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을 통한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기는 사실 쉽지 않습니다.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를 피하려고 하는 것은
인간이 자기 방어를 위하여 가지고 있는 심리기제이기 때문입니다.
휴거일을 확신하는 종교단체의 구성원이
그 날이 지나면 막상 아무일 없었던 듯이
휴거는 연기되었다고 하는 것이 그러한 정당화의 한 예입니다.
사업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인천 앞바다에 배만 들어오면 어떻게 될 것이라는 식으로 생각합니다.
지금 추진 중인 거래만 성사되면 사업은 금방 좋아질 것이라고 낙관합니다.
주위 사람들이 아무리 회의적이어도 기업가 자신은 힘에 차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기업이 회생절차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였다면
큰 첫걸음을 내 디딘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다음에는 이제 행동에 옮길 때입니다.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습니다.
이제 실제 발걸음을 뗄 때입니다.
주의할 사항을 검토해 봅시다.
첫째는 상황을 평가해 보십시요. 과거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던 업체의 기대는
회생을 결심하기 전의 기업가 당신의 인식과 다를 바 없습니다.
철저히 망가져 도망가기 전에는 기업가가 끝까지 물에 떠 있으려고 한다고 가정합니다.
그래서 기업가 당신이 어려운 것을 알더라도 모른 척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회생이 고려대상이 아닐 때의 이야기입니다.
기업이 회생을 고려한다는 생각만 들어도 (어쩌면 듣지 않아도)
은행은 기업대출을 줄입니다.
기존의 승인된 대출한도도 줄입니다.
그리고는 담보 보충을 요구합니다.
납품 업체도 슬슬빠져나갑니다.
몇년동안 우호적인 조건으로 거래하던 업체는 다른 업체를 소개하고 자신은 빠집니다.
새로 들어온 업체는 거래조건이 별로 좋지 않습니다.
종업원은 이탈하기 시작합니다.
특히 능력 있는 직원들이 먼저 나갑니다.
오라는데도 없고 갈 곳도 마땅치 않은 사람만이 남아서 고용보장을 외치는 상황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악몽입니다.
이와 같은 상황이 시작되면 상황은 급격히 안 좋아집니다.
회생 신청을 준비하는 말이 나돌기 시작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따라서 일단은 비밀과 보안을 유지하십시요.
제법 시간을 벌어 줄 수 있습니다.
둘째는 적당한 전문가를 찾으십시요.
개인파산, 개인회생 같은 것은 이론상, 실무상 변호사 없이도 가능합니다.
그러나 기업의 회생에 관하여는 능력 있고 양심적인 변호사를 찾기를 권합니다.
적어도 법률에는 정통하여야 합니다.
파산법 뿐만 아니고, 민법, 상법, 형법, 세법, 증권법 등 여러 쟁점에 대하여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은 학교에서, 사법연수원에서 강의를 들었다고 얻을 수 있는 능력이 아닙니다.
그리고, 회계사 수준까지는 안 되어도
재무제표를 이해하는 정도로 회계를 아는 사람이면 더 좋겠습니다.
큰 로펌(법무법인이든 아니든)에 가 보면 대략 전문가를 만날 수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중소기업, 개인이 고용하기에는 청구하는 보수가 비싸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최근의 경험으로는 큰 로펌에서도 막상 실무 일하는 사람이 부족할 수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파산/회생에 경험이 있는 부띠크 펌을 찾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과거에 명성이 있었던 분이라면 대략 이쪽의 실무를 잘 이해하십니다.
회생 신청을 변호사 없이 혼자 하는 것도 가능하기는 합니다.
그러나 대표자 신문, 현장검증, 회생채권의 조사, 시부인, 조사확정재판, 부인권의 행사 등
제법 복잡한 법률쟁점을 수반하는 문제를 1년 이상 진행하여야 하는 회생 절차에서
결국 언젠가는 변호사를 필요로 합니다.
흔히 변호사 비용을 마련할 수 없는 정도라고 하소연하는 분을 봅니다.
그런데, 이 정도라면 회생 보다는 파산이 적당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셋째, 현금 확보입니다. 조업에 필수적인 원재료 구입비, 종업원 인건비, 회생절차 비용 등 현금을 확보한 것이 없으면 당장 뿔뿔이 흩어질 수 있습니다. 회생을 맡는 변호사는 외상으로 일할 수 없는 처지입니다. 왜냐 하면, 회생채권을 구성하여 나중에 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발바닥에 땀이 나야 일을 하는 것은 변호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넷째, 기업 재산이든 개인 재산이든 원칙적으로 처분하지 말기를 권합니다.
여기에는 일부 채권자에 대한 담보제공이 포함됩니다.
나중에 부인권의 행사를 통하여 찾아 올 수 있지만 그 자체가 부담을 주는 일거리입니다.
물론 운영자금 조달을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가 있기는 합니다.
매출채권을 담보로 은행에서 빚을 내서 원재료를 구입하고 종업원 인건비를 주기 위하여
미리 매출채권을 양도하는 것이 그 전형입니다.
그러나, 돈을 빌려서 다른 돈을 갚는 식의 행위는 곤란합니다.
새로 돈을 빌리는 분이 그것을 원한다면 별개의 문제이기는 합니다. 흔히 이것을 Earmarking doctrine이라고 합니다.
차환발행을 하는 경우 먼저 돈을 받아 간 사람이 부인권을 행사 당하지 않습니다.
다섯째. 자료 수집입니다. 회생 변호사가 제시하는 서류를 준비합니다. 이것이 완벽해지고,
회생 변호사가 OK를 하고 난 이후 1박2일 정도를 예상하십시요.
보안이 유지되기 어려우면 시내의 호텔에 모여서 준비하기도 합니다.
보통 아침 일찍 관할 법원에 제출합니다.
법원은 접수를 받으면 증권선물위원회에 통지하며, 거래소나 코스닥 상장기업은 공시를 해야 합니다.
여섯째, 채권자들과의 관계는 좋을 수록 좋습니다. 앞으로 어차피 채권자들의 의결로 회생계획의
인부가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금융기관이 미리 협상에 응할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마십시요.
그들의 말은 상당한 진실을 포함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대로 따라하다가는 패가망신하는 수가 있습니다.
모든 것을 기업가 당신의 변호사의 조언을 들어서 결정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