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억팔이 시리즈 8탄, “순탄하지 않았던 ‘King’의 2연패” 입니다.
이번 편은 레이 알렌의 엄청난 파이널 클러치 샷으로 유명한 12-13시즌, 르브론 제임스의 마애이미의 우승 과정을 살짝 다뤄 봤습니다.
* 평어체 양해 부탁 드립니다.
* 동영상은 유투브 펌입니다.
Intro
시작하기 앞서, 내 NBA 팬으로써의 역사를 잠시 거슬러 올라가면, 시작은 고등학교 2학년이던 2006년이었다. 농구 팬들이던 친구들과 동네에서 농구를 하면서 NBA의 재미에 빠지기 시작했었다. 당시 3년차로써 엄청난 퍼포먼스로 파이널 MVP를 받은 드웨인 웨이드의 '간지'에 열광했었던 기억도 나고 동네 농구에서 우리가 흔히 할 수 있는 스크린 타고 요리조리 미들 점퍼 꽂는 플레이스타일로 올스타까지 된 리차드 해밀턴의 플레이를 동경했던 친구들도 있었던 기억이 난다.
다음해인 2007년은 고3이라 그랬는지.. 르브론 제임스의 첫 파이널 진출 외에는 큰 이슈가 생각나지 않는다. 그리고 대망의 2008년, 재수를 선택한 나는 독서실에서 하루종일 앉아있는 것이 좀이 쑤실 때마다 짤막하게 NBA를 보곤 했는데 이 해는 하필 보스턴 셀틱스와 LA 레이커스의 1987년 이후 무려 21년 만에 파이널에서 맞붙었고 그 특유의 라이벌리에 반한 나는 특히 보스턴 셀틱스 케빈 가넷의 ‘상남자 농구’에 푹 빠지게 된다. 그전까지 라이트 팬이었던 나는 가넷의 광팬으로 본격적인 ‘덕후’의 길에 접어들게 된다.
2009년부터 11년까지는 군대 등으로 인해 크게 챙겨보지 못한 나는 2012년 플레이오프부터 다시 본격적으로 NBA를 보기 시작한다. 2008년 우승 당시 30대 초반이었던 보스턴 빅3는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노쇠한 모습이었으나 당시 ‘애송이’였던 라존 론도가 새로운 에이스로 형들을 진두지휘하고 있었고 덩치는 작지만 코트 위에서는 아무리 큰 사람과도 주먹다짐도 불사하는 ‘가넷 동생’과 같은 모습에 론도에게 다시 반하게 된다.
그리고 2012년 플레이오프, 론도를 중심으로 한 보스턴은 마이애미 빅3를 상대로 동부 컨퍼런스 파이널에서 3승 2패까지 앞서면서 탈락 직전까지 몰고 간다. 이 때 개인적으로 ‘아 르브론 입장에서 보스턴은 정말 지긋지긋하겠다. 팀을 옮겨서 웨이드랑 보쉬가 옆에 있어도 지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이 압박을 르브론은 혼자서 이겨내며 45-15-5라는 역사에 남을 기록을 찍으며 결국 마이애미의 첫 우승을 이끈다.(이 스토리도 언젠가는 다룰 예정입니다..^^)
그리고 디펜딩 챔피언으로 맞이한 12-13시즌은 빅3 결성 3번째 시즌으로 빅3가 각각 공수에서 완벽한 호흡을 과시(실제 각각의 마인드까지는 모르지만)했으며 시즌 전 영입한 보스턴 빅3의 축이자 역대 최고의 슈터 중 하나인 레이 알렌까지 벤치에서 화력을 더한다. 또한 르브론 제임스가 4번째 정규시즌 MVP에 더해서 DPOY에서도 2위에 오르는 등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모두 최전성기에 접어든 기량을 과시하면서 르브론이 뛴 4시즌 중 가장 강력한 아우라를 풍긴 시즌이 분명 이 시즌이었다.
하지만 이 시즌에도 마이애미 히트의 우승은 결코 순탄치만은 않았으니..
정규시즌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시즌 정규시즌의 마이애미는 역대 최고의 팀의 반열에 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위용으로 상대를 찍어눌렀다. 특히, 2월 3일부터 3월 25일까지 무려 53일간 패하지 않으면서 27연승을 기록했는데 이 27연승은 단일 시즌 기록으로는 2025년 현재까지도 역대 2위에 해당하는 연승 기록이기도 하다.
단일 시즌 20연승 이상을 기록한 팀들
1) 71-72시즌 LA레이커스(33연승)
2) 12-13시즌 마이애미 히트(27연승)
3) 07-08 휴스턴 로케츠(22연승)
4) 70-71시즌 밀워키 벅스(20연승)
이 기간 동안 팀 야투 성공률이 무려 50%를 넘기는 50.8%, 팀 3점도 40.3%를 기록했으며 팀 스틸도 10개에 육박하는 9.9개를 기록하는 등 공격과 수비 모두에서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27승 중 17승이 두 자리수 점수차 승리였다.
르브론 제임스는 연승 기간 동안 평균 27.0점 8.1리바운드 8.0어시스트 1.9스틸 야투 57.5%라는 엄청난 기록으로 (*사실상의 만장일치로) 생애 네 번째 MVP를 수상한다.
* 전체 1위표 121표 중 120표를 받는데 나머지 1표는 2위인 케빈 듀란트도 아닌 3위 카멜로 앤써니가 받는다. 당시 앤써니에게 1위표를 준 기자가 매장 수준으로 비난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르브론 제임스 클러치 역전 위닝샷 vs 올랜도 매직, 2013.03.06.]
이 승리가 15연승째로, 이 위기를 잘 넘기고 마이애미는 연승 수를 27까지 늘린다!
동부 컨퍼런스 플레이오프 여정
1라운드 상대인 밀워키 벅스나 2라운드 상대인 (데릭 로즈가 부상으로 없는) 시카고 불스는 정규시즌 66승의 마이애미에게 전혀 상대가 되지 않았다. 불스에게 2라운드 1차전에서 불의의 패배를 당하기는 했으나 그 패배를 제외하면 모든 경기를 압도적으로 승리하면서 히트는 샤킬 오닐 & 코비 브라이언트의 2000년대 초반 레이커스 이후 가장 압도적인 우승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컨퍼런스 파이널에서 만난 인디애나 페이서스는 이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1차전부터 강력하게 마이애미를 몰아붙이기 시작한다. 특별한 위기 없이 컨퍼런스 파이널까지 온 마이애미는 끈적한 수비력과 자신들보다 큰 사이즈의 선수들로 구성된 인디애나에게 당황한 듯 주도권을 잡지 못했고 두 팀은 18번의 동점, 17번의 리드를 주고 받으면서 시소 게임을 펼친다. 스몰라인업으로는 주도권을 잡을 수 없는 게임 흐름에서 히트의 구세주는 ‘버드맨’, 크리스 앤더슨이었고 앤더슨은 벤치에서 나와서 야투 7/7, 16점을 기록하면서 마이애미가 무너지지 않게 온몸으로 버텨낸다. 4쿼터 0.7초를 남기고 터진 폴 조지의 동점 3점슛, 그리고 연장전에서 1점차로 뒤지던 경기를 버저비터 레이업 역전 위닝샷으로 끝낸 르브론 제임스의 클러치 샷 등 농구라는 스포츠에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걸 다 보여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수준 높은 명승부가 2013 컨퍼런스 파이널 1차전이었다.
1차전 다 잡은 승리를 놓쳤지만 인디애나 선수단은 전혀 멘탈이 흔들리지 않았고 기어코 2차전은 잡아내면서 원정에서 1경기를 잡은 채로 본인들 홈으로 이동했고 마이애미 입장에서는 홈코트 어드밴티지를 뺏긴 채로 인디애나 원정을 떠나야 하는 큰 부담이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기로의 3차전에서 히트를 구한 이는 베테랑, 우도니스 하슬렘이었다. 정규시즌에 주전으로 대부분 출전은 했지만 무늬만 주전에 불과(경기당 출전시간 20분 이하)했을 정도로 로테이션 비중이 낮아졌던 하슬렘은 3차전에서 야투 8/9, 17득점을 기록하며 인디애나에 카운터 펀치를 제대로 날리면서 팀에 승리를 안겼다. 그리고 5차전에서도 하슬렘이 야투 8/9, 16득점을 기록하면서 히트에 승리를 안겼고 두 팀은 각각 마이애미가 1,3,5차전, 인디애나가 2,4,6차전을 가져가면서 시리즈 동안 한 번의 연승과 연패 없이 3승 3패인 상태로 7차전을 치르게 된다.
치열하게 싸운 두 팀은 아이러니하게 7차전이 가장 큰 점수차가 나면서 조금은 싱겁게 시리즈가 마무리되고 만다. 1쿼터 초반 기어를 올리면서 앞서나가던 인디애나는 2쿼터부터 히트의 질식수비에 대응하지 못하면서 전반을 15점차로 뒤진 채 끝냈고 결국 이 점수차가 점점 더 벌어지며 76-99, 23점차로 패하고 만다. 인디애나는 팀 야투 40.6%, 팀 턴오버는 무려 21개를 범하면서 자멸했고 특히 젊은 에이스 폴 조지는 야투 22.2%, 7득점으로 시즌 최악의 경기를 파이널 목전에서 하면서 결국 파이널 무대를 밟지 못한다.
이 시리즈는 5년 넘게 르브론 제임스의 앞길을 가로막았던 보스턴과 올랜도를 대신해서 인디애나가 새로운 대항마로 완벽하게 자리잡은 시리즈였으며 히트와 인디애나는 2012~14년, 3년 연속으로 플레이오프에서 맞대결을 펼쳤다. 세 차례 모두 르브론 제임스의 마이애미의 승리로 시리즈가 끝나기는 했지만 크리스 보쉬를 5번으로 하는 히트의 스몰 라인업에 대항해서 로이 히버트와 데이비드 웨스트, 정통 빅 라인업으로 카운터 펀치를 날리는 묵직한 페이서스의 농구는 그 자체로 아주 매력이 있는 농구였다.(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이것이 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르브론 제임스와 드웨인 웨이드 듀오를 1대1로 번갈아서 막을 수 있는 인디애나의 조지 힐, 랜스 스티븐슨, 폴 조지의 수비력에 있었다고 본다.)
[드라마보다 완벽한 전개와 엔딩, 2013 동부 컨퍼런스 파이널 1차전 4쿼터 막판 ~ 연장전]
이 1차전은 결과를 알고 다시 풀경기를 봐도 손에 땀이 날 정도의 명경기이다.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르브론 제임스와 폴 조지의 12년 전 모습을 볼 수 있는 경기이기도 하다. 르브론이 마치 날아다니는 탱크 같다면 폴 조지는 우아하면서도 날렵하고 고고한 페라리 같은 느낌을 풍긴다.
파이널
대니 그린, 토니 파커가 공격 코트에서 화끈하게 화력을 불어넣고 팀 던컨과 카와이 레너드가 각각 내/외곽 수비 중심을 잡아주면서 팀 농구로 볼 때 보다 단단해 보이는 팀은 분명 스퍼스였다. 그리고 5차전까지 3승 2패로 스퍼스는 리드를 잡았고 이제 마이애미에서 최대 2경기만 치르면 이 시즌 챔피언이 결정나는 상황.
홈에서 2경기가 남아 있다는 게 불행 중 다행이라면 다행이었지만 2승 3패로 벼랑 끝에 몰린 팀은 마이애미였고 르브론은 빅3 결성 이후 두 번째이자 본인 커리어에서 세 번째 준우승에 그칠 기로에 있는 경기가 6차전이었다. 기대한 대로, 팽팽하면서도 피지컬한 파이널다운 경기가 펼쳐졌고 그 가운데 서서히 흐름을 잡은 팀은 스퍼스였다. 3쿼터 끝날 때 스코어는 75-65, 10점차 스퍼스 리드였고 스퍼스의 노련함과 3쿼터까지 야투 3/12로 극도로 부진했던 르브론 제임스의 컨디션을 감안하면 이 점수차는 꽤나 커 보이는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엘리미네이션 르브론’은 달랐고 4쿼터에 공수에서 기어를 끌어올리면서 점수를 야금 야금 따라잡기 시작했고 4쿼터 5초를 남기고 NBA 역사에 길이 남을 ‘레이 알렌 샷’은 경기를 연장으로 끌고 간다. 연장전은 르브론 제임스의 독무대였고 결국 3점차로 이 경기를 잡아내면서 시리즈는 7차전으로 향했다.
7차전도 시종일관 팽팽한 경기가 펼쳐졌으나 결과는 37점 12리바운드를 기록한 르브론 제임스의 2번째 우승이자 2번째 파이널 MVP 수상, 히트의 리핏으로 이 시즌은 마무리된다.
이 시리즈 6~7차전에서 지금까지도 머리 속에 떠오르는 두 개의 장면이 있다. 첫 번째는 커리어 마지막, 반지 획득을 위해 정규시즌 막판에 스퍼스 선수단에 합류한 트레이시 맥그레이디가 6차전 승리(=우승)를 확신하고 환하게 미소짓다가 머리를 감싸쥐던 장면이고 두 번째는 7차전 결정적인 팁인을 놓친 팀 던컨이 코트 바닥을 힘껏 내리치면서 아쉬움을 드러내던 장면이다.
[팀 던컨, 아쉬움의 포효 in 2013 파이널 7차전]
항상 차갑고 묵묵하게 본인 역할에 충실한 이미지였던 던컨은 이 시리즈에서 유독 감정도 숨기지 않으면서 승부욕을 드러냈고 실제로 6차전 던컨의 30득점은 2003년 파이널 1차전 이후 10년 만이자 파이널 22경기 만의 30득점 경기로 모든 걸 쏟아부은 두 경기가 이 해 파이널 6,7차전이었다!
그리고 이 해 파이널은 2-3-2 파이널 포맷의 마지막 해였으며 2-3-2 포맷 도입 후 상위 시드가 2승 3패로 몰린 상황에서 홈 6,7차전을 잡아내면서 우승한 네 번째 사례가 되었다.
1988 레이커스(vs 디트로이트)
1994 휴스턴(vs 뉴욕)
2010 레이커스(vs 보스턴)
2013 마이애미(vs 샌안토니오)
P.S : 마이애미와 샌안토니오의 6차전은 라이브로 볼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아서 오후 내내 핸드폰을 꺼놓고(스포 당할까봐..) 저녁에 집에서 라이브처럼 봤는데 내 인생에서 이보다 더 전율이 오는 순간은 없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을 꼽으라면 이 날 이 경기의 풀경기를 (결과를 모르는 채로) 본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역사적인 순간이었고 이 경기는 나를 NBA ‘팬’에서 ‘덕후’의 길로 접어들게 만든다.
|
첫댓글 제가 nba를 사랑하게된 경기들이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