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파는 아가씨와 꽃을 사는 아저씨
파리의 어떤 길가에서 꽃을 파는 매우 아름다운 아가씨가 있었다. 그런데 그녀는 시간만 있으면 성경을 읽는 습관이 있었다. 하루는 한 젊은 신사가 지나가다가 발걸음을 멈추고 꽃을 사려고 그녀 앞에 다가섰지만, 이 소녀는 책 읽는 일에 열중한 나머지 손님이 온 것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 젊은 신사는 맘속으로 생각하기를, 소녀의 열심히 지나치고 좀 이상하다고 여기며 말을 걸었다.
“꽃 파는 아가씨는 어디 갔나요? 무슨 책을 그리 열심히 읽고 있는 거지요?”
“아 네, 신사 분, 하나님의 말씀 성경이지요.”
“아가씨는 꽃을 파는 건가요? 성경을 파는 건가요?
“아 네, 신사 분, 팔기는 꽃을 파는 거지요.”
“그럼, 가장 아름다운 꽃으로 한 다발 주세요.”
이 신사는 장래가 촉망되는 유능한 현직 재판관으로서, 대학시절에 만난 여학생과 교제를 하다가 교회에서 목사의 주례를 받고 결혼을 했으나, 법관이 된 이후 신앙의 갈등이 심한 상태에 있어서, 바쁘다는 핑계로 교회를 멀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내의 권유에 못 이겨 교회에 가끔 나가기는 해도, 하나님의 존재를 지식적으로만 알고 있었으므로, 자신은 정작 믿지 않는 회의주의자였다. 그래서 그는 그 소녀에게 꽃을 사면서 다시 말을 걸었다.
“아가씨!, 그런데 누가 그 책이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말해 주었나요?”
“예, 그것을 말하자면, 이해가 잘 안 되시겠지만, 하나님께서 제게 그렇게 말씀해 주신 걸요.”
“뭐요?, 하나님이 그렇게 말씀하셨다고요? 말도 안 돼는 말씀을,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나요? 아가씨가 그 하나님을 만나보기라도 했단 말인가요?”
그런데, 소녀는 조금도 동요하는 기색도 없이 지극히 당연하다는 듯이 신사를 똑바로 쳐다보며 대답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신사가 보기에는 그 소녀가 미친 사람처럼 느낄 정도로 이상한 사람은 아니었는데도, 그 소녀의 말을 이상하게 여기고 있었다.
“그럼요. 저는 성경책을 읽을 때마다 하나님을 만나 뵙는 걸요. 신사 분께서는 누가 아저께 하늘에 태양이 있다고 말해 주던가요?”
“그것은 누가 굳이 말해 준다고 아는 것이 아니지, 그저 당연한 것이지 않나요? 왜냐하면 태양은 우리에게 따뜻한 빛과 열을 내니까 우리가 그저 느끼는 거지요.”
“그래요. 아저씨 말씀이 옳아요. 그렇게 아저씨가 따뜻한 햇살을 느끼듯이, 그리고 빛을 보시듯이, 저는 성경을 읽을 때마다 하나님의 따뜻한 빛을 느끼니까요. 하나님이 아니시고는 제게 그런 것을 주실 분이 없지요.”
너무나 확신에 넘치는 그 소녀의 표정과 언어에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영적인 기쁨과 평화가, 아름다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래서 그 신사는 그 소녀에게서 사온 꽃을 자기 아내에게 기쁜 마음으로 선물하고, 성경책을 펴서 읽기 시작하였다. ‘성경 속에 하나님이 계시다 말이지. 그렇다면 나도 느낄 수 있을 것이야,’ 그는 혼자말로 중얼거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