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비친 반응
1. 천주교 서소문 단독 성지 추진은 무리
/ 김근수 (신학자, 평신도) 2014-08-25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8252043545&code=990304
❍ 나는 서소문공원을 천주교 단독 성지로 만드는 데 반대한다.
서소문이 천주교 성지인 것은 맞지만 천주교 단독 성지인 것은 아니다.
서소문공원을 천주교 단독 성지보다는 서소문에 관계된 여러 종교의 공동 성지로 만들면 어떨까. 일종의 평화공원 말이다. 종교 간 대화와 평화를 위해서도 훨씬 더 합리적이지 않을까.
❍ 지난날의 순교자를 공경하는 것보다 지금 순교하는 일이 천주교에 더 중요하다. 성지 개발이 교회의 주된 임무는 또한 아니다. 교회는 가난한 사람, 고통받는 사람을 편드는 데 우선 더 신경 써야 한다. ‘교회의 존재 목적은 가난한 사람을 위한 것’이라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며칠 전 한국주교회의 앞에서 말하지 않았던가.
❍ 그러나 서소문에서 천주교 순교자들만 처형된 것은 아니다. 조선왕조 500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사형이 서소문에서 집행됐다. 천주교가 조선에 들어오기 이전부터 이곳에서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전봉준, 홍경래 같은 의인들도 여기서처형됐다. 황사영 같은 천주교 신자도 여기서 처형됐다. 황사영은 조선을 청나라로 편입시키거나, 프랑스가 군대를 보내 정벌해 달라고 요청한 이른바 ‘황사영 백서사건’의 주인공이다. 서소문은 오랜 기간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처형된 곳이다.
❍ 천주교가 이곳을 독점 소유할 권리나 명분은 없다. 서소문 단독 성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천주교 서울대교구에 묻고 싶다. 이곳을 단독 성지로 추진하는 일이 이치에 맞는가. 국민들과 이웃 종교에 양해를 구하고 상의했는가. 똑같은 질문을 정부에 하고 싶다.
❍ 서소문에서 가톨릭 순교자가 나왔다는 사실만으로 정부가 가톨릭 단독 순교성지 조성에 나선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2. 교황 방문과 서소문 공원
김형규 부장 /법보신문
http://cafe.daum.net/mujuseonwon/2lvx/3746?q=%BC%AD%BC%D2%B9%AE%20%C0%FC%BA%C0%C1%D8&re=1
❍ 교황 방한을 계기로 추진되고 있는 서소문 역사공원의 가톨릭 순교성지 추진은 납득하기 힘들다.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 총사업비 513억 원 규모의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설계공모까지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 가톨릭의 주장처럼 서소문 공원에서 가톨릭 신자들이 처형된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그러나 이곳은 가톨릭 신자뿐 아니라 조선왕조 500년 동안 무수하게 많은 사람들이 처형된 장소다. 홍경래와 전봉준 같은 백성과 나라를 위해 숨진 숱한 의인들이 유명을 달리한 곳이기도 하다.
❍ 이런 역사적인 곳에 단순히 가톨릭 신자가 죽었다는 이유만으로 정부가 나서서 가톨릭 순교성지 조성에 나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 특히 이곳에서 처형된 대표적인 인물 황사영은 조선을 청나라로 편입시키거나 아니면 프랑스가 군대를 보내 정벌해 달라고 요청한 이른바 ‘황사영 백서사건’으로 처형된 인물이다. 가톨릭에선 순교라고 강변할지 몰라도 국민들 입장에서 일본에 나라를 바친 친일매국노와 전혀 다를바 없다.
3. 순교자 기념은 잘 하는데, 순교는 언제 하려는고?
/ 박기호 신부 / http://well.hani.co.kr/410149 2013. 07. 10
❍ 서울대교구는 서소문 유적지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작년 이래 주교님의 강론에는 순교의 신심과 더불어 서소문 성지 개발에 대한 이야기가 부쩍 많은 부분 차지하고 있습니다. 우리 교구만이 아니고 각 교구마다 순교자 유적지 개발에 관심을 많이 두고 있습니다.
❍ 그런데 사실성 문제에 있어서 유적지라고 말하기는 검증이 더 필요한 장소들도 있을 것입니다. 가령 순교의 사실과 약간의 인연을 근거로 해서 성지라고 강조하면서 신자들의 순례코스가 되기를 원하는 의도들도 있는 거 같습니다.
❍ 순교자의 신앙과 은거, 피신 생활이나 체포되어 이송되고 처형되고 시신을 옮기고 묻히고 이장하는 과정에 연루된 추측 내용들이 있겠지요. 그러면 먼저 관심있는 신부를 지명해 교회사 자료 뒤지는 작업을 맡게 할 것이고 관련 순교 사화록을 정리하게 될 것입니다. 심지어는 다른 곳의 성인 묘소를 이장해 와서 성지대열을 만든 곳도 있지요.
❍ 이런 식의 정리에는 뻥튀기도 많이 들어가겠지요. 만약에 순교사를 뻥튀기 하는 일이 있다면 그게 자신의 신심이나 성화를 위한 것이겠습니까? 아니죠. 신자들에게 픽션을 팩트처럼 전하고 성지화 욕구를 관철하려는 것에 불과할 것입니다. 그 다음에는 당연히 토목 작업 하고 조경하고 조형물을 세우고, 주차장과 센타를 세우고 홍보하고... 등의 순서로 가겠지요. 암튼 이런 건 좀 그렇지 않습니까?
❍ 남종삼 요한 등 44명의 순교자가 처형당했던 서소문은 녹두 전봉준 장군이 역도죄로 처형되었던 바로 그 곳입니다. 진리 앞에서 동학 서학이 무슨 이유가 되겠습니까?
❍ 우리가 순교자 신심을 앙양하면서 이들을 두루 기억하지 못한다면, 이들이 목숨을 바쳤던 이유를 살지 않는다면 우리의 순교 신심은 절름발이 반쪽짜리 신심일 것입니다. 그래서 서소문과 새남터 성지를 단장할 때 우리가 사육신을 기념하는 비석 하나라도 세우고, 전봉준 장군의 동상 하나 정도는 함께 모시는 게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
4. “한국천주교 국토 성지화 욕망, 어제 오늘 일 아니다”
/불교신문 2014.9.18 http://www.ibulgyo.com/news/articleView.html?idxno=136089
- 이창익 한림대 HK연구교수 불교평론 열린논단서 주장
❍ 서소문은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1984년에 시성된 103위 성인가운데 44위가 순교한 곳이자, 2014년 8월 시복된 124 위 가운데 27위가 순교한 곳입니다. 따라서 한국천주교에서는 오래 전부터 서소문 공원의 단독 성지화 작업을 추진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조선 시대 형장이었던 서소문은 전봉준, 홍경래 등이 처형된 곳이기도 합니다.
❍ 그러므로 우리는 ‘나의 역사 만들기’가 ‘남의 역사 지우기’라는 것을, ‘나의 성지 만들기’가 ‘남의 성지 지우기’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물론 한국천주교의 ‘국토 성지화 욕망’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닙니다. 일례로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에 있는 ‘천진암 성지’는 천주교 수원교구의 주도로 10년 계획의 ‘천진암 대성당’를 공사를 진행중입니다. 천진암은 조선 시대의 암자로 과거에 박해를 피해 찾아온 천주교 신자들에 피난처를 제공했다가 그 여파로 불탄 곳입니다. 불교 일각에서는 교황의 이번 방한에서 천주교 전래 초기에 불교가 준 도움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에 대해 섭섭해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한국천주교에서는 이곳을 성지로 만들기 위해 자신을 보호했던 불교 암자에 천주교 성지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진풍경’, 아니 ‘살풍경’이라고 표현해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 또한 동학의 창시자인 최제우가 처형된 대구 관덕정에 조성된 천주교 성지인 ‘관덕정 순교기념관’도 마찬가지 입니다. 이처럼 한국천주교의 성지화 작업은 땅에 새겨진 타종교의 흔적에 천주교의 순교사를 ‘덮어쓰기’한 전력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는 교황의 방한 뒤에 감추어진 이러한 이율배반을 이야기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