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관 시인이 본 53 선지식 32차. 6,서울역 지하실에 잠을 청하는 노숙인
서울역 지하실에 잠을 청하는 노숙인
어쩌면 나에 육신을 보존하고 있는 것 보다도
더 행복하게 보이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니
작은 암자에 머물러 있는 나를 보존하는 몸
그것은 나의 육신을 수지하는 수행인데
수행을 하려는 것은 먹고 잠을 청하는 터를 마련함인데
지금 서울역 지하실에서 잠을 청하는 몸으로 있는 노숙인
그들은 세벽이면 잠자리를 거두고 어딘가로 떠나는데
떠나는 곳이 어디인지도 모르는 몸으로 길을 나서
아주 먼 곳으로 가고 있는데 어딘지는 알 수 없는 몸
네 신세는 그들 보더도 조금은 위안이 되는데
나는 오늘 아침에는 라면을 먹었네
산다는 것은 잠자는 몸과 집
먹을 것을 마련하는 일
그러한 일을 지키기 위하여
날마다 노동을 하고 있다고
그렇게 말하고 있는 선승들을 보았는데
내 신세를 거울처럼 지켜 보았던 고승들
그들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나
잠자는 집을 마련하기 위하여 온갖 술수를 부리고
권력에 아첨하는 권승들을 보았네
그들이 하고 있는 모습을 지켜 보면서도
나에게 있어서 꿈을 꾸게 하였던 사연
그러한 사연을 말하고 있음이네
서울역 지하실에서 잠을 청하는 이들도
꽃가마 타고 초래청에서 멎들어지게 식을 올리고
아들딸들을 낳고 거대한 집에서 살았을 것인데
지금저기 지하실에서 잠을 자고 있는 이들은
분명히 국가에서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징조가 아니던가 말이네
나는 오늘 아침에 잠에서 일어나니
기력에 노쇄해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어
조계사에 아침을 먹으로 가는 것을 포기하고
라면을 먹고 있음을 천만 다행으로
여기고 있는 이순간에 귤을 먹고
일어나니 그래도 힘이 나네
서울역 지하철 안에서 잠을 청하고 있는 노숙자
그들보다는 삶에 있어서 최상의 몸으로 서있음이니
산다는 것이라고는 수행의 몸으로 서 있음이니
부초 같은 인생의 몸으로 산다는 것이야말로
전생에 지은 인연이라는 몸으로 거처하는 일
그것으로 충분함을 나 스스로 알아야 함이네
나는 지금 행복함을 기억하게 하려는데
돌을 갈아서 거울을 만드는 작업을 누가 알리
길이 있어도 가지 못하는 이들의 마음을
누가 알아들을 수 있는지 나를 지키네
나를 지키는 것은 먹고 사는 것이지만
수행에 있어서 새롭게 살고자 다짐하네
2024년 11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