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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재상서(上宰相書)
伏以孟氏之廓闢楊墨者 恐其肆害於儒門也 韓愈之攻斥佛老者 恐其或亂於黔首也
복이맹씨지곽벽양묵자 공기사해어유문야 한유지공척불노자 공기혹난어검수야
엎드려 생각하오니, 맹자가 양주(楊朱)와 묵적(墨翟)을 과감하게 물리친 것은 그들이 (사상들이) 함부
로 유가를 해칠까 두려워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또 한유(韓愈, 昌黎, 768-824)가 불교와 노자를 공격
하여 배척한 것은, 그 사상들이 백성들을 현혹하고 어지럽힐까 두려워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古之君子立法設禁 必考其義理之如何 爲害之何然後 當禁者 禁之 不當禁者 不禁之
고지군자입법설금 필고기의리지여하 위해지하연후 당금자 금지 부당금자 불금지
若其果合於義理 則雖蒭蕘之言 聖人必取 此不以人廢言之義也
약기과합어의리 즉수추요지언 성인필취 차불이인폐언지의야
옛날에 군자는 법을 세우고 금령을 제정하였는데, 반드시 그 의리(義理)가 어떠한가, 해롭게 하는 것
이 어떠한가를 곰곰이 생각해야 했습니다. 그런 다음에, 마땅히 금해야 할 것은 금하고, 금하지 말아
야 할 것은 금하지 않았습니다. 만약 그것이 의리에 과연 부합한다면, 비록 나무꾼의 말일지라도 성인
들은 반드시 받아들였습니다. 이것은 다른 사람을 가지고 주장을 쓸데 없는 것으로 여기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我國之禁天主聖敎者 其意何居 初不問義理之如何 以至寬極痛之說 歸之邪道 置之大辟之律
아국지금천주성교자 기의하거 초불문의리지여하 이지관극통지설 귀지사도 치지대벽지율
辛酉前後 人名大損 而無一人查攻其源流 噫 爲學者 將爲儒門之害歟 將爲黔之亂歟 是道也
신유전후 인명대손 이무일인사공기원유 희 위학자 자위유문지해여 장위검지난여 시도야
自天子達于庶人 日用常行之道 則不可謂爲害爲亂也
자천자달우서인 일용상행지도 즉불가위위해위란야
우리나라가 천주성교(天主聖敎)를 금지하는 것은 그 뜻이 어디에 있습니까? 처음부터 의리가 어떠한
가를 묻지도 않았으며, 그것을(天主聖敎) 사도(邪道)로 돌려버리고, 그것을 사형의 규율(大辟之律)로
조처하였습니다. 신유년(1801년)을 앞뒤로 하여, 사람들의 목숨이 크게 손상되었는데, 어느 한 사람도
그 원류(原流)를 조사해 본 일이 없었습니다. 아(슬픕니다)! 배운다는 것이, 장차 유가를 해롭게 하는
것이겠습니까? 장차 백성을 어지럽게 하는 것이겠습니까? 이 도(천주교)는 천자로부터 서인들에 이
르기까지 일상적으로 항상 실천해야 하는 도이므로 (사람들을) 해롭게 하거나 어지럽게 할 수 없습니
다.
慈敢畧言其道理之不非 夫天地之上自有主宰 厥有三證言 一曰萬物 二曰良知 三曰聖經
자감약언기도리지불비 부천지지상자유주재 궐유삼증언 일왈만물 이왈양지 삼왈성경
이제 감히 그 도리가 그릇된 것이 아님을 간략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반적으로 하늘과 땅 위에는
스스로 주재하시는 분이 있으며, 그분을 증명하는 것이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만물이고, 둘째는
양지(良知, 양심)이며, 셋째는 성경(聖經)입니다.
何爲萬物 晴以房室 喩之 彼房室也 有柱石有 樑椽有門戶有墻壁 間架不失尺寸 方圓各有制度
하위만물 청이방실 유지 피방실야 유주석유 양연유문호유장벽 간가불실척촌 방원각유제도
若曰柱石 樑椽 門戶墻壁 渾然相合 兀然自立 必曰狂人之言也
약왈주석 양연 문호장벽 혼연상합 올연자립 필왈광인지언야
무엇을 만물이라 합니까? 청컨대 그것을 집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저 집에는 기둥과 주춧돌이 있고,
대들보와 서까래가 있으며, 대문과 방문이 있으며, 담과 벽이 있습니다. 사이마다 지탱하는 것이 한
자 한 치도 어긋나지 않고, 모나고 둥근 것들이 각각 일정한 규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만약 말해서 기
둥과 주춧돌, 대들보와 서까래, 대문과 방문, 담과 벽이 뒤섞여지고 서로 합쳐져서 우뚝하게 되어 저
절로 세워졌다고 말한다면 (다른 사람들이) 반드시 미친 사람이 하는 말이라고 말할 것입니다.
今夫天地 大房屋也 飛者走者動者植者 奇奇妙妙之像狀 豈有自然生成乎
금부천지 대방옥야 비자주자동자식자 기기묘묘지상상 기유자연생성호
若果自然則日月星辰 何以不違 其躔次 春夏秋冬 何以不違其代序乎
약과자연즉일원성진 하이불위 기전차 춘하주동 하이불위기대서호
지금 일반적으로 하늘과 땅은 커다란 집입니다. 날아다니는 것, 움직이는 것(동물), 심어진 것(식물)
들은 그 형상들이 아주 기묘합니다. 어찌 저절로 저렇게 생겨서 이루어진 것이겠습니까? 만약 과연
저절로 그러하다면 해와 달과 별들이 어떻게 그 운행의 자리를 어그러뜨리지 않으며, 봄과 여름과 가
을과 겨울이 어떻게 그 큰 순환 질서를 거스르지 않습니까?
興廢榮枯宰制者誰 福善禍淫 主張者誰
흥폐영고재제자수 복선화음 주장자수
흉하고 망하고 번영하고 시드는 것을 주재하고 다스리는 자가 누구입니까? 착한 사람에게 복을 내려
주며, 음탕한 사람에게 화를 미치게 하는 것을 주로 하여 펼쳐내는 자가 누구입니까?
上天之載 無聲無臭 舉世之人 暝行摘填 歸之自然 是何以異於遺子 不見其父 不信其有父也哉
상천지재 무성무취 거세지인 명행적전 귀지자연 시하이이어유자 불견기부 불신기유바야재
위로 하늘에는 소리도 없고 냄새도 없는 것을 싣고, 온 세상 사람들은 어두운 곳으로 나아가 찰흙을
들추어내는데, 그것이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면, 이것은 아버지를 보지 못한 아들(遺腹子)이 그 아
버지를 보지 못했다고 하여 그 아버지가 계심을 믿지 못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世人 見一篇奇文一幅名畵 欽慕讚歎 必問何人才能 斷不凡忽看過
세인 견일편기문일폭명화 흠모찬탄 필문하인재능 단불범홀간과
宇宙萬物藝藝職職林林葱葱者
우주만물예예직직림림총총자
亦一奇文名畵 以自古及今 寥寥沁沁 獨不問作者
역일기문명화 이자고급금 요요심심 독불문작자
세상 사람들은 한 편의 걸출한 문장과 한 폭의 이름난 그림을 보고는 흠모하고 찬탄하는데, 반드시
어떤 사람이 재주를 발휘하였는가를 물어보지, 일반적으로 결코 소홀히 보아 넘기지 않습니다. 우주
만물이 (모두) 다채롭고, 다양하며, 풍성하고 뚜렷하면서도 무성한 것은 역시 하나의 걸출한 문장과
뛰어난 그림인데, 예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아주 조금이라도 스며들어서 오직 지은 자를 (누구인
지를) 물어보지 않으니 어찌된 일입니까?
何哉 世間事物俱不出於質貌作爲四字 質者材料也 貌者形狀也 作者工匠也 爲者需用也
하재 세간사물구불출어질모작위사자 질자재료야 모자형상야 작자공장야 위자수용야
近取諸身 遠取諸物 莫不皆然 以若介大天地 豈無作者此以 萬物而知有主宰也
근취제신 원취제물 막불개연 이약개대천지 기무작자차이 만물이지유주재야
세상의 모든 사사물물(事事物物)들은 모두 바탕(質)과 모양(貌)과 만듦(作)과 행위(爲) 등 네 글자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바탕이란 재료이고, 모양이란 형상이며, 작업한다는 것은 만드는 사람이며, 행하
는 것은 그 쓰임입니다. 가깝게는 몸에서 얻고, 멀게는 사물에서 얻는데, (이치로 보아) 모두 그러하지
않음이 없습니다. 이로써 만약 대천지(大天地)로 소개하자면 어찌 만든 이가 없겠습니까? 이것이 만
물을 가지고서도 주재자(하느님)가 계시다는 것을 안다는 것입니다.
何謂良知 若夫白晝晦暝 雷電相薄 雖孩提便知奪畏 瞠目累足 置身無地
하위양지 약부백주회명 뇌전상박 수해제편지탈외 당목누족 치신무지
此可知賞罰善惡之大主宰 印在心頭矣
차가지상벌선악지대주재 인재심두의
무엇을 양지(양심)라 합니까? 대개 대낮이 어둑해지고 천둥과 번개가 서로 다투어대면, 비록 어린아
이라 하더라도 곧 떨며 두려워할 줄 알고, 눈동자를 휘둥그렇게 뜨고 오금을 제대로 펴지 못하며, 처
신 하는 것이 몸 둘 바가 없습니다. 이것은 상선벌악을 내리시는 큰 주재자께서 (인간의) 마음과 머릿
속에 깊이 새겨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閭巷間愚夫愚婦 若蒼黃窘急之勢 悲痛寃恨之時 必呼天主而告之 此其本然之心秉彛之性
려항간우부우부 약창황군급지세 비통원한지시 필호천주이고지 치기본연지심병이지성
有不得掩者 故不教而知 不學而能 但不知何以事之而畏之則均然 此以良知而知有上主也
유불득엄자 고불교이지 불학이능 단불지하이사지이외지즉균연 차이양지이지유상주야
세상에서 어리석은 사내와 여자들도 만약 당황하여 궁지에 몰려 급한 상황이나 비통하고 원통한 때
와 맞닿으면, 반드시 천주(하느님)를 부르면서 그에게 아룁니다. 이것은 그 본래부터 가지고 있는 마
음과 타고난 본성을 가릴 수 없는 것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르치지 않아도 알고, 배우지 않아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그(하느님)를 섬길 줄 알지 못하면서 그를 두려워하는 것이 모두 그러합
니다. 이것이 양지(양심)를 가지고 하느님(상주)이 계심을 압니다.
何謂聖經 古之堯舜禹文武周孔之傳 亦有經史而來也
하위성경 고지요순우문무주공지전 역유경사이래야
若非經史則誰知有堯舜禹文武周孔之傳 何心法 設何典章乎
약비경사즉수지유요순우문무주공지전 하심법 설하전장호
무엇을 성경이라 합니까? 옛날에 요(堯)임금, 순(舜)임금, 우(禹)임금, 탕(湯)임금, 문(文)왕, 무(武)왕,
주공(周公), 공자(孔子)가 전해진 것은 역시 경서(經書)와 사서(史書)가 있어서 내려왔습니다. 만약 경
서와 사서가 아니었더라면 요, 순, 우, 탕, 문, 무, 주, 공자가 심법(心法, 사상)을 어떻게 하고, 어떤 전장
제도(典章制度)를 세웠는가 하는 것이 전해지는 것을 누가 알겠습니까?
心法也 典章也 載之竹帛布在方冊 故視爲可則 信如金石 惟我聖敎之傳 亦有經典而來也
심법야 전장야 재지죽백포재방책 고시위가칙 신여금석 유아성교지전 역유경전이래야
粵自開闢以來 史不絶書 古經新經 班班可考 至今家頌而戶絃 汗牛以充棟 少無舛錯
월자개벽이래 사불절서 고경신경 반반가고 지금가송이호현 한우이충동 소무천착
심법과 전장은 대쪽과 헝겊이 책으로 엮어져 실려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 내용이) 옳다고 여겨
지면 쇠와 돌(金石)처럼 믿습니다. 그런데 우리 성교가 전하는 것도 역시 경전을 가지고 있어서 내려
왔습니다. 말하자면, 천지가 개벽한 이래, 역사는 끊임없이 쓰여 졌고, 구약성서와 신약성서에서 분명
하게 살필 수 있습니다. 지금에 이르러서 (그것을) 암송하면서 집집마다 거문고 가락을 탑니다. (그 책
은) 황소가 땀을 흘릴 정도로 충분히 쌓아 마루에 닿을 지경이지만 조금도 (사람들을) 잘못되게 하지
는 않습니다.
我國之人 以此等文字不少 概見於中國經史 疑焉 中國經史 亦不云乎 易曰 以享上帝
아국지인 이차등문자불소 개견어중국경사 의언 중국경사 역불운호 역왈 이향상재
詩曰 昭事上帝 書曰 禋于上帝 夫子曰 獲罪于天 無所禱也
시왈 소사상재 서왈 인우상재 부자왈 획죄우천 무소도야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러한 문자들이 적지 않게 대체로 중국의 경서와 사서에 드러난다고 함으로써
의심을 품습니다. 중국의 경서와 사서에도 역시 다음과 같이 이르지 않습니까? 주역(周易)에서는 “상
제(하느님)께 바칩니다.”라고 하였고, 시경(詩經)에서는 “상제(하느님)를 밝게 섬깁니다.”라고 하였으
며, 서경(書經)에서는 “상제(하느님)께 아뢰나이다.”라고 하였으며, 공자께서는 “하늘에 죄를 얻으면
빌 곳이 없다.”라고 하였습니다.
有所謂敬天畏天順天奉天之說 雜出於諸子百家之書 是何患乎 西史之不來
유소위경쳔외천순천봉천지설 잡출어제자백가지서 시하환호 서사지불래
또, 하늘을 공경하고 하늘을 두려워하며 하늘에 순종하고 하늘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등의 학설이 여
러 성현들과 철학자들의 저서에 곳곳에 나타나있으니 설사 서양의 사기(성서)가 전래되지 않았다고
해도 무엇이 걱정되겠습니까?
有所謂敬天畏天順天奉天之說 雜出於諸子百家之書 是何患乎 西史之不來
유소위경천외천순천봉천지설 잡출어제자백가지서 시하환호 서사지불래
이른바 하늘을 공경하고, 하늘을 두려워하며, 하늘을 따르고, 하늘을 받들어야 한다는 학설은 제자백
가(諸者百家)들 책에 뒤섞여서 나타날 때 이것이 서양의 역사에 전해지지 않았다고 해서 무엇이 걱정
입니까?
設或西史之來雖在上古 而堯之洪水 秦之刧火 湮滅無傳必矣 迨至孫吳赤烏年間
설혹서사지래수재상고 이요지홍수 진지겁화 인멸무전필의 태지손오역오년간
得鐵十字 唐之貞觀九年 景敎大治
득철십자 당지정관구년 경교대치
만일 서양의 사기(성경)가 전해졌다면, 비록 상고시대라 하더라도 요임금 때의 홍수와 진시황 때의
분서갱유의 여파(劫火)로 소멸되어 필시 전해지지 못했음이 확실합니다. 중국 삼국시대 때 손권(孫
權)의 동오(東吳)시대 적오(赤烏)년간에 쇠로 만든 철 십자가를 얻었고, 당나라 정관(貞觀, 627-649년)
9년에는 경교(景敎)가 크게 다루어졌습니다.
上自朝者 下至草野 一齊崇事 創大祭祀 立景敎碑 大賢如魏徵房玄齡 篤信而無疑
상자조자 하지초야 일제숭사 창대제사 입경교비 대현여외징방현령 독신이무의
大明萬曆年間 西士來遊 多有著述 至今流傳於中國 上主黙佑東方 東那之辛同福爲奇
대명만력년간 서사래유 다유저술 지금유전어중국 상주묵우동방 동나지신동복위기
今焉五十餘年矣 此以聖經而知有主宰也
금언오십여년의 차이성경이지유주재야
위로는 조정의 저명한 인사들로부터 아래로는 민초들에 이르기까지, 일제히 숭배하여 섬겼으며, 큰
제사를 만들고, 경교비(景敎碑)를 세웠습니다. 대 석학들, 예컨대 위징(魏徵)과 방현령(房玄齡) 등과
같은 사람들이 독실하게 믿어서 의심을 품지 않았습니다. 명나라 만력(萬曆) 연간(1573-1619)에는 서
양의 선교사들이 들어와 지내면서 쓴 책들이 많이 있는데, 지금까지 중국에서 유행하여 전해지고 있
습니다. 하느님(上主)은 아무 말 없이 동방을 도와주시고, 동쪽 나라(조선)에 행운과 축복이 기묘하게
내려졌습니다. 지금 오십여 년 남짓 되었습니다. 이것은 성경을 가지고서 주재자가 계심을 압니다.
舉此三證 既然明知有主宰 則當知上主之造天地萬物 長欲通其福懸其德 造天而覆我
거차삼증 기연명지유주재 즉당지상주지조천지만물 장욕통기복현기덕 조천이복아
造地而載我 造日月星辰光照我 草木禽獸銅鐵 享用我
조지이재아 조일운성신광조아 초목금수동철 향용아
이 세 가지 증명을 들어 이미 주재하고 계심을 밝히 알았다면, 마땅히 하느님께서 천지만물을 만드신
것은 장차 그 복을 (아래로) 통하게 하여 그 덕을 드러내려는 것임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하늘을 지으
시어 우리를 덮으시고, 땅을 만드시어 우리를 실으셨으며, 해와 달과 별들을 만드시어 우리에게 빛을
주시고, 풀과 나무와 짐승들과 금과 은과 구리와 쇠 따위들이 우리에게 쓰이도록 하셨습니다.
自出母胎 至於長成 種種洪恩 如是罔涯 人之本分 當如何哉 若戴天履地而穿吃而己
자출모태 지어장성 종종홍은 여시망애 인지본분 당여하재 약대천이지이천흘이기
則孤負生民之洪恩 莫此爲甚也
즉고부생민지홍은 막차위심야
저절로 모태에서 생겨 나와서 성장하는 데까지 갖가지 큰 은혜가 이와 같이 끝이 없습니다. 사람의
본분이 마땅히 어찌해야 하겠습니까? 만약 하늘을 이고 땅을 밟으면서 입고 먹는 데만 집착한다면,
백성을 내신 큰 은혜를 저버리는 것이니, 이보다 더 심한 것은 없습니다.
譬如爲人父者 造房屋辦傢伙 給其子享用 其子處其房屋 用其傢伙
비여위인부자 조방옥판가화 급기자향용 기자처기방옥 용기가화
肆然自大 不知親之道 報本之意 則孝乎 不孝乎
사연자대 부지친지도 보본지의 즉효호 불효호
비유컨대 아버지가 되는 자가 집을 짓고 살림살이를 처리하고, 그 아들이 사용하도록 주었으며, 그 아
들은 그 집에서 거처하고, 그 살림살이를 사용하였는데, 제멋대로 하고 스스로 위대한 체 하여 부모를
섬기는 도리와 바탕에 보답하는 뜻을 알지 못한다면, 효도하는 것이겠습니까? 불효하는 것이겠습니
까?
人之處世 秋毫皆帝力也 生養助顧之 保護引導之 身後受賞 存而勿論
인지처세 추호개제역야 생양조고지 보호인도지 신후수상 존이물론
現受之恩已極無比 吾人之沒身奉事 當如何而可答萬一也
현수지은이극무비 오인지몰신봉사 당여하이가답만일야
사람이 세상에 거처하면서 털끝만한 것들이라도 모두 하느님의 힘입니다. 그를 낳고기르고 도와주고
관심을 가져주며, 그를 보호하고 인도해 주십니다. 죽은 후에 상을 주시는 것이 있긴 하지만 논하지
않더라도, 현재에 받은 은혜는 이미 지극하여 견줄 데가 없습니다. 우리가 죽기까지 (그분을) 받들고
섬기는 것이 어떻게든지 마땅히 (그분의 은혜에) 만 분의 일이라도 보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奉事之道 非高遠難行之事 非索隱行怪之類也 改過自新 遵帝誡命而已
봉사지도 비고원난행지사 비색은행괴지류야 개과자신 존제계명이이
誡命者何 上主黙喩之十誡也
계명자하 상주묵유지십계야
一. 欽崇一天主萬有之上
일. 흠숭일천주만유지상
二. 無呼天主聖名以發虛誓
이. 무호천주성명이발허서
三. 守膽禮之日
삼. 수담례지일
四. 孝敬父母
사. 효경부모
五. 毋殺人
오. 무살인
六. 毋行邪淫
육. 무행사음
七. 毋倫盜
칠. 무륜도
八. 毋妄證
팔. 무망증
九. 毋願他人妻
구. 무원타이처
十. 毋貪他人財物
십. 무탐타인재물
右十誡 摠歸二者 愛天主萬有之上 及愛人如己 上三誡 昭事之籂目也
우십계 총귀이자 애천주만유지상 급애인여기 상삼계 소사지식목야
下七誡 修省之工夫也
하칠계 수성지공부야
그분을 받들고 섬기는 도리는 고상하고 원대하거나 행하기 어려운 일이 아니며, 숨은 것을 찾아내거
나 괴상한 것들을 행하는 것이 아닙니다. 허물을 고치고 스스로 새롭게 되어 하느님의 계명을 따를
뿐입니다.
계명이란 무엇입니까?
하느님께서 묵시적으로 알리신(계시하신) 열 가지 계율입니다.
⓵ 하나이신 천주를 만유(萬有) 위에 흠숭하라.
⓶ 천주의 거룩한 이름을 불러서 헛된 맹세를 하지 말라.
⓷ 첨례의 날(주일)을 지켜라.
⓸ 부모에게 효도하고 공경하라.
⓹ 사람을 죽이지 말라.
⓺ 간음을 행하지 말라.
⓻ 도둑질을 기준 삼지 말라.
⓼ 망령된 증언을 하지 말라.
⓽ 다른 사람의 처를 바라지 말라.
⓾ 다른 사람의 재물을 탐하지 말라.
위 열 가지 계명은 총괄적으로 두 가지로 귀결됩니다. 천주를 만유 위에 사랑하고, 아울러 사람을 자
기 몸과 같이 사랑하는 것입니다. (순서에 따라) 앞의 세 가지 계명은 그분을 밝게 섬기는 조목입니다.
뒤의 일곱 가지 계명은 자기를 닦고 반성하는 공부입니다.
顔氏之四勿 戴記之九恩不足比方 忠恕孝悌 仁義禮智 包括這裏 有何一毫不足處乎
안씨지사물 대기지구은부족비방 충서효제 인의예지 포괄저리 유하일호부족허호
而是道而行乎 一家則家可齊矣 行乎一國則國可治矣 行乎天下則天下可平矣
이시도이행호 일가즉가가제의 행호일국즉국가치의 행호천하즉천하가평의
안연(顔淵)의 네 가지 하지 말 것(四勿)과 대례기(戴禮記)의 아홉 가지 생각(九思)은 (모두 십계명에)
비유(比方)하기에 부족합니다. 충성과 용서(관용)와 효성과 우애, 어짊과 외로움, 예의와 지혜가 이 속
에(십계명) 포함되어 있으니 어떠한 한 올 털끝만치의 부족한 점이 있겠습니까? 이 도를 가지고서 한
집안에 행한다면 집안이 가지런해 질 것이고, 한 국가에 행하면 한 나라가 다스려 질 것이며, 천하에
행하면 천하가 태평스럽게 될 것입니다.
十誡之中 不可犯一 而非徒身犯 尤禁心犯 大凡人之過失 作於其心 害於其事
십계지중 불가범일 이비도신범 욱금심범 대범인지과실 작어기심 해어기사
治世之法 可其治事 不治其心 天主之誡 非徒治其事 亦治其心
치세지법 가기치사 불치기심 천주지계 비도치기사 역치기심
십계명 중 한 가지라도 범할 수 없으며, 단지 몸으로 범하는 것 뿐 아니라 특히 마음으로 범하는 것도
금지합니다. 대체로 사람의 과실은 그 마음에서 만들어지고, 그 일삼는 것에 해를 끼칩니다. 세상을
다스리는 법은 그 일삼는 것을 다스릴 수 있지만, 그 마음을 다스리지는 못합니다. 하느님의 계명은
다만 그 일삼는 것을 다스릴 뿐 아니라, 또한 그 마음을 다스립니다.
然而 人心惟危 道心惟微 頃刻犯罪 私慾偏情 百方引誘 誘以驕傲 誘以憤怒
연이 인심유위 도심유미 경각범죄 사욕편정 백방인유 유이교오 유이분노
誘以貪饕 誘以邪淫 誘以嫉妬 誘以慳吝 誘以懈怠 陷人於必死之地
유이탐도 유이사음 유이질투 유이간린 유이해태 함인어필사지지
그렇지만 사람의 마음은 지극히 위태롭고, 도심은 지극히 희미하며, 한 순간에 죄를 범하고 사사로운
욕심이 감정에 쏠리게 되며, 백방으로 이끌어 유혹하고, 교만으로 유인하며, 감정적인 분노로 유인하
고, 탐욕에로 유인하며, 음란한 것에로 유인하고, 질투에로 이끌며, 후회가 막심한 데로 이끌며, 게으
름에로 유인하고, 반드시 죽게 되는 상황에로 사람을 빠져들게 합니다.
苟不時時警斥 刻刻攻退 則不免於羅穽 故終身相戰 戰無弛時
구불시시경척 각각공퇴 즉불면어라정 고종신상전 전무이시
戰勝則功 不勝則抵罪 功罪之判 則身死之日也
전승즉공 불승즉저죄 공죄지판 즉신사지일야
진실로 그때그때 경계하고 물리치지 않으면 이 그물과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죽는
날까지 서로 싸우고, 싸움은 느슨한 때가 없으며, 싸워서 이기면 공로가 되지만, 이기지 못하면 죄를
떠받드는 것이 됩니다. 공로와 죄에 대한 판단은 즉 몸이 죽는 날입니다.
天主之公 無善不報 天主至義 無惡不罰若身死之後 魂亦隨滅則賞也 罰也 施何所乎
천주지공 무선불복 천주지의 무악불벌약신사지후 혼역수멸즉상야 벌야 시하소호
又當知靈魂之不滅也
우당지영혼지불멸야
하느님은 지극히 공평(보편적)하시어 선함을 갚아 주지 않음이 없습니다. 하느님은 지극히 의로우시
어 악함을 벌하지 않으심이 없습니다. 만약 몸이 죽은 다음에 영혼 또한 따라서 없어진다면, 상급이나
벌은 (하느님께서) 어디에다 베푸시겠습니까? 또 마땅히 영혼은 불멸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盖魂有三焉 一生魂 二覺魂 三靈魂也 生魂者 草木之魂也 能生長而無知覺 覺魂者
개혼유삼언 일생혼 이각혼 삼영혼야 생혼자 초목지혼야 능생장이무지각 각혼자
禽獸之魂也 能之覺而不知義理也 是非也 靈魂者 人之魂也 能生能長 能知能覺
금수지혼야 능지각이부지의리야 시비야 영혼자 인지혼야 능생능장 능지능각
能分判是非 推論道理 於萬物之中 惟人最貴 所貴乎人者
능분판시비 추론도리 어만물지중 유인최귀 소귀호인자
以其魂之靈也則所謂天命之謂性 而賦卑于胎中者也 烏可與草木禽獸 同歸於朽腐乎
이기혼지영야즉소위천명지위성 이부비우태중자야 오가여초목금수 동귀어후부호
대체로 혼은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생혼, 둘째는 각혼, 셋째는 영혼입니다. 생혼이란 풀과 나무
의 혼입니다. 능히 나고 자랄 수 있으면서도 지각은 없습니다. 각혼이란 짐승들의 혼입니다. 능히 지
각할 수 있으면서도 의로움과 이치와 옳고 그름을 알지 못합니다. 영혼이란 사람의 혼입니다. 능히 날
수 있고 능히 자랄 수 있으며, 능히 인식할 수 있고 능히 느낄 수 있으며, 옳고 그름을 나누고 따지며,
도리를 추론할 수 있습니다.
만물 가운데 오직 사람이 가장 귀중합니다. 즉 이른바 천명을 본성이라 하는데 (사람의) 태중에 (하느
님께서) 부여하여 내리신 것입니다. 어찌 (사람의 혼이) 나무와 풀과 짐승들과 함께 할 수 있으며 똑같
이 썩어 없어지는 데로 돌아가겠습니까?
先儒亦知魂之有三而靈之不滅 故曰三魂屢散 又曰魂升魄降 其魂有三焉而靈魂之不死明矣
선유역지혼지유삼이영지불면 고왈삼혼누산 우왈혼승백강 기혼유삼언이영혼지불사명의
旣爲不死不滅 則究意何往 善者靈魂 升天而受賞 惡者靈魂 入地而受罰
개위불사불멸 즉구의하왕 선자영혼 승천이수상 악자영혼 입지이수벌
賞者天堂之永福也 罰者地獄之永苦也
상자천당지영복야 벌자지옥지영고야
앞선 유학자들은 또한 혼은 세 가지가 있지만 영혼만은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러므
로 “세 가지 혼은 누차 흩어진다.”고 하였으며, 또 “혼은 올라가고 백(魄)은 내려간다. 그 혼이 세 가지
가 있는데 (그 가운데에서도) 영혼만은 죽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자명한 사실입니다.
이미 죽지도 않고 없어지지도 않는다면 도대체 어디로 가겠습니까? 선한자의 영혼은 하늘에 올라 상
급을 받습니다. 악한 자의 영혼은 땅으로 들어가서 벌을 받습니다. 상급이란 천당의 영원한 축복입니
다. 벌이란 지옥의 영원한 고통입니다.
若以不見天堂不見地獄 不信其有堂獄 則是何以異於瞽者之不見天 而不信天有日也哉
약이불견천당불견지옥 불신기유당옥 즉시하이이어고자지불견천 이불신천유일야재
事之合理者 不見而可信 不合於理者 雖見不可信也
사지합리자 불견이가신 불합어리자 수견불가신아
만약 천당도 보지 못하고 지옥도 보지 못하였기 때문에 그 천당과 지옥이 있다는 것을 믿지 못한다
면, 맹인이 하늘을 보지 못하고서 하늘에 해가 있다고 믿지 않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일이 이
치에 부합한 것은 보지 않고서도 믿을 수 있고,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은 비록 보더라도 믿을 수가 없습
니다.
故事之可信與不可信 不係於見不見 而惟在於合理與不合理而己 苟能合理則千世之日至
고사지가신여불가신 불계어견불견 이유재어합리여불합리이기 구능합리즈천세지일지
可坐而致之也
가좌이치지야
矣必於吾身親見之哉夫一國之中 必有賞罰 有功者 陞之 縻以爵祿給以金帛
의필어오신친견지재부일국지중 필유상벌 유공자 승지 미이작녹급이금백
有罪者 黜之 囚之犴狴 施以刀鉅
유죄자 출지 수지안폐 시이도거
그러므로 일은 믿을 수 있는 것과 믿을 수 없는 것이 보거나 보이지 않는 것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이치에 부합하느냐 이치에 부합하지 않느냐에 달려있을 따름입니다. 진실로 이치에 부합하면
천년의 세월이 앉아서 그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찌 반드시 몸소 친히 그것을 보아야만 하겠습니까?
일반적으로 한 나라에는 반드시 상급과 벌이 있습니다. 공로가 있는 자는 높여주고, 벼슬과 녹봉을 가
지고 묶어 두고, 황금과 비단을 내려줍니다. 죄가 있는 자는 축출하고, 그를 감옥에 가두어 버리며, 궁
형이나 월형에 처합니다.
一國之君 尙有賞罰之權 况天地大君乎 其賞 非世間爵祿金帛之可比 而永遠無窮之福也
일국지군 상유상벌지권 황천지대군호 기상 비세간작녹금백지가비 이영원무궁지복야
其罰 非世間犴狴刀鉅之可比 而永遠無盡之苦也 升降一定 更無移易
기벌 비세간안폐도거지가비 이영원무진지고야 승강일정 갱무이역
한 나라의 임금이 오히려 상급과 형벌을 주는 권한을 가지고 있는데, 하물며 하늘과 땅을 (다스리는)
위대한 임금은 어떠하겠습니까? 그 상급은 세상의 벼슬과 녹봉, 황금과 비단에 가히 그것을 견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영원무궁한 축복입니다. 그 형벌은 세상의 감옥과 궁형과 월형에 견줄 수 있는 것
이 아니라 영원무궁한 괴로움입니다. (천당에) 오르고 (지옥으로) 내려 가는 것은 딱 한 번 결정되며,
다시 옮기고 바꿀 수 없습니다.
鳴乎 世人 明知靈魂不死 而不知居於何所 豈不哀哉 旣然有永賞永罰 則世事虛幻 以可知矣
명호 세인 명지영혼불사 이불지거어하소 기불애재 기연유영상영벌 즉세사허환 이가지의
오호라! 세상 사람들은 영혼이 죽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알면서도 어디에 있는지를 알지 못합니다.
어찌 슬프지 않겠습니까? 이미 그렇게 영원한 상급과 영원한 형벌이 있다면 세상의 일은 헛된 환상임
을 이로써 알 수 있습니다.
人壽多不過百年而汩於利慾 掌中未得之 患得之旣得之 患失之 不知老之將至
인수다불과백년이율어이욕 장주미득지 환득지기득지 환신지 불지노지장지
此身一死 富貴功名 意歸虛地 况富貴功名 一生求之不得者乎 何其塵夢之難醒也
차신일사 부귀공명 의귀허지 황부귀공명 일생구지부득자호 하기진몽지난성야
사람의 목숨은 길어야 백년을 넘지 못하면서도 이익과 욕심으로 흘러넘치지만, 손바닥 안에 그것을
얻지 못합니다. 이미 그것을 얻었지만, 그것을 잃을까 걱정하고, 늙어서 장차 이곳을 알지 못합니다.
이 몸이 한 번 죽으면, 부유함과 고귀함과 공로와 명예는 끝내 헛된 곳으로 돌아가고 맙니다. 하물며
부귀공명이랴? (말해야 무엇 하겠습니까?) 일생동안 그것을 구해도 얻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 티끌 같
은 꿈(헛된 꿈)은 깨어나기 어렵습니까?
鳴乎 世福 缺而不全 天福 全而不缺 世福 暫而不永
명호 세복 결이부전 천복 전이부결 세복 잠이불영
天福 永而不暫 與其求缺 且暫之世福 易若求全且永之天福也
천복 영이불잠 여기구결 차잠지세복 역약구전차영지천복야
오호라! 세상의 행복은 어그러져서 온전하지 못합니다. 하늘의 행복은 온전하여 어그러지지 않습니
다. 세상의 행복은 잠깐이며 영원하지 못합니다. 하늘의 행복은 영원하면서 일시적이지 않습니다. 어
찌 어그러지는 일시적인 세상의 행복을 구하는 것이 바꾸어 온전하고 또 그 영원한 하늘의 행복을 구
하는 것과 같겠습니까?
雖未得天堂之永福 若無地獄之患則暫世暫榮 容惑可圖而奈此地獄之永罰 何哉
수미득천당지영복 약무지옥지환즉잠세잠영 용혹가도이나차지옥지영벌 하재
비록 아직 천당의 영원한 행복을 얻지 못하였더라도, 만약 지옥의 후한이 없다면 잠깐뿐인 세상의 일
시적인 영화는 용인되거나 혹은 도모할 수 있겠지만 이 지옥의 영원한 형벌이 있으니 어찌 하겠습니
까?
在世之時 曚然不覺 身死之後 悔之何及 是以斧鋮在前 鼎鑊在後 而毅然不屈者
재세지시 몽연불각 신사지후 회지하급 시이부성재전 정확재후 이의연불굴자
代不乏人此足爲眞敎之一證 一言蔽曰 至誠 至公 至正 至眞 至全 至獨 唯一無二之敎也
재불핍인차족위진교지일증 일언폐왈 지성 지공 지정 지진 지전 지독 유일무이지교야
세상에 있을 때 꿈결처럼 깨닫지 못하고, 몸이 죽은 뒤에 그것을 후회한들 무엇에 미치겠습니까? 이
로써 (형벌에 쓰여질) 작은 도끼와 큰 도끼가 앞에 있고, (몸을 삶을) 큰 가마솥이 뒤에 있지만 의연하
게 굽히지 않는 자들이 세상에 넘쳐납니다. 이것은 참된 종교의 한 가지 증거가 되기에 충분합니다.
한마디로 잘라 말해서 지극히 거룩하고, 지극히 보편적이며, 지극히 올바르고, 지극히 참되며, 지극히
온전하고, 홀로 지극하며, 오직 하나이고, 둘도 없는 종교입니다.
何謂至聖之敎會 天主親立之敎也 自古列聖 繼繼相承 闡其義理 定其親矩 而至致命以證之
하위지성지교회 천주친립지교야 자고열성 계계상승 천기의리 정기친구 이지치명이증지
可謂至誠矣
가위지성의
⑴ 어찌하여 지극히 거룩한 교회라고 합니까? 하느님께서 몸소 세우신 교회이기 때문입니다. 옛날부
터 여러 성현들은 대대로 서로 이어 받고, 그 의로움과 도리를 밝혀 말하며, 그 규칙을 정하고, 목숨을
바쳐서 그것을 증명하기까지 이르렀으므로 가히 지극히 거룩하다 할 수 있습니다.
何謂至公 無論貴賤 賢愚 男女 老少 東西南北之人 皆可當行之道也 可謂至公矣
하위지공 무론귀천 현우 남녀 노소 동서남북지인 개가당행지도야 가위지공의
⑵ 어찌하여 지극히 보편적(공번됨)이라 합니까? (신분이) 높거나 낮거나, (학식이) 높거나 낮거나, 남
자이거나 여자이거나, 늙었거나 젊었거나 가릴 것 없이 동서남북의 사람들은 모두 마땅히 행할 수 있
어야 할 도리이기에 지극히 보편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何謂至正 廣大明白 蕩蕩平平 無一毫偏倚之行 回正之事 可謂至正矣
하위지정 광대명백 탕탕평평 무일호편의지행 회정지사 가위지정의
⑶ 어찌하여 지극히 올바르다고 합니까? 넓고 크고 분명하며,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터럭만큼
도 치우치고 의지하는 행위와 올바름을 굽히는 일이 없으니, 가히 지극히 올바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何謂至眞 天下未有無敎之國 而敎不眞者多矣
하위지진 천하미유무교지국 이교부진자다의
老莊 失之於虛無 仙佛 失之於幻妄 外此百家方術
노장 실지어허무 선불 실지어환망 외차백가방술
⑷ 어찌하여 지극히 참되다고 합니까? 천하에는 아직 종교가 없었던 나라가 없었지만, 종교가 참되지
못한 것은 많았습니다. 노자와 장자는 허무로 그것을 잃었고, 선교(도교)와 불교는 환상과 망상으로
그것을 잃어버렸습니다.
不足掛齒 而聖敎道理則眞實無僞 永不舛錯 可謂至眞矣
부족괴치 이성교도리즉진실무위 영불천착 가위지진의
이밖에도 여러 사상가들의 방책과 술수들은 입에 담기에 부족합니다. 그러나 거룩한 교회의 도리는
참되고 거짓이 없으며, 영원히 어그러지고 뒤틀리지 않으니 가히 지극히 참되다고 할 수 있습니다.
何謂至全 譬如草木 異敎則或有幹而無枝 或有葉而無花 或有而無實
하위지전 비여초목 이교즉혹유간이무지 혹유옆이무화 혹유이무실
首尾不能相連 終始不能接續
수미불능상연 종시불능접속
⑸ 어찌하여 지극히 온전하다고 합니까? 비유하자면 풀과 나무와 같습니다. 이단의 종교는 어떤 것은
줄기가 있지만 가지가 없고, 어떤 것은 잎사귀가 있지만 꽃은 없으며, 어떤 것은 꽃은 있지만 열매가
없습니다. 머리와 꼬리가 서로 이어질 수 없으며, 시작과 마침이 연결될 수가 없습니다.
而惟聖敎則有幹有枝 有葉有花有實 天地鬼神人事之始末
이유성교즉유간유지 유옆유화유실 천지귀신인사지시말
己往現在未來之前後 渾然畢具 可謂至全矣
기왕현재미래지전후 혼연필구 가위지전의
그러나 오직 거룩한 교회는 줄기도 있고 가지도 있으며, 잎사귀도 있고 꽃도 있고 열매도 있습니다.
하늘과 땅과 귀신과 사람의 시작과 끝, 과거와 현대와 미래의 앞과 뒤가 섞여서 모두 갖추고 있으니
가히 지극히 온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噫 指金玉而强謂之瓦礫 用芻豢而强謂之糟糠 亦將奈何
역 지금옥이강위지와력 용추환이강위지조강 역장나하
아, 슬픕니다. 황금과 구슬을 가리켜서 억지로 그것을 기왓장과 자갈이라 우기고, 가축을 사용하면서
도 (잡아먹으면서도) 억지로 술지게미와 겨(거친 음식)라고 우기니, 역시 장차 어찌해야 합니까?(51)
又曰 無父無君 不知聖敎之義也
우왈 무부무군 부지성교지의야
十誡之四 孝敬父母 夫忠孝二字 萬代不易之道也養志養體 人子之當然
십계지사 효경부모 부충효이자 만대불역지도야양지양체 인자지당연
而奉敎之人 尤切謹愼故 事盡其禮 養盡其力 忠移於君 許身殞命 赴湯蹈火 有不敢避
이봉교지인 우절근신고 사진기체 양진기력 충이어군 허신운명 부탕도화 유불감피
不如是則有違敎誡 此果無父無君之學耶
불여시즉유위교성 차과무부무군지학야
또 말하기를, “아비도 없이 하고 임금도 없이 한다.”고 하였는데, 거룩한 교회의 의리를 모르는 것입
니다. 십계명 가운데 네 번째가 “효도로 부모를 공경하라.”입니다. 대체로 충과 효의 두 글자는 만대
가 흘러도 바꾸지 못하는 도리입니다. (임금의) 뜻을 받들고 (부모님의) 몸을 봉양하는 것은 사람의 자
식으로 당연하지만, 천주교를 받드는 사람들은 더욱 절실히 삼가고 조심하기 때문에 그 예를 다하여
섬기며, 그 힘을 다하여 봉양합니다. 충성은 임금에게로 향하는데, 몸을 허락하고 생명을 바치며, 끓는
물로 들어가고 타는 불을 밟고도 감히 피하지 않습니다. 이와 같지 않으면 천주교의 계명을 어기는
것입니다. 이것이 과연 아비도 없이 하고 임금도 없이 하는 학설이겠습니까?
但國君禁之而民有行之者 家父禁之而子有行之者 其以是說而然歟 是亦有說焉
단국군금지이민유행지자 가부금지이자유행지자 기이시설이연여 시역유설언
位有尊卑 事有輕重 一家之中 家父最重而尊於家父者 國君也
이유존비 사유경중 일가지중 가부최중이존어가부자 국군야
一國之中 國君最重而尊於國君者 天地大君也
일국지중 국군최종이존어국군자 천지대군야
그러나 나라의 임금이 그것을 금지하는데 백성 가운데 그것을 행하는 자가 있고, 집안의 아비가 그것
을 금지하는데 자식 가운데 그것을 행하는 자가 있는데, 그것을 가지고 이 학설이 그러하다 하겠습니
까? 이 또한 말이 됩니까? 자리에는 높고 낮음이 있고 일에는 가볍고 무거움이 있습니다. 한 집안에는
아비가 가장 무겁지만 집안의 아비보다 더 높은 자는 나라의 임금입니다. 한 나라에서 나라의 임금이
가장 무겁지만 나라의 임금보다 더 높은 자는 하늘과 땅의 큰 임금입니다.
聽家父之命而不聽國君之命 則其罪重矣 聽國君之命 而不聽天地大君之命
청가부지평이불청국군지명 즉기죄중의 청국군지명 이불청천지대군지명
則其罪尤極無比 然則奉事天主 非欲故違君命出於不得己者 舉此一者 遂謂之無父無君 可乎
즉기죄우극무비 연즉봉사천주 비욕고위군명출어부득기자 거차일자 수위지무부무군 가호
집안의 아비의 명령을 들으면서도 나라의 임금의 명령을 듣지 않는다면, 그 죄는 무겁습니다. 나라의
임금의 명령을 들으면서도 하늘과 땅의 큰 임금의 명령을 듣지 않는다면, 그 죄는 더욱 지극해서 견
줄 데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하느님을 받들어 섬기는 것이 일부러 임금의 명령을 거스르고자 하는 것
이 아니라, 어찌 할 수 없기에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이 한 가지를 든 것이 결국 아비도 없이 하고 임
금도 없이 한다고 말하는 것이 옳은 것이겠습니까?
又曰 通貨色 夫通貨者 自古有國有家者 不可 一日無之之事也 有無相通然後
우왈 통화색 부통화자 자고유국유가자 불가 일일무지지사야 유무상통연후
生民相資而生也 若無通貨之法 則一國之中 生者幾何 此其不美之法也 可禁之事耶
생민상자이생야 고무통화지법 즉일국지중 생자기하 차기불미지법야 가금지사야
또 말하기를 “재화와 여색을 (서로) 유통한다,”고 합니다. 대체로 재화를 유통하는 것은, 나라를 소유
하고 집안을 소유하는 자가 하루라도 하지 않을 수 없는 일입니다.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서로 통하게
한 다음에라야 백성들은 서로 의뢰하면서 살아갑니다. 만약 재화를 유통시키는 법이 없다면, 한 나라
에서 살아가는 자가 몇이나 되겠습니까? 이것은 그 아름답지 못한 법이기에 금지시키는 일이 옳겠습
니까?
所謂通色者 禽獸 尙有不然者 况歸之於聖敎哉 十誡之第六曰 無行邪淫
소위통색자 금수 상유불연자 황귀지어성교재 십계지제육왈 무행사음
第九曰 無願他人妻 六誡以身犯之也 第九誡以心犯之也
제구왈 무원타인처 육계이신범지야 제구계이심범지야
이른바 여색을 유통한다는 것은 짐승도 그렇게 하지 않는 것입니다. 하물며 거룩한 교회에 그것을 돌
립니까? 십계명 가운데 여섯 번째에는 “간음을 행하지 말라.”고 하였고, 아홉 번째에는 “다른 사람의
아내를 바라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여섯 번째는 몸으로 그것을 범하는 것을 평가하는 것이고, 아홉
번째는 마음으로 그것을 평가하는 것입니다.
聖敎之嚴禁邪淫 如是 重復而反以通色之說 加之 豈有如此逆論亂常之敎乎
셩교지엄금사음 여시 중복이반이통색지설 가지 기유여차역논란 상지교호
거룩한 교회는 간음을 엄하게 금합니다. 이처럼 거듭 중요하게 여기면서도 도리어 여색을 유통시키
는 학설을 가지고 거기에 보태는데, 어찌 이와 같이 윤리를 거슬리고 기강을 어지럽히는 종교가 있겠
습니까?
道之眞假 事之曲直 置之一邊 以不近不當之說 棑之擠之 豈非以外國之道而然歟
도지진가 사지곡직 치지일변 이불근부당지설 패지제지 기비이외국지도이연여
金不擇地 惟精是寶 道不拘方 惟聖是眞 以其道之傳 豈有此疆彼界之畦畛也
금불택지 유정시보 도불구방 유성시진 이기도지전 기유차강피계지휴진야
도의 참과 거짓, 일의 굽음과 곧음은 한쪽으로 두고, 가깝지도 않고 마땅하지도 않은 말을 가지고 그
것을 물리치고 그것을 밀어버립니다. 어찌 다른 나라의 도(천주교)이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황금은 땅(생산하는 곳)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오직 순정한 것을 보배로 여깁니다.
그 도를 가지고 전하는 것이 어찌 이 강토 저 나라의 경계가 있겠습니까?
中國 則各國之人物往來相通之學 沙門之學 任之所爲 外國之人 多有來居而曾不知禁也
중국 즉각국지인물왕래상통지학 사문지학 임지소위 외국지인 다유래거이증불지금야
중국에는 각 나라의 사람들이 서로 통하는 학문을 오고 가게 합니다. 불교의 학설은 그들이 행하는
바대로 맡겨버립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많이 와서 거주하는데 금지 당하지 않습니다.
至於我國 佛道之爲害久矣 八路梵宮釋殿 最極奢侈 金佛銅像 浪費財力 彼佛氏者 西域中異端也
지어아국 불도지위해구의 팔로범궁석전 최극사치 금불동상 랑비재력 피불씨자 서역중이단야
剩竊聖敎之文字 依樣聖敎之規矩 而義理舛錯 倫紀絶倒
인절성교지문자 의양성교지규구 이의리천착 륜기절도
우리나라에 이르러 불교가 해를 입힌 지 오래입니다. 팔도에 사찰들은 사치가 극에 달했습니다. 황금
부처와 구리 불상은 재력을 낭비하였습니다. 저 부처라는 자는 서쪽 지방의 이단입니다. 거룩한 교회
의 문자를 빼앗고 훔쳤으며, 거룩한 교회의 규칙을 의지하여 본뜨긴 하였지만 올바른 도리가 이지러
졌고, 윤리와 기강이 끊어지고 거꾸러졌습니다.
此所謂亂朱之紫 亂苗之莠也 虛張禍福 恐喝愚泯 今成弊
차소위난주지자 난묘지유야 허장화복 공갈우민 금성폐
至於巫覡風水算命看相等人 誕惑婦儒 侵漁錢財 視若平常而聖敎 則獨蒙包容之恩 何哉
지어무격풍수산명간상등인 탄혹부유 침어전재 시약평상이성교 즉독몽포용지은 하재
이것은 이른바 주홍 빛깔을 어지럽히는 자주 빛깔이며, 묘목을 어지럽게 하는 가라지입니다. 재난과
축복을 허황하고 장황하게 늘어놓고, 어리석은 백성을 위협하며, 지금 괴상한 폐단을 이룹니다. 무당
과 박수, 풍수, 점쟁이, 관상쟁이 등과 같은 사람들에 이르러서는 부녀자와 나약한 사람들을 허황하게
유혹하고, 돈과 재산을 약탈하여 낚아챕니다. (그런데도 그것들은 마치 예삿일처럼 보면서도 거룩한
교회라면 오직 끌어 안어 용납하시는 은혜를 베푸시지 않으니 어찌된 일입니까?
爲害於家乎 爲害於國乎 觀其事而察其行 則可知其人之知如何 其道之如何
위해어가호 위해어국호 관기사이찰기행 즉가지기인지지여하 기도지여하
此輩曾爲不軌乎 曾爲倫盜乎 曾爲奸淫乎 曾爲殺越乎 又多法外施刑 使之背逆天主 詬詈凌辱
차배증위불궤호 증위윤도호 증위간음호 증위살월호 두다법외시형 사지배역천주 구리능욕
夫天主 乃萬物之大父母大主宰也 古昔聖賢 昭事對越 今之人何故
부천주 내만물지대부모대주재야 고석성현 소사대월 금지인하고
(천주교가) 집안에 피해를 끼쳤습니까? 나라에 피해를 끼쳤습니까? 그 일삼는 것을 살펴보고 그 행하
는 것을 살펴보면, 그 사람이 어떤지, 그 도리가 어떤지를 알 수 있습니다. 이 무리들(천주교도들)은
일찍이 궤도를 벗어난 적이 있었습니까? 언제 간음 도둑질을 하였습니까? 언제 사람을 죽여서 쓰러
뜨렸습니까?
또 (세상에는) 법 밖에서 형벌을 시행하여 그들로 하여금 하느님을 등지고 거역하였으며, 꾸짖고 욕
하고 능욕하는 일을 많이 하였습니다. 대체로 하느님께서는 이에 만물의 큰 부모님이시고 큰 주재자
이십니다. 오랜 옛날 성현들은 하늘을 밝게 섬기고 삼가 바쳤습니다. 지금의 사람들은 무슨 까닭입니
까?
當此飢饉荐臻家國困悴之際 惟我嗣王 宵衣旰食 發政施仁 好生之德 洽于民心
당차기근천진가국곤췌지제 유아사왕 소의간식 발정시인 호생지덕 흡우민심
噫 彼聖敎之 人獨非吾王亦子耶 哀此人斯 何至此極而不少恤哉
희 피성교지 인독비오왕역자야 애차인사 하지차극이불소휼재
이 기근이 거듭 당하여 곧 집안과 나라가 곤란하고 야위어 가는 때에, 오직 (대를 이은) 우리 임금께서
는 밤에 옷을 입으시고 해질 녘에 수라를 드십니다. (이처럼) 정사를 돌보시어 어지심을 베푸시고, 살
리시는 덕을 좋아하시어, 백성의 마음에 두루 미치시옵소서. 아! 슬픕니다. 저 거룩한 교회의 사람들
만이 유독 우리 임금님의 어린 자식들이 아니랍니까? 이 사람을 슬프게 합니다. 어찌하여 이렇게 극
도에 이르기까지 조금도 돌보아 주지 않으십니까?
獄中之斃 門戶之斬 連續不絶 泣血成渠 哭聲漲天 父呼其子 兄呼其弟
옥중지폐 문호지참 연속불절 읍혈성거 곡성창천 부호기자 형호기제
如窮人之無所歸 淸明之世 此何光景 夫損生致命 證主眞敎 顯主光榮 吾儕分內事也矣
여궁인지무소귀 청명지세 차하광경 부손생치명 증주진교 현주광영 오제분내사야의
감옥 속에서는 쓰러져 죽고, 문(사대문) 밖에서는 목 베임을 당해 죽었습니다. 잇달아 계속하여 눈물
과 피가 도랑을 이루고, 통곡과 원망의 소리가 하늘에 사무칩니다. 아비는 그 자식을 부르고, 형은 그
아우를 부릅니다. 갈 데까지 간 사람들이 돌아 갈 데가 없는 것과 같습니다. 맑고 밝은 세상에 이것이
무슨 상황입니까? 대체로 삶을 손해보고 목숨을 다하고, 주님의 참된 가르침을 증거하며, 주님의 영
광을 드러내는 것은 우리 무리가 해야 할 본분입니다.
身亦將死之類也 遇此敢言之時 不一次仰首長呼 而愍黙就死則山積之懷
신역장사지류야 우차감언지시 불일차앙수장호 이민묵취사즉산적지회
將無以自暴於百世之下
장무이자포어백세지하
몸 (정하상 자신) 또한 장차 죽어야 할 부류입니다. 이 감히 말씀 드려야 할 때를 만났으며, 한 차례
머리를 들고 길게 외치지 않고, 슬퍼서 말하지 않고 곧 죽는다면, 마음속에 품은 것이 산처럼 쌓여서
장차 대대로 내려가더라도 저절로 폭로될 수 없을 것입니다.
伏乞時燭俯覽 詳辨道理之眞僞邪正然後 上造朝廷 下布民庶
복걸시촉부람 상변도리지진위사정연후 상조조정 하포민서
一變至道 弛禁撤捕 放釋獄囚 與一國之民 安土樂業 共享太平 千萬企望
일변지도 시금철포 방석옥수 여일국지민 안토락업 공향태평 천만기망
업드려 애걸하오니 (임금님께서는) 특별히 환하게 비추시고 굽어 살피시어 도리가 참인지, 거짓인지,
올바른 것인지, 그릇된 것인지를 상세히 따지신 다음 위로는 조정에 이르게 하시고, 아래로는 일반 백
성들에게 널리 알리시어, (그들이) 아주 바뀌어져서 도(천주교)에 극진하게 하시며, 금한 것을 느슨하
게 하시고 체포하는 것을 철폐하시며, 감옥에 갇힌 사람들을 해방하여 풀어주십시오. (그리하여) 한
나라의 백성들과 더불어 편안하게 강토에서 즐겁게 생업에 종사하게 하시고 다함께 태평세월을 누리
게 하시옵소서. (이 모든 것을) 황공하게도 발돋움하여 바라나이다. (간절히 바라고 또 바라나이다)
又辭
우사
우사(우사, 추신) : “또 말씀드립니다.”
死人跟前 薦爵酒食 天主敎之所禁也 生前靈魂 不能芻享於盃飯 况死後靈魂乎
사인근전 천작주식 천주교지소금야 생전영혼 불능추향어배반 황사후영혼호
飮食 肉口之供 道德 靈魂之粮 雖至孝之子 以甘旨之味 不能供父母寢寐之前者
음식 육구지공 도덕 영혼지양 수지효지자 이감지지미 불능공부모침매지전자
寢寐 非飮食之時也
침매 비음식지시야
죽은 사람의 발꿈치 앞에, 마실 술과 먹을 음식에 의지하여 올리는 것은(제사 지내는 것은), 천주교가
금하는 것입니다. 살아 있는 동안에 영혼은 술잔과 밥을 얻어 누릴 수 없습니다. 하물며 죽은 뒤에 영
혼인들 어떠하겠습니까? 먹고 마시는 것은 육신의 입에 제공되는 것입니다. 도와 덕은 영혼의 양식입
니다. 비록 효성을 지극하게 하는 자식이라도, 단 이것을 가지고 맛의 요체로 하지만 부모님이 주무시
고 계시는 앞에서 드릴 수 없습니다. 잠자고 있는 동안에는 마시고 먹을 때가 아닙니다.
寢寐亦然 况大寐乎 稻粱麥稷芬苾之果 非虛則假 爲人子者 以虛假之禮 豈事已亡之親乎
침매역연 황대매호 도량맥직분필지과 비허즉가 위인자자 이허가지체 기사이망지친호
잠자는 것도 그러한데 하물며 크게(영원히) 잠들어 버릴 때야 어떠하겠습니까? 벼와 수수와 기장과
피와 향기로운 과일은 (제사에 차려 놓은 것이) 헛것이 아니면 거짓입니다. 사람의 자식이 된 자가 헛
것과 거짓의 예의를 가지고서 어찌 이미 돌아가신 부모를 섬기는 것입니까?
所謂士大夫木主 亦天主敎之所禁也 旣無氣脉骨血之相連 又無生養劬勞之相關矣
소위사대부목주 역천주교지소금야 개무기맥골혈지상연 우무생양구로지상관의
父母之稱 何等重大 以工匠之所制造 粉墨之所粧點 因謂之眞父眞母乎
부모지칭 하등중대 이공장지소제조 분묵지소장점 인위지진부진모호
正理無據 良心不允 寕得罪於士大夫 不願得罪於天主敎
정리무거 양심불충 영득죄어사대부 불원득죄어천주교
이른바 사대부들이 나무로 만든 신주라는 것은 또한 천주교가 금하는 것입니다. 기맥과 뼈와 피는 서
로 연결됨이 없을 뿐 아니라, 또 낳고 길러준 수고로움과 서로 관련이 없습니다. 부모님의 호칭은 얼
마나 중하고 큽니까? 목수가 만들어 가지고 분을 바르고 먹을 칠하여 단장한 것을 참된 아비와 참된
어미라 할 수 있습니까? 바로 이치에 근거가 없고, 양심이 허락하지 않습니다. 차라리 사대부들에게
죄를 얻을지언정, 천주교에 죄를 얻기는 바라지 않습니다. 끝
上宰上書 終
상재상서 종
박용식/스테파노
*** 상재상서를 읽어주신 모든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매괴 성모님의 은총이 있으시길 빕니다. ***
註
赴湯蹈火/부탕도화=끊는 물이나 뜨거운 불도 헤아리지 않고 뛰어든다 함이니, 목숨을 걸고 하는
아주 어렵고 힘든 고욕이나 수난(受難)을 이르는 말
不足掛齒/부족괘치=함께 말할 가치(價値)가 없음
宵衣旰食/소의간식=날이 밝기 전(前)에 옷을 입고, 해가 진 후(後)에 식사(食事)를 한다는 뜻으로,
천자(天子)가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정사(政事)에 골몰함을 이르는 말
粉墨/분묵='분과 먹'이라는 말로, 어떤 사물(事物)이 '서로 거리(距離)가 멂'을 뜻하는 말
粧點/장점= 좋은 땅을 골라서 집을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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