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목숨
네가 목소리를 잃는다 했을 때
나는 무엇이 두려워
황급히 줄을 놓았을까
그것이 영결인 것을
알지 못하고
그래도
혹시 그래도 …
가슴에 마른 부피의 계절을 가득 안은 채
나는 네 안에서 함께 부서진다
2. 레떼의 강
네가 앉아있는 큰 창틀 밖에서
그늘에 물든 너의 삶이 단풍처럼 흘러간다
저 강은 아직 흘러서
더 이상 처연하지 않고
시간이 잠깐 추억을 되씹으며
머뭇거리는 동안
이마에 지는 노을
네 얼굴이 환하다
3. 흐르는 풍경
계절이 얼룩이는 가을 강 위에
반짝이는 저녁 햇살
꺾어진 후
잠깐 사이 노을로 지고
그래도 마음 속엔 여전히 여름을 흐르는 강물
참고 지나면
저 세상에서 해는 뜨려나
눈썹에 흰 서리 내리는
붉은 단풍닢 하나
4. 산길에 떨어진 단풍잎 하나
주워 손바닥에 올려놓고
들여다보면 푸른 정맥 사이로
떠오르는
여름 잎사귀
반짝이던
푸른 계곡
흰 목소리로 줄기차게 떨어지던 물소리
어느덧
다리엔 근육이 풀리고
마음도 가랑닢처럼 흩어져
저무는 산그늘
밤도 고요하려무나
5. 이제 밤이 깊었습니다
당신께 돌아가려 합니다
마음이 이무로워져
누군가를 곁에 두고 싶어 할 때
나를 위로하는 동무는
비 온 후 떨어지는
가랑닢 한닢 밖에 없습니다
휘몰아치며 나를 몰아가는
갈바람 밖에 없습니다
빈 벌판에 서서
두 팔 벌리고 하늘을 우러러
당신의 눈 같은
초저녁 별을 바라봅니다
6. 봄의 뜨락에서
하많던 근심들 땅으로 돌아가서
너는 이제 가볍게 낙엽으로 내린다
욕심의 찌꺼기 모두 부려놓고 수척해진 너의 몸은
다만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낸다
겨우내 날아온 이파리들 쓸다 보니
잔디 사이로 단풍나무 씨앗들이 싹을 틔우고 있다
나는 아직 지나간 날들도 품지못하는데
너는 어느새 곱게 삭아서
다음 生을 꿈꾸고 있구나
微笑처럼
마음에 틔우는 방점 하나.
카페 게시글
이 달의 시
아우에게
일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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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30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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