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관 시인의 본 53 선지식 16. 10. 소나기
소나기가 내린다.
소나기가 우두둑 컨테이너 지붕에
쏟아지고 있는데 나는 잠을 청하다가 잠이
깨이어 한 편의 시를 생각했다,
지나가는 것이 있다면 소나기만이 아니라
인생에도 소나기 같구나. 소나기 바람
소나기 바람이 지나가고 있는 밤
하늘에 별이 되라고 했는데
하늘에는 별도 없는 세상이다
세상에 삶을 노래하는 새가 된다면
날개를 달고 하늘을 향해 가려고 해도
소나기는 밤에만 지나가는 그것이 아니다.
소나기는 나에게 경고한다.
눈 감고 있는 몸이라고 하여
저항하지 못하는 몸이라고 한다면
몸을 일으켜 세우는 몸이 되라고
그날을 기억하게 하는구나.
소나가 지나는 밤하늘은 어둡다.
세상을 원망하는 이들에게 있어서는
나를 지키는 것이 시라는 것을 말한다,
그래도 내 몸은 한편의 시를 쓰고
그 이름을 소나기라고 칭했다,
소나기에 대한 나의 삶에 길이다
나의 길은 소나기 내리는 길에서
나를 지키려고 다짐한다,
연꽃 만나는 나비춤
연꽃 만나는 나비춤이다,
바람은 옷을 벗기지 않는다고 말한다
바람은 연꽃잎에 앉아있는 벌과 나비를 안고
도솔천 궁으로 날아가는 것을 가로막는다
그곳에는 미륵님이 있어
슬픈 날의 추억을 안고 살았다고
그렇게 기록하고 있는 몸이라고
연꽃 봉우리 위에 앉아 잠을 청한다
멀리 산 멀리로 구름이 가는 곳에
호수를 만들고 그 호수위에 연꽃을 피우는 작업
그 작업을 하려고 애를 쓰고 있는 이들
나비 춤 바람을 만나니 연꽃이 미소짓고
산을 들고 일어나려고 한다,
녹색풀벌레 우는 소리
녹색 풀벌레 울고 있는 산간 벽촌에
돌멩이 굴러가는 소리가 들려오고
흐르는 물소리 멈춘 동굴 속을 생각한다,
피를 흘려도 삶에 지친 육신을 지켜주는
세월은 고목처럼 산 등을 휘감기고
능 구렁 우는 소리에 구름 속에 집 짓네
설산에 녹아내리는 차가운 물이 되어
허수아비 옷을 벗고 허공을 바라보니
구름 밖 노을 끝에서 나룻배를 띄운다.
2022년 8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