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종교에는 경전이 있고, 그 경전에는 그 종교의 창시자의 말씀이 들어 있다. 창시자가 신이든 인간이든, 그들의 말씀이 문자로 적혀 있다. 경전을 적은 문자가 없으면 종교는 성립하기 어렵다. 음성언어로 전달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 가지 문제가 생긴다. 말씀의 전파는 당연히 말로 전달되는데, 말은 시대에 따라 바뀌게 마련이다. 몇 백 년이나 몇 천 년 전에 하신 말씀에 사용된 언어가 몇 백 년이나 몇 천 년이 지나면 서로 소통하기 어려울 정도로 바뀐다. 또 동시대라 할지라도,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기독교적인 의미에서의 신이라면 이 문제를 간단히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 신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존재이기 때문에, 어느 시대의 어떤 인간이라 할지라도, 신이 원한다면 직접 소통할 수 있다. 신은 모든 시간 속에 존재하며, 모든 인간의 언어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의 말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마다 직접 나타나서 그 인간들의 말로 말씀해 주시면 되는 것이다. 신의 능력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일은 아주 간단한 일이다.
그런데,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신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특정한 부류의 인간들에게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로 단 한 번 말씀하시고는, 다시는 말씀하지 않으셨다.
인간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신의 말씀들을 번역해야 하는데, 번역에서는 다음과 같은 것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인간은 특수한 시간과 특수한 공간 속에서 한정된 경험에 매여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이며, 신의 말씀도 그런 상황 속에서 들을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그런데 이러한 인간들의 사정을 잘 아는 신은 무엇인가를 말씀하셨을지라도,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을,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사용하여, 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말씀해 주셨을 것이다.
한국의 불경의 언어도 이러한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처님의 시대에서는 아무리 무식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그 자리에서 알아들었다.
그 말씀을 내용을 얼마나 이해했는지 그렇지 못했는지는 하는 것은 그 다음의 문제이다.
그런데 지금 이 시대의 한국의 스님들이 전하는 부처님의 말씀을 우리는 얼마나 알아들을 수 있는가.
한국의 절에서 낭송되는 불경을 나는 알아들을 수 없다. 낭낭한 목소리와 가락이 음악처럼 듣기는 좋을는지 몰라도,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다.
불교 TV의 스님들의 말씀도 알아듣기 어렵다. 가뜩이나 어려운 한문이 시시때때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이 생기게 된 것은 기본적으로 불경 번역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먼저 한국어 불경은 한문 불경을 기초로 번역했는데, 불경의 용어들도 거의 한문의 용어를 그대로 따라 번역하였다.
그 결과 한국어 분경에는 한자없이는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들이 엄청나게 많다. 한글로만 적었을 때는 무슨 말인지 모른 용어들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그런 용어들은 불교용어사전을 이용하지 않고는 그 용어의 기본적인 뜻조차 이해하기 어렵다.
번역된 문장도 이해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예컨대 중국어[한문]과 한국어 문법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함으로 인하여 잘못 번역된 경두가 많다. 한 문장이 너무 길어 어떤 내용들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번역은 어떤 언어로 된 텍스트를 다른 언어의 텍스트로 이해하는 것이다. 따라서 번역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기본적인 조견들이 충족되어 있어야 하는데, 그 조건의 하나는 번역자가 두 언어의 텍스트 구성 방식을 충분히 잘 이해한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할진대 어떻게 불교 신자들에게 불경을 읽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혹시나 한국의 스님들은 불경이 모든 사람들에게 주시는 부처님의 말씀인 것을 잊은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불경은 신비한 음악이나 시나 주문이 아니다. 부처님의 목소리가 담긴 말씀이다.
한국에 있는 절이라면, 무엇보다도 한국인들이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부처님의 말씀이 맨 앞에 있어야 하지 않을까. 부처님께서 지금 바로 한국의 어느 절에서 말씀하신다면, 어떻게 말씀하실까.
[참고] 예수가 한국 왔다면 반말 아닌 존댓말 쓰지 않았을까
https://www.hani.co.kr/arti/well/news/1023465.html
(2023. 12. 29. 수정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