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모 주간신문에 실린 후곡리 모습의 삽화>
나의 귀거래사(원작 도연명, 개사와 사진 后谷 廉長烈)
돌아가고 싶구나
논밭이 묵어도 아주 돌아가지 못하고
이 몸은 아직도 세상에 매였으니
어찌 홀로 근심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
지난날은 이미 흘러가 버렸으나
아직도 앞날이 조금은 남았구나
잘못 살아온 길 아주 끝나지는 않았으니
지난날 거울 삼아 새롭게 시작하리
<해마다 봄이면 피어나는 저 꽃을 두고 나는 그동안 뭘했을까>
고운 물결 바라보며 호흡을 고르고
산들바람 불어오면 사랑을 하리
내가 믿는 신에게 길을 물어서
희미한 새벽빛에 길을 찾았네
하루 하루 땀흘려 누옥을 지으니
조촐한 기쁨 속에
내 한 몸 누일 방이 생기고
아내도 아이들도 좋아하는구나
<내 손으로 지은 정든 오두막집, 언젠가 저 지붕을 걷어내고 멋진 이층집으로 바꾸고
싶다. 그리고 ....>
봄이면 돋는 잡초 생명을 일깨우고
소나무와 국화는 추억을 가르치네
주말이면 집을 찾아 방으로 들어 가니
온돌 정취 가득히 날 반기네
앞 뒤 창문 모두 열고
넓은 호수 바라보며 미소짓다가
남쪽 창에 기대어 한참을 서있노라.
<창문 열고 바라보면 저 넓은 호수가 나를 사로잡는다>
손수 만든 방이지만 편하기 그지없고
밖에 나와 둘러보면 모두가 그대로고
문은 나 있으나 안과 밖이 따로 없네
<오두막 방 아랫목 벽에 내가 매직으로 써놓은 도연명의 귀거래사>
지팡이 짚고 가다가는 쉬기도 하고
때로는 머리 들어서 멀리 바라보네
구름은 무심히 골짝을 돌아 나오고
날다 지친 저 새 돌아올 줄을 아네
저 해도 어스름에 넘어가려 하는데
서성이며 홀로 선 소나무 쓰다듬네
<홀로 선 저 소나무, 부부 소나무라 이름 붙였다>
돌아오리라
사귐도 어울려 노는 일도 이젠 그치리
세상과 나는 서로 어긋나기만 하니
다시 그 속에서 무엇을 구하리
친한 이웃과 기쁘게 이야기 나누고
음악과 글을 즐기며 시름을 삭이리라
<자연과 함께 내가 살아가는 의미...가족이라는 이름의 아! 사랑하는 사람들...>
이웃 농부 나에게 봄을 알리니
동쪽 논밭에 나가 일해야겠네
때로는 오래된 트럭을 몰고
때로는 낡은 등산화 찾아 신고서
산을 오르고 땔감 실어 나르네
<첫눈 내리는 날 마당에 가득 쌓인 장작으로 오는 겨울이 포근하게 느껴지고...>
험한 산길 가파른 언덕길을 지나니
물오른 나무들은 꽃을 피우려 하고
샘물은 퐁퐁 솟아 졸졸 흘러내리네
모두가 철을 만나 신명이 났건마는
나의 삶은 점점 저물어 가는구나
<아이들이 벌써 저리 자라고 나의 삶은 점점 저물어 가는구나, 지금은 입장이 바뀌어
사복을 입은 저 동생이 군인이 되고..>
다 끝나 가는구나
세상에 몸이 다시 얼마나 머무르리
가고 머뭄을 자연에 맡기지 않고서
어디로 그리 서둘러 가려 하는가
부귀는 내가 바라던 바도 아니었고
신선 사는 땅은 기약할 수 없는 일
날씨 좋기 바라며 홀로 나아가서는
지팡이 세워두고 김 매고 북돋우네
<여름날 저 푸른 녹차밭에서 김매고 북돋우며 살아가리라>
언덕에 올라가서 추억을 노래하고
맑은 시냇가에 앉아 시도 지어보네
자연을 따르다 죽으면 그만인 것을
열심히 살았으니 그 무엇을 후회하리
<사랑하는 사람과 열심히 살았으니 그 무엇을 후회하리...>
@ 도연명의 한글 귀거래사를 내고향 후곡리 생활에 맞게 개사해
보았습니다. 내 나이 들어가면서 더 다듬어 갈 생각입니다.
(http://cafe.daum.net/whocok)
첫댓글 글 잘 읽었습니다 조만간에 한번 들러 보고 싶군요 허락해 주실꺼죠^^*^^
살아 숨쉬는곳 언젠가는 가볼수 있겠지요 가식엾는 그대로...멀지않는 곳에서...기남드림
님의 삶을 있는 그대로 묘사해 놓으셨군요.. 오랜만의 방문에 귀한걸 얻어갑니다.... 늘 하시는 일마다에 희망 가득한 날 되시길.....건강하세요
큰 아드님 두 살때 되던 무렵, 광주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두분과의 만남 기억이 너무도 뚜렷한데, 그 동안의 삶에서
많은 희로애락이 있었겠지요?~ 자연을 사랑하며 가꾸는 푸근한 마음이 그대로 전달되어, 어린 나이에도 농사 일이라면 모든걸 체험해 본 나로서는 더욱 더 많을 걸 배우고 느끼며 다시 한번 행복함을 느끼는 순간입니다.
다비드 이모님! 꼭 한번 후곡에 들르세요! 송광사에서 맛있는 점심 사드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