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육신의 끝이 점점 가까워 옴을 온 몸에서 느낀다.
오늘 선나행, 대도심과 과천 뒷산 가을 길의 낙엽을 밟으며, 내가 나의 삶을 왜 그리도 대단한 일로 생각하는 지에 대한 반성을 하게 되었다.
산의 말, 나무의 말, 꽃의 말, 낙엽의 말은 무시하고, 내 말만, 내 의식만 특별한 것처럼 생각하는 것이 너무 뻔뻔스러운 일 아닌가.
나의 우울함과 고독은 그 “특별한 나”에 뿌리를 두고 있음이 분명하다. 입으로 일체의 무상을 외치면서 “내 것”을 지어내고 그것의 무너짐을 억울해 하는 것이다.
기축년 가을 낙엽 앞에 저 건방진 나를 참회하면서 첫 번째의 入寂頌 또는 回向頌을 조립해 본다.
회향송 1
四大六識本來空
六根六塵戱弄劇
千喜萬樂一春夢
大休觀處見性具
지수화풍 사대와 여섯 감각기관의 모든 인식이 본래 공하니
그 인식들은 여섯 감각기관과 그 대상사이에서 일어나는 희롱극에 불과하다.
밖의 경계에 의해서 기뻐하고 즐기는 것들에 빠지지 말라. 모두가 한 토막의 봄꿈일 뿐이다.
이 육신의 헐떡거림을 지우고 유정무정의 모든 생멸을 평등하게 관해 보라. 내 본성에 갖추어져 있는 부처와 지옥을 보살도의 발원에 따라 새로운 모습으로 보게 되리라.

안면암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