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길 등반을 마치고, 숙소에서 정말 맛있는 닭백숙과 닭볶음탕으로 저녁을 먹고,
이런저런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숙면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그럴리가 없는데 빗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일어나보니 비가 오고 있더군요. 낙망 낙망. 모두다
아쉬워서 어쩔 줄을 몰라하더군요.
다시 한번 한등클라이머스의 등반 열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류재일 선생님의 결단으로 등반 장비를 메고 대둔산을 오르기로 했습니다.
비가 계속 오면 산행으로 마무리하고, 비가 그치면 등반을 하기로요.
대전에서 달려오신 임대호 대장님과 일행을 만나 대둔산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오르다보니 비가 그쳤고 우리는 두팀으로 나눠서 등반 채비를 했습니다.
금강길과 대안길이 우리가 갈 길이었어요.
가장 등반력이 떨어지는 저는 무조건 쉬운 길을 택해야 했는데, 그래도 쉬운 길이 대안길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천등산이 항상 저를 시험한다고 생각했는데, 대둔산은 정말이지…ㅠㅜ
모든 구간이 완력이 없으면 갈 수 없는 길로 되어 있었습니다.
대안길, 1피치. 5.8인데 만만치 않았어요.
2피치 5.7길도 한번은 힘을 써야 갈 수 있는
길이었습니다.
그런데 제 앞에 버티고 있는 3피치의 5.10C
출발 지점에서 다섯 번 추락하고, 겨우 퀵도르 잡고 정말 젖먹던 힘까지
써서 겨우겨우 올랐습니다.
3피치를 겨우 오르자 마자 저는 다시 있는 또 다른 5.10인 5피치가 걱정되기 시작했습니다.
3피치에서 너무 힘을 뺏거든요.
5피치 5,10C 앞에 섰습니다.
미영씨, 성식씨, 성철씨
모두 물 흐르듯 잘들 올라가시는 것을 보면서 한숨을 얼마나 쉬었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제 차례, 역시나 5피치 5.10C 구간은
저한테는 무리였습니다.
몇 번 시도 끝에 류재일 선생님께서 탈출을 명하셨습니다.
그 순간 어찌나 멍하고, 아쉽고,
속상하던지요. 아 정말 부끄러웠습니다.
등반을 하면서 잘하지는 못해도 민폐는 끼치지 말자가 저의 신조였는데, 이건 민폐의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니까 술 좀 작작 먹고 몸을 좀 만들 걸.’
’이제까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봐 ㅠㅜ’
‘여기서 내려가면 당장 암장에 다니거나 등반을 그만하거나 해야지…’
탈출하는 내내 고개를 들 수 없는 부끄러움과 반성의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등반을 통해, 바위가 매일 매일 노력하지 않으면 곁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내년에도 천등산과 대둔산에 와서 여러 개의 길 중 하나를 가고 싶은데…
만일
내년에도 요모냥이면 도저히 민낯으로 대전에 올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아… 저 정말 기로에 서 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하시면서 가르쳐주시고, 배려해주신 류재일 선생님 감사합니다.
민들레길 선등해주신 이홍필 대장님, 작년에 이어 올해도 대안길 선등을 서주신
임대호 대장님
정말 예쁘게 등반하시는 미영씨, 열심히 하시던 성식씨 모두 반갑고 좋았습니다.
내년에는 조금이나마 향상된 모습 보여 드릴께요^^
첫댓글 담달부터 쪼매라도 향상된 모습으로~~~~
기대해볼랍니다요^^
네 다음달부터 조금씩 나아지기^^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모습 좋아요~ ㅎㅎㅎ~^^
암장~ 이거~ 결단은 빠르게
1박2일동안 웃으며 즐겼지만
등반실력이 모자람을 많이 느기게해준 대둔산/천등산
가을에 다시한번 도전을 기약해봅니다
멀리서봐도 대안길은 너무 아득해보이던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