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해 8월, 기아대책 충남 예산 지역회가 후원하고 있는 아동을 보기 위해 네팔을 방문했습니다. 네팔 사업장을 둘러보던 중 에버비전스쿨에 들렀던 예산 지역회 후원이사님들은 아이들을 한국으로 초청하겠다는 약속을 했었습니다. 선뜻 한 말이었지만 약속을 지키기 위해 1,300여 만원에 달하는 비용을 모금하기 시작했고, 예산의 여러 교회에서 후원을 받아 응봉교회서 ‘네팔 청소년 초청을 위한 자선 음악회’를 열어 넉넉히 마련되었습니다. 그렇게 에버비전스쿨의 우수 학생 다섯 명이 선발되어 지난 4월, 한국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14박 15일의 짧은 여정 동안 5명의 네팔 학생들은 누구를 만났을까요? 동행간사의 이야기를 통해 들어봅니다.
한국의 또래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찾아간 충남 예산의 삽교고등학교. 정규수업이 끝나고 모인 30여 명의 학생들과 네팔에서 온 낯선 손님들은 그저 서로를 어색하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영어선생님이 간단히 네팔에 대해 소개 한 뒤 네팔 학생들에게 자기소개를 부탁하자, 가장 먼저 니라즈가 나섰다.
“안녕하세요.” 유창한 한국어 인사에 한국 학생들은 일제 탄성을 질렀다. 궁금한 점을 물어보라고 했더니 다시 침묵이 흘렀다.
“네팔 어디에서 살아요?” “여자친구, 남자친구가 있어요?” “한국의 첫인상은 어떤가요?” 어색한 침묵을 깨는 학생들의 질문이 간간히 이어졌지만, 긴장한 네팔 아이들도 “카투만두에 살고 있어요.” “한국은 발전한 나라에요.”라며 간단한 대답을 했다.
두 나라의 학생들이 서로 친해질 수 있을까? 새삼 걱정이 됐다.

수업을 마치는 종이 울리고 찾아 온 식사시간. 수업 시간 때와는 달리 한국 학생들이 네팔 학생들에게 우르르 모여들었다. 반갑다고 인사하기도 하고 같이 밥 먹으러 가자며 식당으로 몰려갔다. 식사가 끝나고 네팔 학생들을 따로 불러 물었다.
“한국 학생들 만나보니 어때?”
“와~!” 다섯 명의 아이들이 일제히 탄성을 질렀다. “매우 친절해요.” “몇 초 만에 친해졌다니까요.” “진짜 친근하게 대해줬어요.” 아이들의 얼굴은 상기되어 있었다. 한꺼번에 많은 친구들이 몰려와서 살짝 긴장도 했지만, 학생들과 얘기하는 것이 재미있다고 했다. 또 젓가락을 사용하지 않는 네팔 학생들은 식사를 하다가 혹여나 실수를 하진 않을까 신경이 쓰였다고도 한다.
다시 수업시작 종이 울리고, 한국 학생들은 네팔 학생들을 기다리며 다섯 개 그룹으로 모여 앉았다.
네팔 아이들의 방문을 환영하는 공연이 시작됐다. 한국학생들과 네팔 학생들은 서로 각자가 준비한 단체 댄스를 보여주었다. 1학년 학생의 트럼펫 연주도 이어졌다. 서로의 장기를 보여주는 시간을 마치고 그룹을 나누어 자유롭게 이야기 하는 시간도 가졌다.
학업에 대해 얘기하는 그룹, 게임을 하는 그룹, 좋아하는 책과 드라마를 소개하는 그룹 등 주제도 다양했다.
“한국 학생들은 어떻게 밤 12시가 넘도록 공부할 수 있어요? 힘들지 않아요?” “네팔 학생들은 저녁 8시에 자고 아침 7시에 일어난대요. 어떻게 그렇게 많이 자죠?” 서로의 학업환경을 이야기 하며 부러워하기도 하고, 신기해하기도 했다. 또래 아이들답게 외모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레지타가 한국 학생들처럼 예뻐지고 싶다고 하기에 우리가 만류했죠. 지금도 충분히 예쁘다고요.”
잠깐의 시간 동안 금방 친해진 아이들은 헤어질 시간이 되니 많이 아쉬워했다.

수업이 끝난 후 네팔 학생들은 각각 홈스테이를 신청한 친구를 따라 가정집으로 이동했다. 우리는 슘트라를 초대한 김우정 학생의 집에 따라갔다. 할머니와 어머니도 나와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우정양은 “외국인들과 대화할 기회가 별로 없는데 서로의 나라와 문화에 대해 알 수 있어서 좋았다”며 “영어로 대화해야 하는데 발음이 달라서 컴퓨터로 단어를 쳐가며 소통하고 있다”고 했다. 같이 자려고 따라온 박고은(여, 18)학생은 말이 통하지 않아 답답하다고 했다. “TV도 볼 수 없고, 게임도 가르쳐주기 어려워요. 놀고 싶은데, 공통적인 놀이를 아직 못 찾았어요.” 우정양의 어머니는 슘트라가 뭘 좋아할까 고민하다가 우리나라 음식 중 외국인들도 좋아한다는 불고기와 달달한 잡채, 미역국을 준비했다고 했다. 그런데 슘트라가 매운 것을 좋아한다고 하자 “어떡하지, 미안해서”라며 난처해하기도 했다.


삽교고등학교 방문 일정을 총괄했던 2학년 1반 담임 김경배 선생님은 “우리 반 아이들이 더 좋아하네요. 잘사는 나라, 못사는 나라의 차별을 없애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환대를 받은 다섯 명의 네팔학생들은 느낌을 물을 때마다 감사하다는 말을 했다. “어딜 가든지 우리를 마치 가족처럼 친절하게 대해주셨어요.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라고 했다.
14박 15일 간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 했지만, 5명의 네팔 학생들은 피곤한 기색 없이 웃음을 잃지 않았다고 합니다. 아이들을 초대한 예산지역회 후원이사님들도 그런 아이들을 보며, 더 고맙고 행복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제 네팔로 돌아간 친구들이 한국을 경험하면 꾸게 된 꿈을 다른 친구들에게도 나누어줄 수 있게 되길 기대해봅니다.
글 홍보팀 노을간사 noel@kfhi.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