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문을 연 [대학로 공간삼무곡]은 2016년 7월, 4년의 여정을 마치게 되었습니다.
우리 사회 다양하고 건강한 청소년 문화의 부재는, 곧 청소년의 그러한 삶의 부재를 나타내는 것이기에 [대학로 공간삼무곡]은 도심 속 청소년들의 만남 공간이자 배움터로, 무엇보다 청소년에 의한 청소년 문화 만들기를 지원하고 함께 힘을 쏟아왔습니다.
어설퍼도 괜찮다고, 지금, 오늘 너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건네는 무대인 [삼무곡 청소년 콘서트]를 통하여, 자기 안의 선율과 이야기를 연주로, 노래로 표현하는 무대, ‘상처’라 부르던 경험이 ‘이정표’가 되어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무대, 학교 밖 청소년들의 공교육에 대한 생각과 탈학교의 과정, 고민과 선택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자퇴 설명회’ 등의 자리를 통해 불안한 미래를 위해 오늘을 희생시켜야 하는 우리 사회 청소년들의 지금, ‘오늘 하루’의 소중함과 가치를 나누어 보고자 했습니다.
자유로운 배움터인 ‘하루만 학교’에서 여러 가지 다양한 프로그램 실행을 해 보며 청소년의 바램과 갈망을 알 수 있었고, 각종 기관과 여러 청소년 관련 시설 및 공간들에 대한 청소년들의 관점과 생각을 들으며, 많은 사람들이 청소년을 ‘위하여’ 하고 있다고 하는 교육과 도움에 대하여 다시 고민해 보기도 하였습니다. 하여 교사가 기획하고 진행하던 배움터를 멈추고, [대학로 공간삼무곡]은 청소년들의 자율적인 모임에 아무런 조건 없이 공간을 지원하고 모임을 통해 나누어진 이야기들을 기획하고 실행해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에 공간의 정체성과 교사의 역할을 두었습니다. 구애받지 않고 드나들 수 있고, 하고 싶은 모임이나 배움터를 자유롭게 시작해 볼 수 있는 편안한 공간, 보통 어떠한 공간을 사용하는 데 요구되는 규칙이나 절차 등을 없애거나 매우 최소화함으로써, 청소년들에게 일종의 아지트와 같은 곳이 되도록 했습니다. 물론, 공간 교사와의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했고, 어떤 모습도 어떤 이야기도 괜찮은 관계를 맺기까지는 오랜 기다림이 필요했습니다.
하나 둘, 청소년들의 모임이나 회의, 행사의 공간이 되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청소년들이 스스로 만들고 함께 할 친구들을 모으고 크고 작은 모임과 활동을 하고, 또 그것들을 준비하는 미팅의 공간으로 바뀌어 가기 시작했습니다.
영화, 그림, 청소년 인권활동, 연극이나 전시회 관람, 스터디 등의 모임, 자신의 창작품을 만들고 전시, 판매해 보던 창작소 활동, 학교 밖 청소년 간담회와 박람회 등이 정기적으로 또는 비정기적으로 열리게 되었습니다. 기관이나 센터, 청소년 관련 공간들이 제공하는 프로그램에 비해 시설이나 인적, 물적 지원 등이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대학로 공간삼무곡]에서 이러한 활동들이 열리게 된 것은, 무엇을 해야만 하거나 종용하지 않고, 서로 관계를 맺으면서 최소한의 것을 제공함으로 최대한의 자유로운 선택을 보장해 주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학로 공간삼무곡]은 한 사람의 바램과 고민을 귀담아 듣고 이를 함께 나누려 했습니다. 도무지 아이의 고민과 속내를 알 수 없어 힘들다던 한 어머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청소년 패널들이 나와 그 이유를 들려주는 토크콘서트 ‘내 아이에게서 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마련했고, 대안학교 졸업을 앞두고 불안하다는 청소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홈스쿨과 대안학교를 졸업하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의 삶을 들어보는 콘서트 ‘노랑 애벌레 이야기’를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관심 있는 진로분야에 대해 정보는 찾을 수 있으나, 그 현장에서 몸소 경험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한 청소년의 바램을 들으며, 자신의 경험을 차 한잔 마시며 청소년과 나누고 들을 수 있는 ‘봉자다방’을 마련했습니다.
[대학로 공간삼무곡]은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들의 교육, 문화, 영성의 공간이기도 했습니다. 싱어송 라이터 하늬바람의 무대를 시작으로 피아니스트 임미정, 테너 임정현, 목판화가 류연복, 평화운동가 홍순관, 작곡가 및 프로듀서 백창우, 쌈지농부 천호균, 교육영성가 함원신, 더숲트리오 등 각계의 문화예술인들과 만나 ‘나’자신으로 사는 삶이 다름 아닌 ‘예술’임을 배우는 자리인 ‘괜찮은 콘서트’와 ‘위하여 콘서트’를 진행하였습니다. 또한 이현주 선생님의 ‘노자 공부모임’의 공간으로, 명상모임, 부모교육 모임 등의 공간으로, 연극인 합창모임, 기타강습모임, 최근 안석희의 소곤소곤 콘서트까지 지역의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고 만나는 공간의 역할도 해왔습니다.
[대학로 공간삼무곡]은 소유하지 않고, 계획하지 않고, 판단하지 않는 삼무(無主, 無計, 無非)의 지혜를 함께 나누고 배우고자 했습니다. 공간을 나누고, 손익을 따지며 계산하지 않고, 맞고 틀림을 고집하지 않고 맞아들이고 함께 해 온 여정이었습니다.
지난 4년의 시간은 씨앗을 심은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씨앗이 자라고 열매 맺는 것은 ‘물리적 공간’이 아닌 [대학로 공간삼무곡]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함께 만난 모든 인연들 각자의 삶의 자리일 것입니다.
[대학로 공간삼무곡]은 그간 얻은 배움을 바탕으로 또 다른 공간에서 보다 다양하게 실험하고 시도하기 위한 준비로, 삼무곡 공동체에서 배우고 졸업한 청년들이 배움을 삶속에서 실현할 수 있도록 직접 운영해보는 공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삼무곡은 기존 사회의 요구를 거부하고, 새로운 삶의 모습을 지식이 아닌 일상의 삶으로 경험해 볼 수 있는 ‘공간 운동’을 해오고 있습니다. 현재 강원도 [원주 공간삼무곡]과 경기도 파주 [헤이리 공간삼무곡] 모두 이와 같은 뜻을 함께 하고자 하시는 분들의 지원으로 마련되었습니다. 삼무곡과 뜻을 함께 하실 분들의 동참을 기다립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