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길목에서-송연우

[눈산]

봄이 오는 길목에서 외 1편

 송 연 우

작년에 본 그 여자를 만났다

얇은 색색 빛깔을 한 아름 안고

소리 죽인 걸음

그림자 없이 가볍게 걸었다

그 여자가 지나간 자리엔

흙을 열고 수선화가 올라오고

매화, 산수유 희고 노란 꽃눈이

말을 걸어 올 듯 눈짓을 보냈다

아직 나를 봉해 버리지 않았나보다

뜰에 선 목련 시 한 줄 쓰게 하고

꽃샘 눈 속에서도 한마음으로

나를 보면 뛰어오는 그 여자

봄비

비는 흙이 그리워서 온다

마른들을 내려 보다

슬픔에 북 받혀 참지 못한다

농부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을

기억하며 내린 비일까 맑디맑은

가슴 떨리는 의로운 손짓에

들을 가는 발걸음 바쁘게 한다

잔잔하게 내리는 비가

들녘과 나누는 사랑 이야기로

하루 날이 저물어간다

눈을 뜬 나무가 젊음을 피우며

몸 속 골짜기를 흐르는 피와

다름없이 생명을 낳고 있다

하늘에서 내리는 하얀 피가

햇볕으로 파르스름 돋아나는

그리움을 출산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