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진 통고산(通古山·1,067m)은 산 중턱을 가로질러 구불구불 뱀처럼 임도가 나 있다. 때문에 등산대상지로서의 매력이 신통치 못한 산으로 각인돼왔다. 하지만 간간이 통고산을 찾았던 등산꾼들이 임도의 여러 굽이를 꼬치 꿰듯 가로지르는, 짙은 숲속을 지나는 짤막한 지름길들을 내두었다. 그 길을 따르노라면 평균치를 상회하는 굵기와 밀도로 시종일관하는 거목 숲으로 감탄하게 된다.
이 숲 좋은 산에는 일찌기 자연휴양림이 들어서 있다. 울창한 숲 사이에 산막들이 들어섰고, 계곡도 좋다. 가물 때인 5~6월에도 마치 근래 폭우라도 내린 듯 계곡 수량이 풍부한 것은 통고산 숲이 그만큼 짙어서다. 암반과 풍부한 수량이 어울린 이 아름다운 계곡은 이름도 ‘깊고 아름다운 골’ 심미(深美)골이다.
-
- ▲ 통고산 능선의 송림지대. 양쪽으로도 소나무 줄기로 아예 가려지다시피 한 곳이다.
-
통고산 거목 숲 등산은 휴양림을 기점 삼아 한 바퀴 정상까지 돌아 내려오는 원점회귀형 산행이 권할 만하다. 휴양림 내 도로 맨 위는 널찍한 공터여서 차를 여러 대 댈 수 있다. 이곳에 차단기가 설치돼 있다.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아 차단기까지 되내려오기까지의 거리는 정상까지 오름길 5km, 하산길 5km 하여 10km쯤 된다. 아무리 늘어져도 5시간 내에 끝날 거리다.
차단기에서 300m쯤 올라간 지점에서 오른쪽으로 여러 개 표지 리본과 더불어 사람들이 다닌 흔적이 역력한 소로 입구가 뵌다. 임도는 저 위 200m쯤 더 올라갔다가 거의 거꾸로 되올라가다시피 갈지자로 꺾어지는데, 이 구간을 가로지르는 지름길을 낸 것이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임도를 가로지르며 난 소로가 계속 이어진다. 임도를 걷다가 숲길로 들어서면 사우나에서 나와 냉탕으로 든듯 시원한 기운이 온몸으로 스민다.
거대한 신갈나무·노송으로 감탄 연발
차단기가 있는 출발점이 이미 해발 550m가 넘는 곳이라서 그후 두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대관령과 엇비슷한 800m대를 넘어선다. 휴양림의 송림에 이어 이 즈음에선 거대한 신갈나무가 감탄스럽다. 오른쪽 아래로 따라오던 허연 임도가 눈가에서 사라지며 완벽한 진초록의 세계가 전개된다. ‘옹달샘 40m’ 팻말 근처는 평평한 숲속 평지에서 배낭을 내려놓고 한동안 짙은 숲의 서늘한 기운을 즐기며 쉴 만하다. 옹달샘은 갈수기에도 넉넉한 물줄기로 흐를 정도다.
오름길에서의 마지막 임도를 가로질러 산길로 접어들면 두 아름도 넘는 거대한 노송 군락으로 숲의 절정을 보인다. 진초록 숲에서 수목 줄기의 선은 대개 숲을 분할하는 선으로 역할하지만, 이곳 통고산 수목은 굵고 길어서 간혹은 초록숲의 태반이 이 굵은 검은 수목 줄기들로 가려지곤 한다. 휴양림 관리팀이 설치한 수목 이름 안내판은 이 높은 곳에서도 간혹 눈에 띈다.
산행을 시작한 지 1시간30여 분 만에 비로소 길은 고개를 순하게 숙이며 통고산 북서능선의 낙동정맥으로 발길을 안내한다. 탄탄하고 널찍하게 다져진 능선길이 숲 사이로 뚜렷하다. 6월이면 사방 어디 한 군데 여백이 없는 진초록의 수해(樹海)를 이룬다.
-
- ▲ 통고산의 숲속을 걷고 있는 취재팀. 임도를 몇 번 가로질러야 한다는 점만 제외하면 통고산은 그 짙은 숲만으로도 최상급의 점수를 줄 만한 산이다.
-
통고산 정상은 널찍한 헬리포트다. 동서남북 사위로 수많은 산들이 겹치고 겹친 풍경이 펼쳐진다. 정상 표지석은 헬리포트 바로 옆에 서 있다.
정상 표지석 옆 무성한 숲속을 지나면 10m쯤 됨직한 무인산불감시탑이 섰다. 여기서 300m쯤 간 지점의 삼거리에서 휴양림 방향은 왼쪽이다. 우측 길로 가면 정맥길로 가게 되므로 주의한다(좌표 N36 53 50 E129 11 40).
거목숲은 이곳 삼거리를 지나서도 여전하다. 검거나 붉은 거목 줄기들로 녹음의 태반이 가려지거나, 저 아래 먼 곳까지도 굵은 줄기의 수목들로 빽빽한 숲이 연이어진다.
완경사의 내리막으로 이어지다가 다시 슬며시 고개를 치켜든 지 오래지 않아 능선 왼쪽으로 비스듬히 빗겨 내려가는 하산 길목이 나온다. ‘하산 2.3km 1시간 ↓’이란 팻말이 서서 길안내를 해주고 있다.
953m봉 왼쪽을 가로질러 200m쯤 가다가 갑자기 직각으로 꺾이며 가파른 내리막길로 접어든다.
‘119 10번’ 조난신고 표지판을 지나 곧 두 가닥의 계류가 만나는 계곡으로 내려서서 200m만 더 가면 산행 시작 지점에서 가까운 임도 하단부로 나선다.
-
교통
버스편은 연결되는 것이 거의 없다. 서울에서 갈 경우 소천면소재지를 지나 답운재 넘어 울진을 향해 37번 국도를 달리다보면 도로 오른쪽 바로 옆으로 휴양림 입구 상징물이 큼직하게 서 있어 쉽게 찾아갈 수 있다.
숙식
통고산자연휴양림(전화 054-782-9007):심미골 하류부의 약 2.5km 구간을 축으로 하여 열매 달리듯 양쪽으로 각종 시설물이 들어섰다. 제일 하류쪽에 관리소 겸 매표소가 있고, 그로부터 약 1.5km 상류인 중앙부에 핵심시설인 산림문화휴양관을 비롯해 단체 숙소인 숲속수련장, 가장 큰 단독 산막(숲속의 집)인 머루랑다래랑(19평형), 매점, 목공예전시장, 물놀이장, 캠프파이어장, 운동장 등이 밀집해 있다. 산림청 관할의 국유 자연휴양림으로서, 7월 중순~8월 말 숙소 추첨 경쟁률은 80대1까지도 올라가지만 6월은 한적하다.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 홈페이지에서 인터넷으로만 예약을 받는다(http://www.huyang.go.kr 전화 042-620-5571).
하원리 민박촌: 37번 국도를 타고 불영사 입구를 지나 500m쯤 울진 쪽으로 더 가면 개울 바로 옆으로 도로가 붙으며‘하원리’ 마을 간판이 나선다. 이곳 근처의 중섬~밭치밭마을 일대가 비지정관광지다. 중섬교 건너편 계곡가에 여러 가구의 민박집이 모여 있다. 민박집 전화 054-783-3136, 782-3602, 783-0133, 782-9139, 782-9157, 782-9142, 783-6649.
/ 글 안중국 기자
사진 허재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