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만 15년째 가르치다 보니 난 국어가 넘넘 쉬운데
학생들이 의외로 국어를 어려워하고 하기 싫어 하는 것을... 항상 고민하다
내가 수업중 사용하는 개그로 전국에 있는 모든 학생들에게
국어가 얼마나 재미있고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가 알리려는 거창한 계획....은
전혀 없고... 혹시 책으로 만들어 팔면 몇 푼 챙기려나 하는 기대감에 7월부터 스기 시작한다.
이름하여........
개!국!공!신!!...... 이름 죽이지 않냐?
개 --- 개그처럼 재미있게
국 --- 국어
공 --- 공부를
신 --- 신나게 할 수 있을까?
나랏말쌈이
미귁에 달아
문자와 서르 사맛디 아니 할쎄 ㅣ
이런 젼차로 어린 학생이 니르고져 홇배이셔도
마침내 제 뜨들 시러 펴디 몯하노미하니라
내 이를 윙하야 어엿비 너겨
새로 개국공신을 맹가노니
사람마다 하ㅇ여 수빙니겨 날로 쑤메 뼌한킈 하고져 할따르미니라
홍가 41년 (2004년)
1. 똑똑한 선생님
홍샘이 지금 국어 수업을 시작하기 위해 여러분의 방문을 노크했습니다. 일반적으로(2반이나 3반........등의 학생들은 신경 쓸 필요 없습니다. ^^;;;;;;;;;) 손아랫사람이 있는 방에 들어가기 전에는 두 번, 손윗사람이 있는 방에 들어갈 때는 세 번 손기척을 합니다. 당연히 홍샘이 여러분 보다 나이가 많으니 두 번 했겠지요. 그러면 홍샘은 “똑똑한 사람”이 지요. 그렇습니다. 여러분은 이제부터 똑똑한 샘과 재미있는(滋味(자미)있다 : 滋 불을자 - 불다, 번식하다, 더하다, 보태다, 더욱. 味 맛미 - 맛, 뜻, 의의) 국어 수업을 시작하겠습니다.
그러면 "똑똑하다" 의 똑은 무슨 뜻일까요? 사전에서 찾아보면 부사로, 그 뜻은
1.좀 작은 것이 떨어지는 소리, 또는 그 모양.
¶ 구슬이 마루에 똑 떨어지다.
2.단단한 것이 쉽게 부러지면서 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 연필심이 똑 부러지다.
3.단단한 것을 가볍게 한 번 두드릴 때 나는 소리.
¶ 문을 똑똑 두드리다.
4.거침없이 따거나 떼는 모양.
¶ 감을 똑 따 먹다. (큰말)뚝1. (참고)톡2. 똑―똑[부사]
등 여러 가지 뜻이 있는데 여기에서는 3번의 의미로 사용했습니다.
“―하다”는 원래 동사인데 접미사로 사용되어
1.일부 명사 뒤에 붙어,그 말을 동사로 만듦.
¶ 사랑하다./고백하다./노래하다.
2.일부 의존 형태소에 붙어 형용사를 만듦.
¶ 착하다./훌륭하다.
3.부사에 붙어 동사나 형용사를 만듦.
¶ 산들산들하다./달랑달랑하다.
4.형용사의 보조적 연결 어미 ꡐ-아ꡑ․ꡐ-어ꡑ 따위에 붙어 동사를 만듦.
¶ 슬퍼하다./기뻐하다./아파하다.
5.의존 명사 ꡐ체ꡑ․ꡐ듯ꡑ․ꡐ양ꡑ 따위에 붙어 보조 형용사나 보조 동사를 만듦.
¶ 모른 체하다./아는 양하다.
등으로 사용됩니다.
따라서 “똑똑―하다”는 “똑똑(부사) + -하다(동사/접미사)” 결합된 합성 형용사로
1.흐리지 않아 또렷하고 환하게 알 수 있다.
¶ 안경을 쓰니 똑똑하게 보인다.
2.사리에 밝고 야무지다. 영리하다.
¶ 똑똑한 아들. 똑똑-히[부사].
등으로 사용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홍샘은 똑똑한 사람인 것입니다. 더구나 홍샘은 안경을 쓰기 때문에 1, 2번의 용례가 모두 해당됩니다. 무슨 소리인지 깊게 생각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
자! 아제 여러분도 책상을 두 번 두드리십시오.[―오(어말 어미)모음이나 ꡐㄹꡑ로 끝난 용언의 어간 또는 높임의 ꡐ-시-ꡑ에 붙어, 현재의 동작이나 상태에 대한 서술이나 의문 또는 어찌하라고 시키는 뜻을 나타내는 하오체의 종결 어미.]
학생 여러분이 흔히 착각해서 사용하는 “요”와는 쓰임이 다릅니다.
요3[조사]
1.모음으로 끝난 체언에 붙어,둘 이상의 사물을 대등적으로 나열하는 뜻을 나타내는 연결형 서술격 조사. (참고)이요.
2.모음으로 끝난 체언 뒤에 쓰이는 하오체의 종결형 서술격 조사.
㉠무엇을 단정하여 일러 주는 뜻을 나타냄.
¶ 요게 바로 다람쥐요.
㉡묻는 뜻을 나타냄.
¶ 여기가 어디요? (참고)이오.
3.서술어의 어미에 붙어 존칭이나 주의를 끌게 하는 뜻을 나 타내는 보조사.
¶ 신부가 아주 예뻐요./벌써 갔는걸요.
두드렸습니까? 그러면 됐습니다. 이제 여러분도 “똑똑한 학생”이 된 것입니다.
2. 홍샘의 국어 수업은 재미있다.
위의 “자미있다”가 “재미있다”로 바뀐 것과 같은 현상을 “ㅣ모음 역행동화”라고 합니다.“ㅣ모음 역행동화(역행동화는 뒤의 음절 때문에 앞 음절이 변하는 것이고, 순행동화는 앞의 음절 때문에 뒤의 음절이 바뀌는 것입니다. 그러면 상호동화는? 그렇지요. 서로가 영향을 주는 것입니다.)” 는 후설모음 'ㅓ, ㅏ, ㅜ, ㅗ'가 그 뒤에 이어지는 전설 모음 'ㅣ'에 동화되어 전설 모음 'ㅐ, ㅔ, ㅟ, ㅚ'로 바뀌어 발음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것은 앞모음의 발음기관이 뒤 모음(ㅣ)을 발음하기 위한 위치로 이동함에 따른 변화이다.
그 쓰임은
호랑이 -- [호랭이], 노랑이 -- [노랭이], 고양이 -- [고얭이],
먹이 -- [멕이], 녹이다 -- [ㄴ이다], 죽이다 -- [쥑이다], 학교 -- [핵교],
어미 -- [에미], 가자미 -- [가재미], 손잡이 -- [손재비] 등의 예가 있습니다.
그러면 이제부터 재미있는 국어수업을 시작하겠습니다. “재미있다”라는 말을 요즘 유행하는 외계어로 쓰자면 “제믿다” 로 쓸 수 있겠지요? 홍샘은 “이 책을 보고 공부를 하고 있을 여러분들의 성적이 오를 것을 믿습니다.” 어떻습니까? “제믿는” 수업이었습니까? 너무 썰렁하다고요? 실망하셨다면 이쯤에서 책을 덮도록 하세요. 이 책은 처음부터 쭈~~욱 이런 식입니다. 헐~~~ 아직 무슨 뜻인지 모르는 학생들도 있군요. “제믿는” 수업(제 (저 아이) 믿는 수업) 이제 아셨습니까? 그대는 버퍼링이 늦은 학생으로 이 책에 적응하기 힘들 것입니다. 그러니 농담지수부터 올리고 보세요. ^^;;;
3. 비빔밥
많은 학생들이 관형사형 전성어미에 대해 어려워* 합니다. 그래서 이번 시간에는 관형사형 전성어미에 대해 알아 보겠습니다. 관형사형 전성어미는 용언(동사 또는 형용사)뒤에 붙어 용언으로 하여금 관형사의 구실을 하도록 하는 어미로써 반드시 체언(명사. 대명사, 수사)을 꾸며준다. 관형어와 체언은 띠어 쓰기를 원칙으로 한다. 그 종류는
은 (은/ㄴ) - 과거
는 (는/ㄴ) - 현재
을 (을/ㄹ) - 미래
세 가지가 있다.
여러분이 식당에 가서 “비빔밥”을 주문하는데 그것은 잘 못 된 것이다. 엄밀한 의미로 말하면 “비빌 밥”이라고 해야 옳다. 왜냐하면 비벼져서 나오는 것이 “비빔밥”이기 때문이다. 즉 비빔되어 있는 상태가 “비빔 밥”이고 미래에 비빌 것이기 때문에 “비빌 밥”이 옳다. 그러면 주문한 음식이 나와서 비볐으니 “비빔 밥”이 옳지 않겠느냐? 그것 역시 아니다. 이미 비빈 것이기 때문에 그때는 관형사형 전성어미의 과거형인 “비빈 밥”이 옳다.
1990년대 한 때 유행했던 썰렁 개그의 한가지로 “ㅂ불규칙 용언”을 이용한 것이다. 그 용례는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전쟁은? 아름다~ 워 (War:전쟁)
세상에서 가장 추운 전쟁은? 추~워 (War:전쟁)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전쟁은? 무서~워 (War:전쟁) 이런 식으로 주변을 초강력울트라캡짱 얼려 버리는 치명적 개그였기에 간혹 친구들에게 왕따가 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ㅂ불규칙 용언”은 어간 끝소리에 'ㅂ'이 오면 ⇒'ㅗ / ㅜ'로 바뀐다 [예) 돕 + 아 ⇒도와] 그런데 경상도 방언에서는 이러한 불규칙용언을 아주 자연스럽게 무시하여 규칙용언으로 발음한다. “아름다버”, “추버”, “무서버”등으로 사용한다. ㅋㅋㅋ ^^;;;; 그러나 이렇게 사용한다고 웃을 일만은 아니다. 왜냐하면 그러한 방언에 국어의 옛 모습이 많이 남아있어 국어학자들에게는 국어의 역사를 연구할 수 있는 귀중한 보물과 같다.
홍샘이 부산에서 아르바이트하던 시절의 이야기 한 토막 ; 홍샘이 대학입시에 실패하여 무작정 가출해서 도착한 곳이 부산이었다. 며칠이 지나자 가지고 갔던 돈도 다 떨어져 오도가도 못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신발가게에서 점원 구한다는 선전지를 보고 취직해서 있던 어느 날 5~6세쯤 되는 꼬마가 들어와 천원짜리를 내밀며 “돈 좀 쭈리도~”라고 하는 것이었다. 평소 스스로 똑똑하다고 자부해 오던 홍샘 지체없이 천원짜리를 받아 들고 반으로 접어 주었다. 그런데 꼬마가 이상한 눈빛으로 야리더니 다시 한 번 좀 더 큰 소리로 “돈 좀 쭈리도~”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홍샘 역시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두 번 접어서 돌려 주었다. 그 때 그 꼬마의 측은하다는 듯이 바라보는 눈빛 공격은 훗날 신짱구의 눈빛 공격으로 승화되었다는 믿기 힘든 전설이 전해지지만 확인할 수는 없다. 각설하고..... 점 점 커져가는 꼬마의 목소리와 홈샘의 망설임 없는 접기가 반복되어 결국은 더 이상 접을 수 없을 만큼 꼬깃꼬깃해진 천원짜리는 탁구공처럼 이쪽과 저쪽을 왕래하며 불꽃튀는 치열한 신경전의 양상을 반영하고 있었다. 결국 꼬마는 절망적인 눈빛으로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사라졌다. 그 후 궁금해서 주변 경상도 분에게 물어보았더니 “돈 좀 쭈리도~”(“돈 좀 줄여 줘~”)는 잔돈으로 바꾸어 달라는 방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홍샘은 추호도 반성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조그만 녀석이 감히 반말로 나에게 엉기다니... 고얀 놈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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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네
참 재밋다.. 퍼가네 그리고 내카페 자료실 느낌란에 글좀올리시게나 부탁하네
약간 어렸지만 재밌네요 ^^*
ㅋㅋㅋ 퍼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