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예수성탄대축일을 앞두고
가락시장본당을 방문한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지난 주말 이곳을 또 찾아갔습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25년 동안 가난한 이웃을 돕는 데
앞장서고 있는 가락시장 상인 신자들을 격려하기 위해섭니다.
신익준 기자가 보도합니다.
서울의 대표적인 농수산물 도매시장인 가락시장 안에
자리잡은 조그만 간이성당...
바로 서울대교구 가락시장 준본당입니다.
염수정 추기경이 모습을 드러내자 상인 신자들이 큰 박수로 환영합니다.
지난해 12월 22일 성탄대축일을 앞두고 이곳을 방문했던 염 추기경이
석 달 반 만에 또다시 이곳을 찾은 이유는
바로 본당 설정 25주년을 맞았기 때문입니다.
시장 근처에서 노숙자들이 얼어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신자 상인들이
자발적으로 무료급식소 하상바오로의 집을 운영한 것을 계기로 설립된
본당이다 보니 염 추기경도 평소 각별한 애정을 표시해왔습니다.
염 추기경은 이날 25주년 감사미사를 직접 주례하고
넉넉지 않은 살림에도 불구하고
더 어려운 이웃들을 돕고 있는 상인 신자들을 격려했습니다.
<염수정 추기경 / 서울대교구장>
"모든 신자들이 마음으로 하나되어 이 지역의 복음화에 앞장서 오셨습니다. 특별히 우리 주위에 있는 어려움에 처한 분들과 가족들, 소외된 가정에 사랑과 도움을 나눠주는 착한 사마리아인이 되시면서 살아오신 결과에요. 이게 정말 얼마나 아름다운 건지..."
2대 담당사제인 메리놀외방선교회 권 제랄드 신부도 참석해
25주년을 축하했습니다.
<권 제랄드 신부 / 메리놀외방선교회>
"주위에 있는 성당과 비교하면 크지 않지만 그러나 우리는 여기 시장 안의 빛이에요. 우리는 시장 안에 맛이 잇는 소금이 돼야 합니다."
미사 중에는 역대 사목회장들에게
감사패를 수여하는 시간도 마련됐습니다.
초대 사목회장을 지낸 정옥기 씨는
어려웠던 시절의 이야기를 전하다 눈물을 쏟기도 했습니다.
<정옥기(안드레아) / 가락시장본당 초대 사목회장>
"이곳도 관리공사로부터 몇 번 철거를 당했지만 주님의 뜻을 전하려고 애쓰던 보람으로 지금까지 버티다보니 25년이라는 오늘이 왔습니다. 염수정 추기경님을 제가 여러번 만나고 무척 존경합니다만 이렇게 와 주신다는게 참 어렵습니다. 이런 골짜기, 이런 곳에까지 추기경님이 모실 수 있겠습니까? 너무 고맙게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울음)"
현 가락시장본당 주임 황현 신부는
여러 차례 철거 위기를 겪으면서도
25년이라는 세월 동안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신자들의 신앙과 노력 덕분이라고 말했습니다.
<황현 신부 / 가락시장(준)본당 주임>
"어쩌면 25년이라고 하는 시간이 신자들에게는 여기가 장사하는 직장인 동시에 성당이고 신앙생활의 못자리가 될 수 있는 좋은 자리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신자들에게도 특별한 의미가 있는 오늘이 된 것 같습니다."
신자들은 앞으로도 시장 안에서 만나는 모든 이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는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할 것을 다짐했습니다.
한편 이날 무료급식소 '하상 바오로의 집'에는
26년 만에 시장 관리공사의 허락을 받아
'가락시장 준본당' 현판이 걸리는 결실이 맺어지기도 했습니다.
PBC 뉴스 신익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