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큰맘 먹고 아이들이 다니고 있는 어학원에 같이 등록을 하여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
단 두 시간 하는 공부이건만,
온몸이 나른하고 에너지가 소진됨을 느낀다.
늘어져 있기보다는
무조건 걷는 게 낫겠다 싶었다.
어학원 주변 마을 길을 걷기로 작정하고 무작정 나섰다.
어학원을 벗어나
마을길로 접어드니
작은 구멍가게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필리핀 사람들은 이런 구멍가게를
'사리사리'라고 부른단다.
주택의 일부를 개조하여 만든 듯한 사리사리.
커다랗고 둥근 망고나무가 든든히 받쳐주고 있고, 아기자기하면서도 정감 있다.
붉은 열매가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어 자세히 보니 요즘 제철 과일인 람부탄이다.
탐스러운 열매가 수확을 기다리고 있다.
누가 살고 있을까?
담장 안에 심은 고추나무에는 풋고추가 실하게 매달려 있다.
그 뒤에 나무는 파파야.
이곳 사람들은 파파야를 과일로도 먹지만
한인들은 덜 익은 과육을 채 썰어서 무생채처럼 김치로 만들어 먹는다.
그 맛이 무생채보다 훨씬 더 아삭아삭하고 담백하다.
거의 한 집 걸러 하나씩 있는 사리사리들.
이렇게 밀집해 있는데 영업이 될까 싶다.
매출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의 사람들.
오히려 폰 카메라를 들이대는 낯선 이방인이 신기한 듯 환한 웃음을 품고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Good afternoon, po~?"
어느 것 하나 비슷한 게 없는 사리사리들.
자세히 들여다보지는 못했으나
판매하고 있는 물품들은 차별성이 있을까??
담장 아래서 수줍게 얼굴을 내민 봉숭아 꽃.
넝쿨 콩을 화분에 심어 키우는 지혜가
우리네 어르신들의 그것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았다.
사철 피고 지는 이 꽃나무의 이름이 뭐였더라??
필리핀엔 이 식물이 거의 모든 집에서 자라고 있다
양철 지붕이 돋보이는 가게.
간판이 화려한 집.
간단한 길거리 음식을 조리해 파는 가게도 보인다.
칭얼대는 아이를 달래는 젊은 엄마.
지갑을 들고나오지 않은 게 후회되었다.
탐스럽게 달린 파파야 열매.
낮은 지붕 위에 있는 붉은 열매는 용과였던가?
용과가 선인장 열매였구나....
골목이 시끌벅적하여 들여다보니
초등학교가 있다.
하교 시간인가 보다.
교복을 입은 한 무리의 아이들을 마주쳤다.
사진을 찍겠다고 양해를 구하고
'김치~'를 따라 하라고 하니
깔깔거리면서 따라 하는 모습이 참 귀엽다.
빵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상점도 눈에 띈다.
빵 맛은 어떨까??
눈에 들어오는 건축 양식.
하늘이 파란색이면 더 예쁠 것 같다.
야채를 사 가는 아낙네.
오늘 점심 메뉴일까?
욕심 같아서는
이 마을 길에 있는 모든 사리사리 상점 안을 기웃거리며 주전부리를 하고 싶다.
가격도 궁금하고
품목도 궁금하고...
짧은 산책이 아쉬운 만큼
다음 주에는 마음먹고 채비를 한 뒤
길을 나서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