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회 출판놀이 창작실험 공모전 심사 결과 발표>
출판놀이 창작실험 공모전에 응모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아쉽게도 당선작이나 토론 추천작을 내지 못하였습니다.
<총평> 5회 창작실험 공모전에 응모된 작품들을 읽어보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이 있었다. 지금 어린이 청소년 문학 환경은 AI로 인해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다. 인간과 기계가 하나로 통합된 존재를 사이보그라 한다. 이제 AI와 함께 글을 쓰는 작가들은 사이보그 작가, 사이보그 예술가라 불러야 할 것이다. AI가 이제 막 나온 때이니, 몸에서 나오는 자연언어로만 글을 쓰는 전통적인 작가들과 AI와 함께 글을 쓰는, 달리 말하면 자연언어와 인공언어가 뒤섞인 문장을 쓰는 사이보그 작가의 작품들이 혼재되어 세상에 나올 것이다. 이번에 응모된 작품들은 기존 전통방식의 작가들이 쓴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다. AI를 이용하여 쓴 작품 거의 보이지 않았다. 창작 실험 공모전에 응모된 작품들을 읽으면서 작가분들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지고 싶다. AI를 이용하는 방식과 정도의 차이는 각자가 정할 문제이지만 한번 AI를 가지고 이번에 응모한 작품을 수정해 보는 것은 어떨까? 지금 많은 작가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AI를 활용하며 작품을 쓰고 있을 것이다. AI를 전혀 활용하지 않고, 몸에서 나오는 자연언어로만 쓴 작가의 작품들이 과연 AI를 활용한 작품들과 경쟁을 해서 이겨낼 수 있을까? 웬만큼 완성도가 높지 않고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응모된 작품들 중 인상깊었던 작품들에 대한 감상을 짧게 적어본다. <야광쥐가 된 마고>와 <황금빛 갈기가 아름다운 사자 씨가 길을 갑니다>는 각각 쥐와 사자의 모험담으로 안정된 문체와 무리 없는 스토리텔링으로 잘 읽히는 작품이었지만, 오히려 그것이 작품의 매력을 감소시킨 듯했다. 작품 속에 동물이 등장할 경우 독자가 기대하는 것은 무엇일까? 인간과 동물의 경계를 뛰어 넘어서 펼쳐지는 새로운 가능성의 세계는 무엇일까? 동물이 주인공일 때 지금 이 시대 가능할 수 있는 서사의 방향은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 고민을 던져주는 작품이었다. 교훈으로 마무리하기 보다는 반전으로 끝나는 식의, 이런저런 다양한 스토리텔링에 도전해 보시면 작가적 역량도 더욱 커지리라 생각한다.
<해바라기와 폭죽>과 <프랑스 공항에서>는 직설적이고 톡톡 튀는 문체가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다만 작품 속에서 다뤄지고 있는 소재들이 지금 이 시대에 맞는 것인지 한 번 고민해 보셨으면 한다. 주제를 형상화시키는 힘도 있는 분이라 철학적 사유와 더불어 개연성이 보태진다면 좋은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
<나비 정류장>, <함박눈 숲 입장권>은 읽고 있으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작품이다. 일상의 매직은 자칫 상상이나 공상으로 여겨지기 쉬워서 인물의 욕망과 그 욕망 충족을 개연성 있게 그려내기가 쉽지 않다. 일상의 매직을 말 그대로 마법처럼 그려내려면 장르물로서의 판타지 작품에 대한 다양한 이해와 감각이 필요할 것이다.
<파란 유니버스>는 잘 만들어진 한 편의 기획물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작가의 필력과는 별개로 주제 선정과 스토리텔링으로 인해 그런 느낌을 받은 것 같다. 인물의 내면을 그려내는 주제를 설정하여, 1인칭 시점으로도 써 보신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꼬마 마녀 마리안>은 귀엽고 예쁘고 사랑스러운 그림책을 한 권 보고 난 느낌이 들었다. 기대감을 증폭시켜 나갔으나 예상 가능한 결말이어서 아쉬웠다. 서사를 조금 더 발전시켜 나간다면 좋은 그림책이 될 것 같다.
<11번째 계단>은 작가가 자신이 쓰고 싶은 것을 마음껏 토해 낸 느낌이 드는 작품이었다. 머뭇거리지 않고 이야기를 진행시켜 나가는 건 신인으로서 큰 재능이라고 생각한다. 작품 속 에피소드들이 시대에 맞는 가치관을 담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며 수정해 나간다면 재미있는 작품으로 발전해나가리라 생각한다.
<여기 우리들의 놀이터>에는 장르나 주제가 다른 단편 4편이 실려 있는데 작품들 중 <도깨비 립스틱>이 가장 재미있었다. 도깨비 립스틱이라는 어마어마한 마법의 도구가 생긴다면 우리 어린이들은 무엇을 하고 싶을까? 상상을 초월하는 어떤 대단한 사건을 벌일지도 모르겠다. 어린이의 욕망에 조금 더 충실한다면 더욱 흥미로운 작품으로 발전하리라 기대된다.
<변심약방의 비밀>은 읽다보면 웃음이 터지는 유머 가득한 작품이다. 재미있는 작품인 것은 분명한데 문제들을 봉합하는 듯한 마무리는 조금 아쉬웠다. 같은 작가의 작품으로 <좀비 디저트 카페로 초대합니다>도 역시 유머러스한 작품이라 읽는 내내 즐거웠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온갖 더러운 것들이 요리로 변하는 과정 또한 흥미로웠다. 다만 좀비의 실체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은 점이나 엄마와 주인공과의 관계가 좀비 친구를 만나고 난 후 어떻게 바뀌었는지가 분명하지 않은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출판놀이 창작실험 공모전은 완성도보다는 가능성을 더 먼저 본다. 비록 완성도가 부족하더라도 가능성이 보이는 작품이 있으면 출판놀이에서는 적극적으로 추천하여 작가의 습작 전 과정을 돕고 있다. 직접 작가를 만나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가는 과정을 함께 한다. 이번 5회 창작실험 공모전에서 출판 가능한 작품을 내지 못해 아쉽지만 내년에도 실험정신 가득한 기성, 신인 작가들의 많은 도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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