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같은 새소리를 들었다
강은미
PARAN IS 11
2025년 4월 10일 발간
정가 12,000원
B6(128×208㎜)
98쪽
ISBN 979-11-94799-00-9 03810
(주)함께하는출판그룹파란
•― 신간 소개
밥을 같이 먹을 이여 시가 그대보다 귀한 게 아니었다
[너와 같은 새소리를 들었다]는 강은미 시인의 두 번째 신작 시집으로, 「눈 오는 날」 「호두나무 한 그루」 「중국집 부부」 등 60편이 실려 있다.
강은미 시인은 2000년 [문학과 의식]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집 [나의 아래층 사람] [너와 같은 새소리를 들었다]를 썼다.
강은미 시인의 이번 시집 [너와 같은 새소리를 들었다]를 통어하는 감각은 단정함과 그 안에 깃든 슬픔의 낙차에서 비롯한다. 그것은 자신과 타자의 일상을 응시하는 시인의 시선과 결합하여 절제된 언어로 표현되며 행과 행, 연과 연 사이의 여백을 통해 굴절되는 언어적 맥락은 존재의 고단한 삶과 그 연장에 놓인 죽음을 사유하도록 이끈다. 어떤 면에서는 현실적인 고달픔이 지닌 직접성을 비틀어 마음의 애씀을 형상화함으로써 세계에 대한 시적 대속을 수행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최선을 다해 현상적 부재를 어루만지며 시적 대상을 대신하여 앓는 마음, 그리고 그것을 감추며 너머의 자리를 위무하는 윤리적 태도가 강은미 시인의 이번 시집 [너와 같은 새소리를 들었다]의 주조를 이룬다고 할 수 있겠다. (이상 이병국 시인・문학평론가의 해설 중에서)
•― 추천사
강은미 시인의 시는 단아하다. 단아하다는 단정하고 우아하다는 뜻이다. 단정하다는 바르다는 말이고, 우아하다는 기품이 있다, 고상하다, 아름답다는 의미다. 강은미 시인의 시는 그러니까 같은 말이나 좀 바꾸어 적자면 바르고 고상하다, 그리고 아름답다. 그런데 이렇게만 쓰고 나면 강은미 시인의 시를 제대로 말하지 못한 듯해 겸연쩍다. 강은미 시인이 쓴 시의 행간을 찬찬히 따라 읽다 보면 어느 결엔가 문득 헤어날 수 없는 고통 속에 망연히 서 있곤 하기 때문이다. 즉 강은미 시인의 [너와 같은 새소리를 들었다]에는 단지 바르다거나 아름답다고만 말하기엔 도저한 슬픔이 곳곳에 서늘히 맺혀 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나는 강은미 시인의 시를 단아하다고 말하고 싶다. 왜 그러한가. 단아하다는 말을 톺아보자면, 그중 ‘단(端)’은 ‘바르다, 곧다, 진실하다’라는 의미로 자주 쓰이는데 한편 ‘시작, 근본, 오로지, 끝’이라는 맥락으로도 곧잘 쓰인다. 후자에 주목하자면 ‘단’은 ‘처음부터 끝까지’가 조건일 때 작동한다. 즉 통째 그러할 때 ‘단’을 쓸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의미를 이어 갈 때 ‘단’은 바르고 곧고 진실하다는 뜻을 이룬다. 그래서 강은미 시인이 쓴 “이 세상 어디에도 평안은 없다”와 같은 문장은, 외형이 일단 그러하지만, 그전에 본의 자체가 단정하다. 이 문장의 맞짝각이라 할 수 있을 “고통에 비밀스러움은 없다”도 매한가지다. 그런데 이 두 문장에 “어떤 고통도 미리 앓을 수는 없다”를 더하면, ‘이 세상은 어디서나 고통스럽고, 고통은 맞닥뜨릴 때마다 새로우며, 그것은 오로지 고통일 따름이다’가 된다. 이번 시집에서 강은미 시인은 ‘고통’이라는 단어를 단 두 번 썼지만, 이 낱말은 시집 전체를 통어한다. 요컨대 [너와 같은 새소리를 들었다]는 실은 언제 어디서나 직면해 온 그리고 지금도 마주하고 있을 고통의 연력(年歷)이며, 그것의 진짜 비밀은 고통은 오롯이 고통일 뿐이라는 것이다. 예컨대 「중국집 부부」를 보라. 이 시에 적힌 “석 달 후에 폐암으로 세상을 뜰” 중국집 남자와 그의 아내는 더할 나위 없는 고통을 온전히 그리고 완전히 살아 낸다. 그들의 삶이 단정하고 고결한 까닭은 이 때문이다. 아려하지 않은가. “밥을 같이 먹을 이여 시가 그대보다 귀한 게 아니었다”.
―채상우 시인
•― 시인의 말
빗물이 떨어지면 빗물이 흘러가도록 마음 한 곳을 비워 놓아야 한다
•― 저자 소개
강은미
2000년 [문학과 의식]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집 [나의 아래층 사람] [너와 같은 새소리를 들었다]를 썼다.
•― 차례
시인의 말
제1부 천성을 지키며 산다는 것
천성을 지키며 산다는 것 – 11
피콜로 – 12
너와 나 – 13
노린재 – 14
고양이를 기다리는 날 – 15
먼 곳 – 16
신정호숫가 – 17
소래 – 18
양파 – 19
나의 하느님 – 20
이별 – 21
아크로바틱 – 22
나의 아레카야자나무 – 23
커피를 부치며 – 24
남천 – 25
서도소리 – 26
제2부 물 건너 저쪽
개와 나 – 29
들꽃 – 30
물 건너 저쪽 – 31
먼 – 32
구월 – 34
첫사랑 – 35
오늘도 네가 오지 않는다 – 36
내가 아는 낭인 – 37
너에게 – 38
타지의 꽃나무 – 39
점순이 – 40
산 아래 – 42
흘러가다 – 43
갠지즈 – 44
제3부 수신
너깃 – 47
북항 – 48
에스컬레이터는 오늘도 지하로 내려가지 – 49
수신 – 50
이야기 – 51
고전을 읽는 사람 – 52
적과 – 53
십일월 – 54
기원 – 56
눈 오는 날 – 57
재두루미 – 58
삼분의 일 – 59
신발 – 60
서어나무가 서어나무에게 – 62
소머리국밥 – 63
제4부 진저롤케이크
온양 – 67
호두나무 한 그루 – 68
벚꽃이 지기 전에 – 69
중국집 부부 – 70
그 사람 – 71
등대 – 72
성탄일 – 73
진저롤케이크 – 74
몽산포 – 75
잔해 – 76
고둥 – 77
까마귀 – 78
겨울 – 80
하노이 – 81
마지막 전철 – 82
해설 이병국 단정한 슬픔의 온기 – 83
•― 시집 속의 시 세 편
눈 오는 날
눈이 오는 날이면 멸치를 끓인 물에 된장을 넣고 배추 겉잎을 끓인다 양파도 썰어 넣고 두부도 썰어 넣는다 해 저물고 밤 오고 자동차 지나는 소리가 드물어질 때까지 눈 내리고 쌓이면
그대도 나처럼 된장만 끓이고 사람은 기다리지 않아야 한다 귀한 사람 발길이 끊어지는 것을 슬퍼하지 말아야 한다
바람이 문을 치는 소리나 먼 사람 소리가 바람 소리와 같아질 때 그럴 때는 술 말고 커피 말고 햅쌀밥에 푸른 배춧잎 찌개를 힘써 만들어 먹고 마음을 달래야 한다 허기지지 않게 휘청거리지 않게 살날을 더 생각해야 한다 ■
호두나무 한 그루
눈을 감으면
빗소리 바람 소리가 밥벌이하는 소리
소리는 태어나
적막을 다 채우지 못하고 떠난다
뜻대로 살 수 없다는 것은
슬픈 일
열매는 떨어져 밟히고
끝내 언다 ■
중국집 부부
그녀 집에서 가자미 굽는 냄새가 난다
석쇠 뒤집는 소리가 난다
그녀의 남편이 슬리퍼를 끌고 나온다
석 달 후에 폐암으로 세상을 뜰 사람이다
담배에 불을 붙이고 그가
비에 젖는 자신의 오토바이를 본다
밥상 다리 펴는 소리가 난다
결과가 뒤집혔으면 하는 소리가 난다
양장피 한 접시 뚝딱 만들어 고량주 병과 건네주고
정작 자기들은 가자미를 굽더니
부부는 종일 침묵이다
가스불을 끄고 한참 지나
남편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서로의 생애가 밟히는 그 집과 나의 식사
가자미를 잊은 건지
마음이 가는 내내
가시 바르는 젓가락 소리도 없고
흐느끼는 소리도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