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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작 시 특 집
김 수 철
달 속에 사랑 외 3편
어둠 속에서
발길 걸음마다 비춘 달빛
좋아하는 마음이라도 담아 전하는가 보다
차가운 달빛 가리는 구름일지라도
미워하거나 질투하지 않는다
잠시 지나가는 발걸음도
달님의 얼굴을 가릴 수는 없는 것
날빛도 가리는데 달빛을 못 가리리
그대 보기가 부끄러움이 앞서
초승달처럼 고개를 돌렸을 뿐이다
동지섣달 꽃 보듯
미소 머금은 그대 바라볼수록
호수 속에 비친 보름달이 그대 얼굴이었다
달 속에 아릿한 그리움
그대 눈동자가 아련히 보이네
섣달그믐에 새색시가 부끄러운 듯
살짝 보이는 초승달처럼
사랑은 밤에 이루어지고
달 속에 품은 사랑
그대가 달이었네
땅따먹기
어릴 적 개구쟁이들이
동네에 모였다
편 가르는 놀이 속에서
잼줄 없이 손가락으로 금 긋고
둥근 지붕과 창문, 대문의 표시
한 칸 한 칸 넓힌다
하늘 찌르듯 한 개구쟁이 욕심
굴비에 꿰어 말리듯
줄줄이 땅에 매달린다
깨금발로 한 칸 한 칸 넘어
독차지하는 놀이에 빠져
해거름 녘이 엉덩이 붙잡던 추억
한 칸이면 족한 것을
한강 주위에서 땅따먹기에 휩싸인다
바벨탑 쌓은 듯
서로 내쫓아 버리려고
충혈된 꾼들이 사냥한다
어릴 적 땅따먹기 놀이를 했던
청춘들의 미소가 사라진다
나뭇잎 가는 길
봄은 연두색 나뭇잎을 피게 합니다
연두색 나뭇잎은 추운 겨울 이겨내고
봄날의 햇빛 머금어
솜털처럼 따스한 봄비 품어 안아 봄꽃 피우고
숙명적으로 나무 뼈에서 솟아오른 잎들입니다
여름은 초록색 나뭇잎으로 갈아입습니다
초록색 나뭇잎은 나뭇가지마다
머리끝에서 지면 가까이
공중 부양하듯 바람결 따라 흔들거리며
정수리에서 내리쬐는 더위에 땀 흘렸고
그을림으로 오두막처럼 시원한
그늘을 만드는 잎들입니다
가을은 붉은색 나뭇잎으로 바꿔 입습니다
붉은색 나뭇잎은 불타오르듯이
짧은 날에 맺었던 인연으로
애끊는 사랑을 했나 봅니다
불타올랐던 사랑의 흔적이 좋아 보였던지
가슴속 깊이 품으려고
산에서 골짜기로 찾아오는 잎들이 많았습니다
갑자기 쓸쓸히 저의로 갈아입은 나뭇잎은
나무에서 이별을 할 때가 기다리는가 봅니다
나무는 하늬바람에 나부껴 한잎 두잎
털어내는 고통을 안고 살아갑니다
그리하여 알몸이 되어야 하는 이유는
겨울이 되고서야 그 까닭을 알게 되었습니다
꽃무릇
화피 속에서 솟아난 자주빛 붉은 꽃처럼
그리움에 피는 사랑
사그라질 때까지도 사랑의 불씨를 붙잡았다
꽃잎이 떨어지는 앞에서
햇살에 비춘 고운 얼굴의 잔상을 떠올리며
그 흔적을 남기려
감추어야만 했던 알끈한 사랑
목마름에 적셔 준 사랑이
어깃장으로 끝내 이루지 못한 사랑
그리운 사랑을 품고
시 한 수로 적신다
사랑의 상처는 오래도록 기억된다
* 김수철
· 창조문학 제106호 신인상수상, 2017 시 등단
· 함덕문학 동인지 1~4호 시 발표
· 창조문학회 회원, 함덕문학회 회원
· suchskylove@hanmail.net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조천읍 함덕18길 43
김 기 욱
신 작 시 특 집
누구라도 다 그럴 거다 외 4편
파란 창공에
구름 두둥실 두리둥실 이다
한없는 평온과 여유와 온유를 한 짐 지어준다
한참 뒤에서야 보였다
내민 손을
그리고 무언의 눈빛으로 말했다
내놓으라고
가진 거 없는 내게 뭘 내놓으라는 건가
그래도 내놓을 게 있단다
눈빛이 그렇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생각하고 또 생각한 끝에
탐욕 이기심 명예욕 허황된 꿈 하고 외치니
지그시 눈을 감은 채다
있는 대로 몽땅 꺼내어 쥐어 줬더니
평온과 여유와 온유가
가슴에 자리 잡는지를 알게 됐다
누구라도 다 그럴 거다
꽃눈이 싹눈이
꽃눈이 싹눈이 매한가지다
베란다 거실 안에 모셔놓고
벌써
오래전부터다
관찰하고 또 관찰하고
하루에도 수차례다
자고 일어나서부터 잠잘 때 까지
어제 그전 어제 그 전전 어제 몇 십일 전 어제
언제 봐도
오늘 지금의 크기다
그런데
하루가 일주일 되면 좁쌀에서 녹두 알갱이
또 일주일 되면 녹두 알갱이에서 콩 알갱이
또 또 일주일 되면 콩 알갱이에서 강낭콩 알갱이
또 또 또 일주일 되면 꽃이 피기 시작 한다
싹눈이도 매한가지다
신기하다
그날이 그날의 크기와 항상 같았었는데
일주일 여를 보름 스무날…… 되면
어느새
꽃눈 싹눈 크기가 달라져 있다
제 꼴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거다
절대 절명의 간절한 소원입니다
세월이 하수상하다
국운 풍전등화 후대 나라 앞날 파멸 번영 많은 단어들이 자꾸만 뇌리 스친다
이상화님의 혜안
빼앗긴 들에도 봄이 오는가 더 이상 묻지 않아도 되는
노천명님의 혜안
사슴이 모가지가 길어 더이상 슬픔 짐승으로 남지 말며
윤동주님의 혜안
풀잎에 이는 바람에 가슴 시린 날이 없기를
천지신명 조물주께 빌고 또 빌어봅니다
유치환님의 혜안
깃발이 우리의 조국을 향한 동경이고 향수수로 창조되었으면 합니다
지금은
너무나 혼란스럽습니다
지금은
너무나 붉은 무리들이 세상을 만신창이로 몰아가고
지금은
너무나 붉은 무리들이 나라 근간을 뿌리채 흔들고
지금 은
너무나 붉은 무리들이 보복의 시퍼런 칼날이 피를 부르고
지금은
너무나 붉은 무리들이 말단부터 머리까지 다 차지하고
지금은
붉은 무리들의 거짓 속임수 꼼수만이 횡행난무 하는 세상외다
지금은
부정 불법 대선 총선으로 나라가 들끓고 있습니다
가마솥이 따로 없급니다
벌벌 떨고 있는건 선량한 백성들뿐이고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지 모르는 것도 선량한 백성들이고
철부지 젊은이들은 뭐에 속는지도 모르고 속아 넘어가고
유소년소녀들은 우왕좌왕 질질 끌려 다니고
자라에 놀란 가슴 쓸어내리고 있습니다
조상님네! 조물주 천지신명께 간곡히 소원합니다
깃발이 휘날리는 날이 도래하여
파란 하늘에 하얀 손수건도 함께 휘날릴 수 있는 기운을 불어넣어 주시옵소서
간절하고 또 간절한 절대 절명의 소원을 빌어봅니다
봄날
푸르고 맑고 밝은 하늘에 깃발이 휘날리게 해 주시옵소서 하고
꽃비가 내리던 날
뻐국새 울 때면
점에 지나지 않는 순간을
세상 다 가진 듯
숲을 꽃구름 피어오르게 하고
제명 다 했는지
꽃비가 되어 내린다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씨방이고 녹음은 신바람만 날린다
군상들 발로 짓밟고
하잘것없는 미생물들은 아예 자취도 없애고 만다
한 때
만물의 시선을 한 몸에 받던 꽃비인데
이런 저런 꼴 다보고 겪고
속이 내 속이 아닐게 틀림없는데
이래도 괜찮은가 보다
내년을 기약하는 희망이 보장돼 있으니
기꺼이 자신과 만물의 보양이 돼주는 게 그렇다
사람의 선생이다
비 개이고 숲길을 걷다
밤늦게 새벽 내내
뭔 심술이라도 났는지
마구 뿌려대던 비 개고
햇님 해맑은 얼굴이 마냥 생글생글 이다
답답한 맘 달래보려
숲길 걷기에 나섰다
그게 심산유곡이 아니면 어떠랴
잎사귀들 샤워 마치고 상기된 모습
윤기 번지르르 광채가 나고
게다가
향수로 치장했는지 그 향에 코끝이 벌름벌름
살랑살랑 미풍에
내 뿜는 청량한 기운은 피부를 마사지해준다
새들 떼창은 덤이다
눈 코 피부 귀 어느 하나
호사가 아닌 게 없다
시간 세월을 매어놓고
장승으로 마냥 서있고 싶은 욕심이 일다
숲길 걷기를 잘했다, 정말이지 잘했다
그게
심산유곡(深山幽谷)이 아니면 어떠랴
비 개이고 숲길을 걷다, 문학산을
* 무봉無縫 김기욱 · 충남 서산 출생
․ 인천송현초등학교 교장 정년퇴직
․「창조문학」시(2012) 신인문학상 당선
․ 2018. 2 제22회 「창조문학」시 부문 대상 수상
․ 저서: 『침묵 속에 불타는 숲』『가마우지의 한나절』
『여운이 기인 메아리가 귀를 노크하다』
『여행이 속삭여주는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산에 홀려 홀려 산에 오르니』
『서리꽃 한 바지게 선물 받은 한라산 나목』
· E-mail: mailto:kkwok@dreamwiz.com · Tel 010-7428-0706
· 주소: 인천광역시 남동구 구월로157번길7, 101동/1312호
(간석동, 다정한마을서해그랑블아파트)
신 작 시 특 집
김 용 국
그 누군가 이 세상을 외 4편
그 누군가 이 세상을
한 치 빈틈없이
맞물려 돌아가게 해놓고서
해와 달뜨고 기울게 하며
그렇게 살아 온 한해두해가
억겁세월 흘렀다
햇님달님은 금슬 좋은 부부
광활한 이 우주를
조신조신 정성스레 가꾸는 살림꾼
반복되는 이 세상
지루하고 단조롭다고
싫증낸 적 없다
이 하늘과 땅은
옛적부터 묵묵히 지켜온 터전
평범한 진리만이
살아갈 수 있었던 오롯한 길
그 누군가 이 세상을
찬란한 빛으로 씻어 내리고
마르지 않는 영원한 샘물로
적셔주신 그날부터
이 세상 가는 길 꼬옥 붙들고
순리대로 살아간다
노부부
일가친척 자식 없는 혈혈단신이지만
자손만대 잇지 못함을
원망하진 않았다
사는 게 힘든 집 자손들
양아들 수양딸 삼아
평생을 부모노릇 했다
노부부 아끼고 되돌려 주려고
무던히도 애써 오신 삶의 얼굴
어느 날 할아버지 저 세상 가시고
며칠 후 거짓말처럼
할머니도 따라가신 하늘나라
노부부 사시던 뒤안길에 피어난
사랑 흠뻑 담은 하얀 이야기꽃
이사람 저사람
모르는 이 없다
갯벌
멀어져 가는 갯벌
미끌미끌 미끄러워 나뒹굴고
발가락 사이로
찍찍 소리 내며 삐져나오던 개흙
여기저기 뚫린 구멍으로
숨어들던 게 친구들
발가락 간질이던 조개무리
살아 숨 쉬는 갯벌 따라
무작정 걷다가
온몸에 개흙 처바르고
벌렁 누웠다
하늘이 돌고 있다
하늘이 웃고 있다
거기서 나뒹군 하루
까맣게 그을린 하루
온몸에 뭍은 개흙
하얀 마음으로 씻었다
사는 게 뭔지
하늘 내려앉은
담 모퉁이 끝자락
알량한 살림 비틀어
쪼개고 나누며 살았다
돈푼깨나 있는데도
신평 피면 갚으라던 이웃
아궁이 불 지펴
수제비 한 솥 끓여
이집 저집 퍼 날랐다
사는 게 뭔지
동네 가로지르는 신작로 땜에
대번에 흩어진 모퉁이 삶
깜깜이 멀어져간 이들
언제나 그 때 이고만 싶어
신작로 주변 머뭇거릴 때면
시리고 매찬 바람만
장날
잠 설쳐가며 가져온 작물
장바닥에 늘어놓으니
볼품없고 허술하여
머뭇머뭇 망설일 때
아낙네들 다가와
반나절 만에 떨이 했다
비릿한 생선 냄새
달라붙는 파리 쫓아
부채질 일삼을 때
산골 아낙들 다가와
말린 생선 너 댓속씩
집어 들고 가버렸다
푸줏간에 걸렸던
먹음직스런 고깃덩이
잔손질 하고 있을 때
어르신들 다가와
국거리랑 고깃덩이
새끼줄로 동여매어
날 저무는 산속 길 향해 가벼렸다
· 김용국 · 인천 출생
· 1970년 단편소설 차석상 수상(경기문인협회)
· 2011년 교원 정년퇴임(김포교육청 교육장)
· 2016년 창조문학 신인문학상 수상(시 부문 등단)
· 수필 흐르는 강물처럼
· 동화 흰구름 속의 얘기
· 주소: 인천광역시 남동구 도림로8 106동 1003호(도림동, 벽산 블루밍아파트) · 전화 010-3156-90381948년
신 작 시 특 집
신 동 인
굴을 지나서 외 4편
눈에 보이는 것만 보고
귀에 들리는 것만 들으면서
냄새와 맛과 촉감 따라 살았다
시간과 공간으로 담을 쌓고
아픔과 슬픔으로 포장된 길 걸으며
거짓 약속 먹고 살면서
혼돈과 착각으로
깊은 수렁을 건너
흙암의 긴 굴을 지나서
빛과 소리가 아니라
깊은 어둠 넘고 건너서
낮과 밤이 없는 곳에 피어있는
변치 않을 푸른 잎과
피로 붉게 물 드린
영원히 살아있는 아름다운 꽃 본다
나 위하여
허탄하고 망령된 생각을 끊으라
머리에 가시관 쓰시고
오만과 교만 버리라고
뺨을 맞으시고
겸손히 굳힐 줄 모르는 나 위하여
등에 채찍 맞으시네
펴지 못하고 움켜진 손
꽉 쥔 주먹으로 때리지 말라고
손목에 못을 받으시고
서지 않아야 할 곳에 서지 말고
가지 않아야 할 곳에 가지 말라고
발목에 못을 받으시고
나를 온전히 비우라
허리에 창을 받으셨네
죽을 수 박에 없는 나 위하여
영원한 생명으로 살라시며
십자가를 지시네
들꽃을 보며
주어진 한 생 위해
정하여준 이곳 지키네
한 여름 짧은 시간
영원으로 알고
폭풍으로 뽑히고
말라 죽어도
분복으로 알고
감사하며
천년 살겠다 버둥대지도
세상 유혹하겠다 뽐내지도
속 빈 웃음 한스런 눈물로
주어진 순간들 허비하지 않으며
햇빛 즐기며 바람과 노래하며
내일 바라지 않고 이 순간 만족하는것이
우리네 들꽃들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 이유라네
해가 돋을 때
그 춥고 어둡던 길기만 하던 밤
환청에 사로 잡혀
허상을 쫓으며
망령된 꿈을 꾸고
초라한 삶을 살며
하찮은 것에도 두려워하던
아픈 상처와 부끄러운 흠집
가슴에 뻥 뚤린 구멍은
깊고 넓었습니다
험하고 가파른 산길
늪과 수렁에 빠져 허덕이며
관계는 깨어지고
신뢰는 떨어지고
하나됨은 끊어져
두껍게 쌓인 아쉬움
원망과 분노로
지치고 고단하기만 하여
단절된 마디마디에서 비명이
찟기인 살점에서 쓰라린 회한이
뚫린 구멍마다 물이 고이며
잊히지 않는 기억이 오열하며
그 긴 밤을 붙들고 있었습니다
붉은 해가 돋을 때
안개 낀 갈릴리 호수를 거니시던
해변 가 산마루에 앉아
하늘의 소리를 내시던
옷이 벗겨지고 형틀에 묶이시던
채찍으로 온 몸이 찢기시던
그 언덕을 무거운 형틀을 지고 오르시던
가시관에서 선혈이 흘러 내리시던
십자가에 매달려 하늘을 향하여 기도하시던
영혼을 아버지에게 맡기시고 숨지시던
무덤에서 사흘 만에 부활하신
당신을 만났습니다
너를 안다 하시며
내 이름 불러 주실 때
밤새 모은 방울 방울 맺힌 눈물에
영롱한 무지개 드리우고
검게 드러난 상처 위에
치유의 빛이 덮히고
깊이를 알 수 없던 그 텅빈 구멍에
들려주신 말씀이 완전함 되어
바닥에서 부터 쌓여져 올라와
충만히 채워집니다
당신이었습니다
달콤하고 감미로운
포근하고 아늑한
불끈 불끈 힘이 돋고
희미하던 것들이 환하게
연약하던 것들이 단단하게
하찮다 버려진 것이 찾아지고
죽은 것이 되살아나고
마디마디에서 움이 돋고
꽃이 피며 짙은 향기 내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고
듣지도 못하던 것들이 들리어
헛된 것들의 속임이 드러나며
지금 여기가 영원에 연결되어 있는
생각도 못하던 것들이 있음을 알아갑니다
쓰기만 하던 것이 달아 지고
역하던 것이 감미로워지며
거칠던 것이 부드러워지며
이제 삶의 이유와 목적 그리고
무엇이 가치가 있고 참된 보람이 있는지
슬픔이 기쁨으로
애가가 찬송으로
미움이 사랑으로
이제는 품을 수 있고
업고 뛸 수있는 힘과 여유 그리고
간절함이 있습니다
매일 나를 버리고 내려놓고 죽습니다
나를 구원하시기 위하여
십자가의 대속으로
죽으시고 부활하신
당신을 알아가고 닮아가며
당신으로 채우고 싶고
당신을 품고
당신을 드러내며
당신 안에서
당신 만을 사랑하려
영원에서 영원 까지 영원히 사시는
감사와 찬송 존귀와 영광을 받으실
이제 기도합니다
당신의 눈을 주시옵소서
당신이 보시는 것을 볼 수 있도록
당신의 귀를 주시옵소서
당신이 들으시는 것을 들을 수 있도록
당신의 입을 주시옵소서
당신이 하시고 싶은 말씀을 말할 수 있도록
당신의 가슴을 주시옵소서
당신이 품고 싶은 것을 품을 수 있도록
투명한 길로
투명한 삶이란
다 버리고 털고 내려 놓은
내가 없는 모습일지 모르겠다
관계 속에서
드러나고 밝혀진
나의 나된 모양과 모습
잊혀지고
흔적 지워져
하나님의 형상인
참된 나가 드러날 수 있도록
단절과 분리
찟어짐과 부숴짐으로
고난과 역경이 동무되어
어둡던 것 미련하던 것
고집스럽던 것 저만 알던 것에서
나를 끌어낸다
영원으로 인도하는 투명한 길로
* 신 동인 Dong In Shin
· 1949 충남 보령에서 출생
· 1981 미국으로 이민
· NY, NJ State Certified General Real Estate Appraiser
· 뉴욕 만하탄 거리 전도인
· 2018 창조문 시부문 등단
· 창조문학 제109회 신인문학상 수상
· peterdshin@mail.com
신 작 시 특 집
김 일 현
신비의 굴포스 외 4편
하얀 지붕이 유빙 되어
천릿길을 걸어온 굴포스*에
시그리투르**는 살아있다
신의 수염 같은 저 물속에서
어제도 오늘도
무지개 만들어 띄워 올린다
아래 위 줄줄이 이어선 친구들
모두 시그리투르가 된다
굉음을 지르는 노도 속에
가슴속 오욕을 한꺼번에
신비의 굴포스 아래로 토해낸다
* 아이슬란드 황금폭포
** 굴포스에 수력발전소 건설을 반대하여 이를 지켜낸 소녀
순교의 얼
평화광장에 말씀이
뚜벅 뚜벅 걸어오신다
정의의 갑옷 입고
순교의 얼 뜨겁게
광야의 포효 하늘을 난다
환호하라 그 임이 오신다
평화의 종 울리려
천왕봉
더럽힌 영혼 맑게 씻겨
황금빛 향기 토해낸
그 가을을 먹인다
평화가 울부짖는
자유광장의 메아리
가을 타고 가슴 두드린다
서러움이 얽힌 저 매듭
당신은 풀 수 있다
풍요가 넘치는 땅으로
구름 속 서러움 뚫고
시리도록 홍싯빛 뿜어
가을 하늘 불태운다
새해의 빛 -기해 2019.1.1. 화진포
언제나 기다려주는 당신
가파른 벼랑을 오늘 때도
슬픔의 질곡에서 길을 잃어도
임께서 날 기다린 지 오래
마주하면 동공에 불빛이
슬픔도 미움도 태운다
나는 임의 그림자
끝없는 은총 안에 너와 난 하나
새해 당신 등에 업혀 훠ㄹ훨
아들을 만나다
군중을 헤치고 아들을 찾는다
십자가에 짓눌리고
그 나무 떠밀려 휘청거린다
가시관의 못자국에
피가 흐르고
눈퉁이에 피가 엉겨
안 보이나보다
아들아
그제야 고개를 들어
나를 알아본다
다리에도 피가 맺히고~
보듬어 주려는데
침 뱉으며 능멸의 욕지거리
빗발친다
군중에 떠밀려 엎어진다
또 빨리 가라 후려쳐
십자나무 요동친다
참 평화의 세상 열려
처참히 끌려가는 아들을
바라만 본다
* 김 일 현 · 영란
· 충남 부여 · 명예교수/공학박사/시인/사진작가/등산
· 낭만의 이프 섬 /누나의 마지막 미소/ 달그림자/새벽을 여는 광교호수/ 영산난향/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그믐달/ 은총의 마터호른/푸른들 흰 노루
· 한국동양란총연합회장 역임 · 난 대상 · 옥조근정훈장
· 한양대 총장상 · 부총리 문교장관상 · 농림부장관상
· 서울특별시장상
· 저서 : 『파괴』·『강도학』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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