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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내 어머니의 가슴이다'
나의 고향은 큰 의미로는 대한민국이 아닌 지구다. 그리고 이 지구 속에서도 머나먼 꿈의 에덴이다. 나는 내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의 결정체, 즉 운명적으로 지구에서 태어난 것이다. 외계에서 태어나지 않은 것은 천만 다행한 일이다. 아직은 이 땅의 물을 고맙게 마시며 살아가고 있으니까. 그러나 지금 이 지구는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기독교의 창조론을 굳이 꺼내지 않더라도 우주의 신비는 어떤 말로도 형용하기 어렵다. 먼저 빛과 공기와 물 그리고 생명체의 존재만으로도 놀라운 현상이다. 공기 속에는 산소가 있어 사람이 호흡할 수 있고, 지구는 공전을 통해 태양의 에너지인 빛으로 낮과 밤을 만들었고, 그 속에서 생명체는 물의 흡수를 통해 의무적(?)으로 생명을 연명해 나간다.
그 중 어느 하나만 없어도 이 우주의 신비와 오묘한 가치는 없다.
나는 외계의 존재를 알 길이 없다. 하지만, 만약 그 세계가 있다면 우리가 상상하는 초월적 세계는 아닐 것이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세계는 없다. 결국, 생명이 없는 무미건조한 시공일 거다. 난 여기서 그 골치 아픈 우주 외계론論을 더는 논하고 싶지 않다. 다만, 내 어머니의 삶 속에서 얻은 지혜, 소중한 정신과 물의 가치를 조금 쓰고 싶을 뿐이다.
물은 공기나 빛과 달리 눈에 보이기도 하고 만질 수도 있다. 또 원래는 무취인데 때론 맛과 냄새도 느낄 수도 있다. 갈증도 풀어 준다. 모든 생물체는 대부분 이 물로 이뤄졌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 생명과 같은 물이 도처에 흐르고 갇혀 있으니 그저 흔한 물질로 착각하며 무심히 살아간다. 이건 축구 선수가 골키퍼 바로 앞에서 공을 헛발질하는 것과 같다.
내 어머니께서는 과거 모든 어머니처럼 어렵고 힘든 환경에서 삶을 사셨다. 당시 가정집에는 상수도 시설이 거의 없었던 시절이었고, 또 우물이 없는 경우에는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우물에서 길어다 사용했다. 그래서 하루하루 삶은 늘 고단했다. 어느 때 식수차라도 오면 거의 전쟁을 방불케 하는 광경이 펼쳐졌다. 경쟁적으로 물을 차지하기 위해서 말이다.
체력이 약한 어머니께선 빨래는 동네 우물가나 시냇가에 가서 적당히 해결했지만, 식수 해결은 정말 힘든 일이었다. 아버지께선 직장 생활을 하니 어쩌다 한번 도와줄 뿐 지속적이지 못했다. 어린 자식들 역시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러니 그 몫은 고스란히 어머니 몫이었다. 우리는 가끔 TV속에서 아프리카 주민이 물 긷는 모습을 본다. 그 광경과 흡사했다.
그처럼 어머니의 지난 추억 속에는 물에 대한 기억이 지문처럼 파여 있다. 당신은 지금껏 그 지문을 눈곱만큼도 지우질 못하고 계신다. 고향 집 풍경이 늘 그걸 증명하고 있다. 어머니는 집에 있는 모든 빈 통은 한결같게 물통으로 활용하신다. 그리고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한 방울의 물도 놓치지 않고 여러 물통에 귀하게 채워 넣는다. 변함없이 한평생을….
그 소중하게 담아놓은 물은 유효적절하게 사용하신다. 때로는 세탁기가 아닌 손빨래를 하실 때 그 물을 많이 사용하고, 설거지할 때도 제법 사용하고 또 어머니는 누구보다도 꽃을 사랑한다. 그래서 집 안팎 곳곳에 꽃나무와 화분이 가득하다. 그 많은 꽃나무에 그 물을 일용할 양식처럼 사용하신다. 이처럼 어머니 사전에는 낭비는 없고 또 어울리지도 않는다.
물은 지구의 생명줄이다. 과학자들은 기본적으로 지구의 수분은 변하지 않는다고 한다. 지각변동이 일어나지 않는 한 공룡시대 때 내렸던 비의 양이나 지금의 양이나 차이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물의 내용이 문제가 된다. 즉 환경오염으로 말미암아 생태계가 파괴되면서 이 지구의 물은 결국, 바로 먹지 못할 썩은 물로 대부분 변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뒤늦게 철이 든 많은 나라는 물과 환경을 중요 정책으로 내세워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방송언론도 국민적인 홍보를 위해 나름 동참하고 있다. 이렇게 환경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집중적으로 제공하는 것은 대단히 좋은 현상이다. 하지만, 이런 현상들이 여느 때처럼 경제나 정치에 밀려 일시적이거나 공염불이 되어선 결코 안 된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 환경문제는 피할 수 없는 절대적인 이슈이다. 다시 말하면 지금은 경제를 내세운 개발보다는 환경이 최우선이다. 인류의 원대하고 위대한 종착점은 에덴과 같은 자연, 즉 원초적인 ‘물과 공기 그리고 빛’으로의 환원이다. 그러므로 물과 환경을 다시 살려야 한다. 그 힘은 어머니와 같은 가슴, 절절한 마음이 영원히 수반되어야 가능하다.
여기에 내 어머니의 아름다운 물 사랑과 정신을 다 담지는 못했다. 그러나 어머니의 보물단지와도 같은 귀한 여러 개의 물통에서 물과 물질의 소중함을 진심으로 깨달았다. 그리고 지난날의 나의 헤픈 삶을 진정으로 후회한다.
“나의 진정한 에덴(순천 철도관사 67의 2호), 어머니!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2010년 9월 24일 오후에 어머니를 생각하며, -목마른 불효자식, 別童 아우라 씀-
작은 연못 / 김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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