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10일 일요일
날씨 : 하루 종일 엄청 센 바람, 오전 흐림, 오후 진눈깨비 그리고 맑다 흐리다 반복.
산행한 사람 :필자와 아내 둘이
댓재에서 차박을 하고 오전 05:00분에 남진 산행시작 14시 30분 산행 종료
특징 : 바람과 함께하는 능선. 쉼을 위한 의자가 하나도 없는 구간.
구간지도 (GT297님 카페 펌)
우리나라도 이렇게 센 바람이 있는 장소가 있을 줄 꿈에도 몰랐다. 대관령에도 바람이 많다고 알려졌지만 , 특별한 날을 잡아서 그런지, 바람 때문에, 산행을 강행해야 하느냐 마느냐를 결정해야 했다 아내는 머뭇거렸으나 가자고 고집부렸다. 댓재에 자정에 도착해서 차를 세우고 자려고 했지만 차가 요동치고 소리가 너무 강해 잠을 잘 수가 없어, 하는 수 없이 바람이 잔잔한 곳으로 이동했다,
댓재(810m). 산경표(山經表)에는 죽현(竹峴). 대동여지도(大東與地圖)에서는 죽령(竹嶺)으로 표시되어 있고, 대나무가 많다고 해서 해서 붙인 이름이다. 이 곳에서는 죽치령이라고도 한다. 지난 8월에, 백복령에서에서 출발하여 댓재 올 당시에도 멀쩡하던 하늘이 도착하자 마자 비가오더니, 이번에는 없던 바람이 분다. 댓재와는 궁합이 안맞는가 보다.
이곳 지형상, 대부분 여름에는 동에서 서로 부는데, 오늘은 겨울 계절풍의 영향인지 바람의 방향이 서에서 동으로 향한다.
사진은 차량 회수를 위해 원점회기 후 오후에 찍은 것.
거센바람을 뒤로 하고 황장산(黃腸山 1059m)에 오른다.
조선시대에, 궁궐을 짓거나 배를 건조 할 때, 혹은 임금님의 관을 짜는데 이용했다는, 가장 품질이 좋고 속이 누런 소나무를 황장(黃腸)목이라 하는데, 이 소나무가 많이 있다 해서 황장산(黃腸山)이라고 부른다. 경북 문경시 동로면 생달리와 경남 하동군 화개면 용강리에도 같은 산이름이 있다.
새벽도 아름다운 우리말이지만 더 멋갈스럽게 표현하자면 갓밝이라고도 한다. 지금은 어슴새벽이요 어슴갓밝이다.
해가 갓밝을 밀어내자 더 이상 버티지 못하여 서서히 물러간다.
빛이 밀려오자 길도 자신의 정체를 드러낸다. 민낯을 드러내는 아름다운 산하와 상큼한 공기.......
이 기분은 오지 마루를 걷는 사람만이 느끼는 특권이다.
1062봉에서 1km쯤 떨어진 귀네미 마을 개간지에서 임도로 연결되는 곳이 큰재이다. 이곳에서 고무릉 마을와 감나무골로 통하는 오솔길도 있다.
인공적으로 채색을 위해 흰색을 만들려면 갖가지 조화가 필요하지만, 하늘이 주는 흰색은 아무 꾸밈이 없다. 무슨 말이 필요하랴?
아름다운 길과, 우리만의 아름다움이 가득 채우고 있다.
큰재를 지나 임도 끝에서 돌아 본 동그랗게 보이는 1159봉과 1062봉. 지나놓고 보면 새삼 감격스럽다.
삶의 터전인 고냉지 채소밭이 휴식을 위해 잠시 발가벗고.... 그 위에 풍력 발전소가 자리한다. 하나를 얻으려면 하나를 잃는 것이 순리일진대.. 청정 에너지의 원천인 풍력 발전소지만 큰 소리 때문에 귀가 멍하다
1036봉 언저리에서 찍은 이 바위는 이암(泥巖)인가?... 주위에 온통 이 바위 천지다 옛날에는 이곳이 바다 밑이었나?
귀네미 마을이 보인다. 여름 산행 시 물이 부족하면 이곳에서 보충하면 될 듯하다, 귀네미 마을은, 광동댐을 만들 때 그곳에 터를 잡고 살던 사람들이 이곳으로 이주해 형성된 마을이다. 귀네미골은 소귀의 이두식표현인 우이령(牛耳嶺:소귀고개)으로 표기 했다가 귀넘이로 변형된 후 다시 귀네미가 되었다 한다.
자암재로 가는 길. 귀내미 마을을 빙 돌아서 올라간다.
환선봉으로 가기 전에 있는 자암재, 장암재라고도 하며 동굴마을인 대이리와 귀네미 마을을 연결하는 고개이다. 자암재(紫巖峴)는 고갯마루에 있는 바위들이 철분을 함유해 자줏빛 색을 띄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환선봉(幻仙峰 1080m). 뿔처럼 솟은 산이라 하여 원래 이름은 지각산(地角山)다. 이 지역사투리로 찌걱산이라고 하며, 지각산은, 광동댐 부근에서 보면 너무나 환상적이어서 사이 나빠진 남녀와, 큰 싸움을 한 부부가 이 산을 구경하러 온다면, 틀림없이 사랑이 이루어지거나 화해한다 한다. 마음이 상한자도 치유될 만큼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동쪽에는 설패바위, 촛대바위, 금강문 그리고 유명한 환선굴이 있다.
환선봉 정상에는 정상석이 있고 뒤쪽으로 30여m 더 가면 멋진 조망터가 있다.
이런 것은 이곳이 아니면 절대 볼 수 없다. 신이 실수로 이곳에 경치를 빚다 만 절반의 전리품이라 해도 좋다. 그 절반만이라도 도시에 머물면 절대 알 수 없는 맛이 아니던가?
동해안 쪽에 이렇게 높고 깊은 산의 무리가 있을 줄 감히 상상이나 했겠는가? 알고보니 육백지맥의 산군들이었다.
분명 저 산도 나름의 이름이 존재할 터인데.. 이름은 알아 무엇하랴. 눈이 즐거움이 마음으로 전달된다.
그리고 마냥 즐겁다.
남진으로 이 구간을 진행하다보면 동해안 쪽, 즉 왼쪽은 계속 낭떠러지 경사면이 이어진다.
이윽고 덕항산(德項山1070m)인데! 어라 무슨 산 정상이 이래! 보통산들의 정상은, 넓고 사방으로 둥글어야 하는데, 덕항산은, 왔던 능선과 곧 이어지는 능선의 중간 쯤에 잠간 언덕을 이룬 능선 상의 한 지점 같다.
그런데 이 덕항산이 이름이 맘에 안 든다. 원래 이름은 덕메기였다. 메기는 강원도 사투리로 우리말 산의 옛이름 '뫼'에 강원도 특유의 명사형에 붙는 '기'가 붙어 "메기", 즉 "-- 메기" 하면 "-- 산"이라는 의미다. 삼척에서 보면 "저 너머"(하사미동)에 화전하여 살기 좋은 "더기(고원)"가 있는 뫼라는 뜻이었는데 그, 것이 덕목이로 변해 목항(項)자로 한자 음차해 덕항산이 되었다. 지금도 덕메기라고 쓰였으면 좋겠다.
덕항산은 경동지괴(傾東地塊:동쪽으로 기울어진 낭떠러지가 있는 지형)의 전형으로 동쪽은 석회암 사면 서쪽은 1000m 전후의 고위평탄면을 이룬다.
이곳은 구부시령이 아니라 구부시봉(1007m)이다. 이정표 오류이다. 구부시령은 좀 더 내려가서 아래쪽이다.
오래 전부터 재미있는 지명 중 하나를 꼽으라면 이곳 구부시령(九夫侍嶺)이었고, 정말 보고 싶은 곳이었다.
"9명의 서방을 모시던 여인"
이땅의 여인들이시여 우리 한자 언어에 무수히 존재하는 여성하대(女性下待) 용법을 아시는가?
페미니스트(Feminist)가 아니라도 한번 쯤은 생각해 보셔도 된다.
여사(女史): 역사가 있는 여인, 부인(夫人): 지아비의 여자. 미망인(未亡人): 죽지 못해 사는 여자. 그리고 고사하다.(姑捨: 오래된 여자를 버리다)등 .. 계집 여(女)변이 들어간 수 많은 한자들...
다 온줄 알았는데 여기부터 시작이다. 1055봉 에서 숨을 고른다. 가야 할 997봉이 오늘따라 까마득히 보인다.
하루 종일 부는 황소바람이 귓가를 때리고, 진눈깨비와 눈이 머리를 강타 한다. 아울러 잔설들이 그나마 잎을 털어버리고 겨우 붙어 있는 가지들 위에 솜사탕처럼 달라 붙었다
하얀 눈이 아름다운 길로 포장하여 그 위에 나를 올려 놓는다. 나도 아내도 눈이 만드는 환상 위에 몸을 맡긴다.
하사미동 마을의 고냉지 채소 밭을 지나서 한내령에 이른다. 삼척시 도계읍 한내리라는 마을로 내려가는 길이다. 대간길은 산모퉁이를 빙돌아 급 우틀한다. 951봉을 오르는 오르막 길을 치고 가니 불탄 흔적들과 함께 죽은 많은 나무를 베어 놓아 길을 막는다.
푯대봉 (1009.2m), 대간 길인 푯대봉 3거리에서 100m 거리에 있다. 대간에서 약간 벗어났지만 정상석과 함께 산불감시 전망대와 쵤영기가 있다. 측량 깃발이 세워졌던 곳이어서 푯대봉이라 했다.
건의령 (巾衣嶺 840m)
고려 마지막 왕인 공양왕이 삼척 육백산 기슭 마읍(馬泣)에 유배당했을 때, 고려 충신들이 그를 배알하고 돌아 오던 중 이 고갯마루에서 복건과 관복을 벗어 던져 걸어 놓고는, 다시는 벼슬길에 오지 않겠다고 맹세했다는 고개이다.
5만분의 1지도에 누군가 한의령(寒衣嶺)이라 기록했다, 이를 따라서 어떤 이정표에는 한의령이라 했지만, 산경표에도, 대동여지도에도 건의령이라 표기되어 있고, 이 지역에서도 사람들도 건의령이라 부르니, 건의령이라 명칭을 통합했으면 한다.
무릇 이름은 역사성이 있어야 한다.
고마운 기사님을 소개한다. 태백 한덕기 기사님 (010-5376-3077). 건의령 정상에서 터널로 나가는 길을 몰라 헤메고 있는데, 친히 택시로 건의령 정상까지 오셨다. 다음에 두문동재에서 건의령까지 함께 하기로 한다. 대간 종주자를 위해, 태백 근처 백두대간 길인 백복령에서 도래기재 까지 친히 걸어서 종주했다고 한다. 아울러 이곳 산 사정을 상세히 아신다.
건의령 정상에서 남진 기준 좌측 방면에, 옛 길이 시멘트로 포장 되었다. 정상에서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좌틀하여 도계방면으로 10분 정도 걸어 나오면, 도계방면 터널 입구로 나올 수 있다, 또한 건의령 정상에서 남진 기준 급 우틀하여 길따라 가면 반대편 터널 입구로 간다.
도상거리 19,700m(19.7km) 순수 산행시간 8시간 35분 40초 . 식사 휴식포함 9시간 50분 만보계거리 33,259m(33.3km)