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관 시인의 본 53 선지식 19차. 10, 서울구치소 사형수들 위한 염불
서울구치소 사형수들 위한 염불
서울구치소에 사형장이 있는데
그곳에서 1천여 명이 죽음으로
조선 독립운동을 외치다가 치안 유지법
그러한 법으로 죽임을 당했다고 한다,
감옥에서 죽었다는 것은
가문에게 있어서는 패가망신
그러나 지금은 망신이 아니라
조선 독립을 위하여 죽음에
영웅이 되기도 하지만
영웅이 되지 못하고 죽은
그들에게 있어서는 어이하랴
북간도에서 죽은 자들
백두산 천지에서 죽은 자들
북만주에서 죽은 자들
그들의 무덤이 있는 자리
묘비도 없는 자들
남양군도에 끌려가 죽은 자들
일본 탄광에서 노동하다가 죽은 자들
일본 뗌을 건설 하다가 그 속에서 콘크리트에 눌려
이름 없이 죽어간 이들을 말이다.
그들에 이름을 부르노라.
지금은 전설처럼 남아있지만
그들에게 사면 복권해야 한다.
일본식민지 시대에 저항한 인사들
그들을 악법으로 사형을 당했다.
일본식민지 시절에 사형당한 이들
그들을 복권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누가 복권하려나
나는 서울구치소에서 사자들을 복권하려면
죽인 자가 참회하고 반성해야 하는데
반성하지 않고서는 그들에게 한을 해결할 수 없다는
그러한 사연을 감옥에서 목격하였다.
양심 있는 교도관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말을 하기가 매우 어렵게
자신은 아이들을 교육하다가
교정직이 시험을 보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사연들을 전해야 하는데 전할 수 없었지만
오늘은 이렇게 말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일본식민지 시대에 감옥이라는 곳은
추운 겨울에는 눈보라가 치는 날 같이
그리고 교도관도 경찰과 같이 고문에
온갖 질병이 든 자들과 같았다고
그리하여 고문 기술자라는 칭호는
교도관들에게도 주어졌다고 했다
특별히 말하자면 일본식민지 시대
일본이 남긴 잔재라고 말했다.
일본식민지 시대
그 잔재가 살아서
인권을 무시하고 고문
아 이름만 들어도
온몸이 떨린다.
이제는 죽은 자의 눈물을 닦아야 한다.
서울구치소에는 그들의 이름이 전해지는데
가짜를 진짜 영웅으로 만든 곳이라고
그렇게 말하고 있으니 슬프다
아 그들의 눈물을 닦아야 한다.
눈물을 닦지 않고서는 치유할 수 없다
나는 그들을 위하여 염불했다
진실로 나무아미타불을 소리높이
서울구치소에서 죽은 시형 당한 자들
그들을 위하여 염불을 외웠다.
조금이라도 위안이 되기를 바라면서
그러나 그것은 위안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나는 알면서도 염불로 외치었다.
진짜를 추앙하지 않고 가짜를 추앙하게 한
그들은 바로 일본을 찬양하던 이들이다
진짜 그들을 복권하려고 하면
죽인 당사자들이 진실을
밝혀야 한다.
그런데 그들을 복권하려는 의도가 없는
그런 자들이 권력을 장악하고 난 뒤에
가짜를 선전해야 진짜에 대한 속임을
그리하여 없는 것을 있다고 하고
진짜를 속이고 가짜를 등장시키는 작업
그 속임을 논증하기 때문이다,
교도관 교사는 나에게 용기를 가지고
언제나 정의는 약자 편이 있으니
약자들을 위하여 나서라고 말해니
나는 부끄러움을 참지 못해
서울 교도소 사형장 앞에서
잠시 머뭇거리고 있었다
교도관은 말했다.
진실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가?
자기 말에 대한 책임을 지는 자만이
인간이 진실로 말할 수 있다고 말하지!
그러니 진실이라는 것은 나를 죽이는 것이고
나에 대한 신념 강자의 신념이지라고
그런 말을 하면서 진실로 인간으로 돌아가는 것
그것이 오늘을 지키는 그것이라고 말했다.
오늘을 말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나의 존재다,
나라는 것이 있기에 남을 위하는 시
그러한 시를 창작하는 것이라고 말했던 교도관
명동 성당 안에서 일본을 찬양하고 나온 이완용을
칼로 찔러 붙잡힌 강의규 열사가 있던 감방
나는 그 옆방에 있던 만해의 방
백용성이 있던 감방에서 마룻바닥에
나의 이름을 쓴다, 그것도 수저로
마룻바닥에 쓴다, 조선 해방이라고
조선 해방이라고 이름을 쓴다.
2023년 1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