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일기344. [값지게 느껴진다.]
하루의 일들을 마치고 돌아오면 밭에서 만나는 이가 있다. 때로는 물을 주고 떠난 흔적을 보고 안다. 빠짐없이 하루하루를 그 바쁜 일정을 지나 혼자만의 일처럼 살피고 돌보고 아낀다.
장화를 바꿔 신고 모두의 일을 덜어보려는 마음에 풀을 긁어내고, 뽑아내고, 때로는 약도치고, 비료도 준다. 고추의 밑단을 정리해주고, 옥수수를 다듬었다. 흙을 보듬어 주었다. 혼자 하면 고되고 힘들지만, 쭈구려 앉아 더 많은 일을 같이해주는 이가 있어서 할만하다. 천천히 한 고랑씩만 한다. 그렇게 같이하다 보면 흘리는 땀방울이 꽤 값지게 느껴진다.
친구가 되는 것은 선물처럼 찾아온다. 밭에서 찾아오고, 교회 마당에서 찾아온다. 밥을 먹다가 찾아온다. 너무 다른 누군가가 가득한 웃음으로 찾아오면 어느새 친구가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깜짝 놀란다. 어떻게 된 것인지, 어쩌다 이런 시간을 만나게 되는지 놀라게 된다. 그렇게 같이하다 보면 함께 하는 시간이 꽤 값지게 느껴진다. 함께 하는 모든 시간이 쓸모 있어진다.
밖에서 강아지가 짖는 소리가 들린다. 천천히 나가보니 아이와 엄마 아빠가 보인다. 잠깐의 짬이 난 금덩이 같은 시간에 밭에 와서 심어놓은 것들을 보살핀다. 물을 주고, 어느새 풀도 깨끗이 뽑았다. 어쩐 일이냐고 물으니 “풀 좀 뽑았어요~그런데 힘들어서 다는 못했어요~”라고 말한다. 아마 할 수 있는 만큼 했을 것이다. 그렇게 잠시 머문 자리마다 마음 쓴 손길마다 값지게 느껴진다. 함께 하는 모든 일이 다 쓸모있어진다.
나는 그렇게 친구가 되어가고, 친구로 살아가는 그들이 좋다. 값지게 느껴진다. 함께 하는 모든 고생이, 시간이, 마음이 다 쓸모이고 귀해진다. 그렇게 더 많이 오래오래 함께 가려고 오늘도 천천히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