 예의를 잃지 않고 있다. 그러니 이런 우리의 행동이 어찌 죄가 된다는 의심을 받아야 할 일이겠는가? 또한 우리는 세상에서 말하는 다섯 가지 윤리의 밝은 법도를 사람이 마땅히 지켜야 하는 강령이라고 알고, 이를 잊지 말고 지켜 가자고 맹세하고 있다. 그러니 이것도 어찌 죄가 된다는 의심을 받아야 할 일이겠는가?
◎ 올바른 도리로 살아가야 함을 사례를 들어서 설명하신다.
10 성현께서 가르치시기를, 『귀로는 음란한 소리를 듣지 않고, 눈으로는 나쁜 광경을 보지 않는다.』라고 하셨다. 어진 여러분은 이 말씀을 본받아 잊지 말자 맹세하면서, 한결같은 마음으로 이를 실천하라. 그러면 도와 덕이 이루어질 것이다. 그러나 올바른 도리를 거꾸로 바꾸면 이 사람은 이치를 거스르는 사람이며, 물질적인 욕심에 덮여 버리면 이 사람은 너절하고 천한 사람이다. 헛된 말로 사람들을 유혹하면 이 사람은 세상을 현혹하는 사람이며, 속으로는 불량하면서 겉으로는 착한 척하면 이 사람은 하늘을 속이는 사람이다. 그러나 누가 이것을 잘 분간하겠는가?
◎ 올바른 도리를 지키고 살아가는 삶의 결과에 대하여 설명하신다.
11 이와 같이 올바르게 수도하면, 하늘님을 공경하고 두려워하는 마음을 지닐 수 있을 뿐 아니라, 하늘님의 명령을 공경하고 그 이치를 따를 수 있게 되지 않겠는가? 이리하여, 세상의 수많은 악한 질병들이 약을 쓰지도 않고도 낫게 되니, 신기하고 두려운 일이 아니겠는가? 이 세상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물질에 대한 욕심에서 벗어나, 지난날의 허물을 뉘우치고 착한 사람이 될 것이니, 이런 사람들이 어찌 정성과 공경을 지키지 못하겠는가?
◎ 만나 본 적이 없는 도인들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하시고, 올바른 마음으로 늘 수도하기를 권하며 글을 마치신다.
12 내가 일일이 만나 보지 못한 사람일지라도, 서로 그리워하는 마음이 어찌 없겠는가? 이에 몇 구절의 한글 가사를 써서 보내니, 나에게 직접 들은 것처럼 외우고 올바른 마음으로 수도하면서, 늘 잊지 말고 생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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