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함없이 따뜻한 마음을 주시는 보현회원 여러분!
우리에게 가장 기쁘고 즐거운 부처님오신날이 보름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환희심으로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하여, 원력 성취하시길 기원 드립니다.
저는 20일 새벽 인천공항을 통해 부처님께서 태어나신 네팔로 출발합니다. 2500여 년 전 부처님의 숨결이 깃들어 있는 바로 그곳으로 만행의 길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평소 존경하는 세계적인 산악인 엄홍길 대장이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 보건소와 학교를 건립하는 일에 작은 힘이나마 보태기 위해서 입니다.
비록 여러분과 멀리 떨어진 곳에 머물며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하게 됐지만, 한국과 마찬가지로 등을 켜고 부처님께서 오신 뜻을 봉축하고자 합니다. 부처님을 비롯한 역대조사와 운허 큰스님과 저의 스승이신 봉선사 조실 월운스님을 위해 등을 밝힐 것입니다. 또한 봉선사 문중의 화합을 기원하고, 교구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주지 인묵스님과 문도들을 위해서도 촛불을 켤 것입니다. 그리고 보현회 회원 여러분을 비롯한 사부대중을 위해서도 연등에 불을 밝히겠습니다.
부처님께서 태어나신 땅 네팔로 떠나면서 출가 사문으로 걸어온 길을 돌아보았습니다.
“부처님처럼 살고 싶다”는 발원을 하고, 출가한지 30여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지난 겨울 문경 봉암사 선원에서 동안거 정진을 할 무렵, “출가자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한 적이 있습니다.
먹물 옷을 입고 살아온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 갔습니다.
그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게 살았다고 자부했지만, ‘얼룩진 현실’로 인해 서운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때 백운스님의 어록인 <佛祖直指心體要節(불조직지심체요절)에 나오는 “佛又云仙人放下着(불우운선인방하착)”이란 구절을 떠올렸습니다. 부처님께서 또한 말씀하시길 선인이여 ‘내려 놓으라’라는 내용입니다.
저는 또한 출가 후 운허 큰스님을 시봉하며 지냈던 시절을 회고하며 마음을 새롭게 했습니다.
남양주 봉선사에서 서울 동국대까지 언제나 버스를 이용하실 만큼 검소하셨던 큰스님께서는 수행자의 삶을 몸소 알려 주셨습니다. 큰스님께서는 열반에 드시기 전에 “마음 속이는 중노릇을 하지 말라. 화목하고 파벌을 짓지 말라”는 가르침을 문도들에게 주셨습니다.
옛 어른들께서 말씀하시길, 수박은 속을 봐야 하고, 사람은 지내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다른 사람의 어리석음을 보고 현명하게 사는 법을 배웠습니다. 제가 어려움을 겪을 무렵, 신뢰를 버리지 않고 걱정과 관심을 보여주신 보현회원 여러분을 비롯한 사부대중의 따뜻한 배려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제 여러분의 따뜻한 마음을 간직한 채 부처님께서 태어나신 네팔로 떠나고자 합니다.
그곳에서 출가 당시 초발심을 돌아보고, 두배 세배 더 정진하면서 부처님께서 가셨던 길을 어떻게
뒤따를 것인지 고민할 것입니다. 앞서 말씀 드린 대로 네팔의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보건소와 학교를 건립하는 엄홍길 대장에게 힘을 보태, 부처님의 거룩한 자비사상을 전하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리고, 히말라야에 있는 국제선원에서 외국인 스님들과 정진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늘 마음에 두셨던 설산(雪山)인 히말라야 산맥을 거닐며 지난 30년 출가생활을 돌아보고, 앞으로 출가사문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도 할 것입니다.
은사 스님을 가까이서 모시지 못하여 송구스러운 마음입니다. 다녀온 뒤에는 은사 스님을 곁에서 더욱 잘 모시도록 노력하겠습니다.
百尺竿頭進一步(백척간두진일보)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네팔에서 돌아오는 날, 여러분과 함께 환한 미소를 나누고 싶습니다.
그동안 건강하시고, 서원하신 모든 일 성취하시길 부처님 전에 기원 드립니다.
불기 2553(2009)년 4월 19일
설산철안 합장
*철안스님께서 네팔로 떠나시면서 저의 메일로 보내온 편지 입니다.
그러나 저의 백모님께서 4월18일 저녁에 운명하시는 바람에 이렇게
스님께서 출국하시고 난 다음에야 이 글을 올려드리게 됨을 너그러히
용서하여 주시기 바라며, 스님께서 무사히 만행을 마치시고 돌아오시기를
여러분들과 함께 부처님전에 기도 드립니다. -하만합장
첫댓글 스님!히말라야에 세상사를 모두 버리고 오시기를 .....몸 조심하시고... 지리산에서 햇차를 만들다가 ....
기다림을 새로움으로 승화시키신 스님께 감사드리며, 건강한 모습 뵙겠네요,무탈하게 다녀오세요~~~
스님 건강히 잘 다녀오십시오.-()-
스님! 파라호에 가지못해 섭섭합니다. 네팔가신다는 말씀듣고 가시는 것도 못보고 죄송합니다. 잘 다녀오시고 오시면 뵙겠습니다.초파일 가족과 같이 봉영사에 들러 스님체취만 느끼고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